[인터뷰]조용범 연구성과실용화진흥원장…B2G2B 등 기술사업화 新모델 다양화

인공지능(AI)과 로봇으로 대표되는 ‘제4차 산업혁명’의 시대, 우리는 이미 많은 부분에서 중국 등에 추월당하기 시작했다.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우리나라 적응도 순위는 기술, 노동 유연성, 교육시스템, SOC(사회간접자본), 법적 보호 등을 기준으로 체코, 말레이시아보다 낮은 25위.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하던 대로 하면 될까’라는 의구심이 든다.
조용범 연구성과실용화진흥원장은 이에 대해 반문한다. 그는 “우리는 이미 4차 산업혁명이 요구하는 기초·원천기술을 모두 확보하고 있다”며 “애플 창업자 스티브잡스가 ‘아이폰’을 만든 공식처럼 지금은 이 기술들을 어떻게 조합해 더욱 단단히 영글게 만드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연구성과실용화진흥원은 대학·정부출연연구기관 등이 창출한 기초·원천 R&D(연구·개발) 성과를 기업에 중계하는 기술 사업화 전문기관이다. 지난해 11월 부임한 조용범 원장은 건국대 전자공학과 교수 재직 시절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기술이전에 성공한 경험 등 이 분야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이다.
◇“미래 시장 선점하려면…테마형 R&D 발전시키야”=조 원장은 얼마 전 일본에서 연구 중인 후배와 만났던 얘기를 꺼냈다. 그 후배는 2003년 멀티프로세서의 발전으로 쿨링 기술이 화두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초소형 기기에 적용할 수 있는 쿨링 시스템 연구 아이템을 국내 대기업에 제안했다. 하지만 그 때마다 번번이 거절당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 일본에서 3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러브콜을 받는다. 당시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았던 이 기술 분야는 14년 뒤 배터리 발화로 ‘갤럭시노트7’ 단종된 이후 새롭게 조명을 받고 있다.
“한국에선 너무 앞선 기술이라 해서 투자에 선뜻 나선 기업이 없었다고 해요. 앞으로 5년간 디지털 기기는 지금보다 더 작고 복잡해지면서 적합한 쿨링시스템을 찾지 못해 시스템이 셧다운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할 거예요. 일본은 이런 신시장을 제대로 예측한 거죠.”
조 원장은 테마형 R&D를 체계적으로 발전시켜나갈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연구자들은 트렌드에 민감해요. 미국에서 A라는 연구가 추진되고 있다면 한국 연구자들도 곧바로 연구그룹을 조직해 기초·원천연구를 시작하죠. 아마 인공지능(AI) 연구도 5년 전부터 시작했을 거예요. R&D 창고(국가과학기술지식정보서비스)를 한번 찾아보세요. 관련 논문이 있을 겁니다. 만일 그때부터 투자를 과감하게 진행했다면 지금쯤은 국내에서도 머신러닝(기계학습) 등은 보편화된 기술이 됐을 거예요. 하지만 현실은 이세돌과 알파고(구글 AI) 대국이란 이벤트가 투자붐으로 일으켰죠. 좀 더 체계적으로 미래 시장을 내다보고 정부·민간기업의 R&D 투자를 유도하는 예측 기반이 필요합니다.”
◇다양한 기술사업화 지원 모델 만든다=조 원장은 기술 사업화를 비롯해 국내 기술을 통한 해외 창업 등을 촉진하기 위해 앞으로 다양한 모델을 수립해 나갈 계획이다. 최근 ‘B2G2B’(정부를 통한 기업 대 기업)라는 다소 생소한 모델을 기획해 적용한 바 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진흥원이 지난해 11월 기초·원천기술에 대한 해외 기술 사업화를 위해 중국과학원 선전첨단기술연구원과 맺은 MOU(업무협약)가 바로 그 형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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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진출에 있어 기업이 홀로 들어가는 B2B(기업 대 기업)보다는 정부가 함께 들어가는 B2G2B 형태가 상대적으로 위험요소를 최소화할 수 있는 효율적인 방법이죠. 특히 시장 진출이 예전보다 어려워지고 있는 중국은 더욱 그렇다고 봅니다.”
조 원장은 또 하나의 새로운 사업구상을 하고 있다. “아시다시피 기술 창업의 가장 큰 실패요인 중 하나는 ‘펀딩’이죠. 아직은 부처별 진흥원에 ‘맞춤형 기술’을 추천하고 지원토록 하는 루트가 없어요. 우리는 미래부 기초원천연구성과의 기술사업화 촉진을 위해 각 부처의 기술사업화 전문기관과 협력할 예정입니다. 이를 통해 R&BD에 대한 업무역량을 신시장 창출, 마케팅 분석 등에 더 활용함으로써 기술 사업화 실패율을 더 낮출 수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