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퀴리부인도 희생…라돈 실체는?

[MT리포트]퀴리부인도 희생…라돈 실체는?

류준영 기자
2018.05.18 15:31

[라돈 포비아]폐암·위암·피부암 등 유발하는 방사선기체…공기보다 9배 무거워 실내 축적되기도

국내 유명 침대회사인 대진침대 제품에서 방사성 물질인 ‘라돈(Rn)’이 다량 검출되면서, 그 위험성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고 있다. 라돈이 검출된 건 침대 매트리스에 쓰인 음이온 파우더였지만, 사실 라돈은 우리가 숨쉬는 공기 중에 다량 포함돼 있는 아주 흔하고 위험성이 큰 물질이다.

일명 ‘침묵의 살인물질’이라 불리는 라돈은 ‘무색·무미·무취’의 특성을 지닌다. 토양이나 암석에 존재하는 우라늄(U-238)이 몇 단계 방사선 붕괴를 거듭한 후 생성되는 천연 방사성 기체물질이다.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암연구센터(IARC), 미국환경보호청(EPA) 등은 라돈을 폐·기관지에 폐암 등 각종 질병을 일으키는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하고 있다. 폐조직을 손상시켜 폐암을 일으키는 원인 2위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수년간 고동도 라돈에 노출시 폐암에 걸릴 확률이 적게는 20배, 많게는 100배 가까이 증가한다.

최근 들어선 폐암 뿐 아니라, 피부암과 라돈에 오염된 지하수를 통해 위암 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나온다. 스위스 열대및공중보건연구소(TPH)는 라돈에서 나오는 방사성 알파 분자들이 폐 조직 뿐만 아니라 피부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보고서를 최근 내놨다. TPH 연구진에 따르면 라돈 기체의 알파 분자가 에어로졸(미세연무질) 형태로 피부에 붙어 발암효과를 일으킨다.

라돈의 위험성은 역사서에도 잘 나타나 있다. 라돈은 우라늄과 토륨이 붕괴되면서 라듐(Ra)을 거쳐 생성된다. 라듐은 ‘퀴리 부인’으로 알려진 여성과학자 마리 퀴리가 1898년 발견한 것이다. 마리 퀴리는 이 공로로 1903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으며, 라듐에 대한 연구를 거듭해 1911년에는 노벨 화학상까지 받았다.

외부 에너지를 받지 않고 스스로 빛을 방출하는 이 물질은 만병통치약으로 잘못 알려지면서 로션이나 기침약에 섞어 쓰이기도 했고, 젊은 아가씨들 사이에선 손톱·입술·치아를 관리하는 미용품으로 애용됐다.

그리고 수년 뒤 라듐을 바른 젊은 여성들은 이빨과 머리카락이 빠지는 현상이 나타났고 결국 세포조직 사멸로 사망했다. 퀴리도 1934년 백혈병으로 숨을 거둘 무렵, 백내장에 걸려 앞을 거의 보지 못했다. 십수년간 라듐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과도한 방사선에 노출된 결과다.

라돈 기체는 주로 콘크리트, 석고보드, 석면 슬레이트 등 건축자재 중에 주로 존재하며 건물 벽과 바닥의 미세한 균열, 지하실의 갈라진 바닥이나 파이프관의 갈라진 틈 등을 통해 스며나온 뒤 담배, 석면과 같이 호흡을 통해 몸속에 유입된다. 전문가들은 “노후된 공공시설, 단독주택일수록 위험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2012년 서울도시철도공사 설비직원과 역무원이 폐암으로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3년 후 역학조사를 통해 라돈이 발병원인으로 밝혀진 바 있다.

라돈의 안전기준치는 140베크렐(Bq)/m3로 잡고 있으며, WHO는 100베크렐(Bq)/m3, 우리나라의 경우 다중이용시설은 148베크렐(Bq)/m3, 신축은 200베크렐(Bq)/m3로 규제하고 있다. 라돈은 주로 화강암에서 방출된다. 한국은 화강암이 많은 지질적 특성 때문에 라돈 오염도가 세계평균치(39베크렐) 보다 높은 55베크렐이며, 수치가 높아지는 겨울철 측정치로는 100베크렐이 나오기도 한다.

라돈은 특히 겨울철에 더 노출되기 쉽다. 라돈은 공기보다 9배 가량 무거워 바닥에 깔린다. 겨울철 실내 환기의 횟수가 줄어들고 기압 차이가 발생하면 집 내부에 축적돼 라돈 측정 수치가 올라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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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준영 기자

·머니투데이 유니콘팩토리(미래사업부) 차장 ·한국과학기자협회 이사 ·카이스트 과학저널리즘 석사 졸업 ·한양대 과학기술정책대학원 박사과정 ·2020년 대한민국과학기자상 ·(저서)4차 산업혁명과 빅뱅 파괴의 시대(공저, 한스미디어) ■전문분야 -벤처·스타트업 사업모델 및 경영·홍보 컨설팅 -기술 창업(후속 R&D 분야) 자문 -과학기술 R&D 정책 분야 컨설팅 -과학 크리에이터를 위한 글쓰기 강연 -에너지 전환, 모빌리티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 자문 -AI시대 기술경영 및 혁신 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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