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드라마 ‘도깨비’의 주인공은 뺑소니 사고를 당한 임산부의 간절한 호소를 듣고, 인간사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는 도깨비세계의 금기를 깨고 저승사자로부터 그녀를 구한다. 그렇게 태어난 아이가 도깨비 신부다. 심각한 교통사고가 났는데 다친 사람은 구조요청을 할 수 없는 상황이고 주변에 아무도 없다면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는 최악의 경우일 것이다. 도깨비처럼 누군가의 신고가 없어도 치명적인 사고로부터 신속히 우리 인명을 구조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2012년 우리나라는 차량 1만 대당 사망자 수가 2.6명으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평균 1.1명에 비해 2배가 넘는다.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획기적으로 줄일 방안의 하나로서 여러 부처가 함께 ‘이콜(e-Call)’ 개발에 착수한 바 있다. 이콜은 첨단 긴급구난체계이다. 차량 운행 중 사고가 발생하면 자동차 내 센서가 자동으로 사고를 감지해 사고 정보를 중앙센터로 전송한다. 중앙센터는 119 등 구조 기관에 통지해 신속하게 인명을 구조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으로, 다부처 협력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정부는 이 서비스를 위해서 차량에 설치하는 단말기를 개발하고 사고의 심각도 등 정보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사물인터넷(IoT) 기반의 국내외 표준을 개발해야 했다. 모든 차량이 이 단말기를 장착하고, 사고정보의 전송을 의무화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법률과 제도 및 인증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었다.
이에 2015년 교통 관련 기술과 자동차 인증 및 관련 법률을 담당한 국토교통부와 사고 자동 감지 등의 ICT(정보통신기술) 개발 및 표준화를 담당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이 제안한 ‘차량 ICT 기반 긴급구난체계’ 과제를 채택해 약 5년간 양부처 공동으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경찰청 및 소방청, 병원, 보험사 등의 관계 기관들과 함께 포럼을 구성해 요구사항과 기술적용을 위한 논의를 진행하기도 했다. 우정사업본부의 관용차량을 대상으로 기술에 대한 실증을 완료했으며, 국토부는 안양시와 화성시에서 시험을 거쳐 필요한 법령을 개정할 예정이다. 이콜 서비스가 도입되면 골든타임 내 사고 대응 능력을 높여 교통사고 사망자가 연간 150여명은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처럼 부처간 협력을 통한 사회문제 해결의 중요성이 점점 강조됨에 따라 기존의 부처간 공동사업 총괄·조정 뿐만 아니라 융합연구개발 활성화와 관련한 사항을 포함해 다부처 협력의 확대가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심의회의 산하에 다부처협력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단독 부처만이 아닌 여러 부처가 협력해 과학기술연구개발을 추진하도록 하고 있다.
우리 생활의 안전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사회문제는 단독 부처의 노력만으로는 그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기술 개발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법, 제도개선까지 이어져야 한다. 때문에 다부처 협력이 더욱 필요하다. 우리 사회의 크고 작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부처 협력이 꾸준히 확대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