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곱만한 벌레에서 노화늦출 단서 찾았다

눈곱만한 벌레에서 노화늦출 단서 찾았다

류준영 기자
2020.07.02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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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재·김경태 교수 주도…수명연장에 관여하는 에너지센서(AMPK) 자극하는 단백질(VRK1) 기전 규명

국내 연구진이 손톱보다 작은 벌레에서 노화를 늦출 단서를 발견했다.

한국연구재단은 이승재 카이스트(KAIST) 교수와 김경태 포스텍 교수 연구팀이 예쁜꼬마선충에서 세포 내 AMPK 효소를 활성화함으로써 수명연장을 돕는 새로운 장수유도 단백질(VRK-1)의 기전을 규명해냈다고 2일 밝혔다.

VRK-1-AMPK를 통한 수명 연장 모델.예쁜꼬마선충과 인간 세포에서 세포 내 에너지 결핍과 같은 장수 유도 신호에 의해 VRK-1이 활성화되면 AMPK를 인산화하여 수명을 연장시킨다/자료=이승재 교수
VRK-1-AMPK를 통한 수명 연장 모델.예쁜꼬마선충과 인간 세포에서 세포 내 에너지 결핍과 같은 장수 유도 신호에 의해 VRK-1이 활성화되면 AMPK를 인산화하여 수명을 연장시킨다/자료=이승재 교수

우리 세포는 에너지가 항상 일정한 수준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꾸준히 모니터링 하는데, 이 역할을 에너지 센서라 할 수 있는 AMPK 효소가 맡고 있다. 이를테면 공복이나 운동으로 세포 내 에너지 수준이 낮아지면 AMPK 효소가 활성화돼 세포 내 대사를 조절, 세포의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도록 지원한다.

생쥐나 초파리 등 다양한 모델생물에서 AMPK 활성 촉진을 통한 장수 유도가 보고된 바 있다. 하지만 AMPK를 직접적으로 활성화할 수 있는 상위 인자들은 연구됐지만, 장수와 관련한 상위 활성화 인자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었다.

연구팀은 VRK-1 인산화 효소가 수명 조절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고 그 기전을 알아보기 위해 예쁜꼬마선충을 이용했다.

예쁜꼬마선충은 토양에 서식하는 1mm 크기의 선충으로 약 40%의 유전자(DNA)가 사람과 유사하다. 수명이 3주에 불과해 장수 조절 연구에 적합하며, 실제 이를 이용한 다양한 노화조절유전자 100여 개가 밝혀진 바 있다. 인간의 VRK-1, AMPK 효소들이 예쁜꼬마선충에서도 잘 보존돼 있어 VRK-1과 AMPK의 기능과 작용기전을 이해하기에 적합하다.

VRK-1은 예쁜꼬마선충의 핵 내부에 존재한다.예쁜꼬마선충의 VRK-1을 초록 형광 단백질 (GFP)로 표지하여 장 세포 내 위치를 나타내었다. 장 세포의 VRK-1은 DNA 염색 (DAPI 염색)을 통해 나타내어진 핵과 동일한 위치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보아 핵 내부에 존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출처 : 한국과학기술원 이승재 교수
VRK-1은 예쁜꼬마선충의 핵 내부에 존재한다.예쁜꼬마선충의 VRK-1을 초록 형광 단백질 (GFP)로 표지하여 장 세포 내 위치를 나타내었다. 장 세포의 VRK-1은 DNA 염색 (DAPI 염색)을 통해 나타내어진 핵과 동일한 위치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보아 핵 내부에 존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출처 : 한국과학기술원 이승재 교수

연구팀은 예쁜꼬마선충에서 VRK-1은 세포 핵 내부에 존재하며, VRK-1가 과발현한 경우 수명이 증가했고, VRK-1 발현을 억제한 경우 수명이 감소하는 것을 발견했다. 이는 VRK-1의 기능이 장수를 유도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연구팀은 VRK-1이 장수를 조절하는 기전을 밝히기 위해, VRK-1이 조절하는 전사체(한 세포에 존재하는 RNA 분자의 합)를 분석했다. 그 결과 VRK-1이 조절하는 전사체 중 상당 부분이 AMPK가 조절하는 전사체와 동일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아울러 VRK-1에 의한 자극에 반응하지 않는 AMPK 돌연변이 예쁜꼬마선충에선 이 같은 수명연장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VRK-1이 장수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AMPK가 필수적임을 보인 것이다.

예쁜꼬마선충에서 VRK-1 단백질의 발현패턴 확인 예쁜꼬마선충에서 초록색 형광(GFP)으로 표지된 VRK-1 단백질(가운데). 파란색 형광(DAPI)은 세포의 핵을 표지(오른쪽)한 것으로 VRK-1 단백질은 예쁜 꼬마 선충의 다양한 조직에서 발현된다/자료=이승재 교수
예쁜꼬마선충에서 VRK-1 단백질의 발현패턴 확인 예쁜꼬마선충에서 초록색 형광(GFP)으로 표지된 VRK-1 단백질(가운데). 파란색 형광(DAPI)은 세포의 핵을 표지(오른쪽)한 것으로 VRK-1 단백질은 예쁜 꼬마 선충의 다양한 조직에서 발현된다/자료=이승재 교수

사람의 세포주를 이용한 연구에서도 VRK-1이 AMPK를 인산화함으로써 활성화한다는 것을 규명했다. 인산화는 세포가 에너지를 생산하는 과정을 말한다. 예쁜꼬마선충의 VRK-1도 AMPK를 인산화했다. 이는 VRK-1이 AMPK를 인산화함으로써 AMPK의 활성화를 유도하는 것이 여러 종에 걸쳐 잘 보존돼 있음을 의미한다.

(왼쪽부터)이승재, 김경태 교수/사진=한국연구재단
(왼쪽부터)이승재, 김경태 교수/사진=한국연구재단

이 교수는 “VRK-1 인산화 효소가 장수를 유도하는 인자라는 것을 처음으로 밝혀 새로운 장수 유도 인자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또 “VRK-1은 예쁜꼬마선충뿐 아니라 인간에게도 잘 보존되어있기 때문에 VRK-1의 기능을 조절해 인간의 노화와 장수를 이해하고 조절하는 기전을 밝히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이번 연구는 VRK-1이 AMPK를 직접 인산화한다는 점을 밝혀, AMPK 활성을 조절하는 새로운 인자로서 VRK-1을 발굴했다는 점이 중요하다”면서 “VRK-1 기능 조절을 통한 AMPK 활성화 조절을 통해 노화 및 다양한 질환의 치료에 응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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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준영 기자

·머니투데이 유니콘팩토리(미래사업부) 차장 ·한국과학기자협회 이사 ·카이스트 과학저널리즘 석사 졸업 ·한양대 과학기술정책대학원 박사과정 ·2020년 대한민국과학기자상 ·(저서)4차 산업혁명과 빅뱅 파괴의 시대(공저, 한스미디어) ■전문분야 -벤처·스타트업 사업모델 및 경영·홍보 컨설팅 -기술 창업(후속 R&D 분야) 자문 -과학기술 R&D 정책 분야 컨설팅 -과학 크리에이터를 위한 글쓰기 강연 -에너지 전환, 모빌리티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 자문 -AI시대 기술경영 및 혁신 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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