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1년,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의 365일]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바(bar)' 형태 스마트폰 시대를 연 주역이다. 2001년 시스템 반도체 표준인 '벌크 핀펫' 기술을 KAIST(한국과학기술원)와 함께 개발했다. 이 기술은 모든 스마트폰 AP(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에 적용된다. 이 장관이 삼성전자는 물론 미국의 인텔·애플 등에서 받은 로열티 수익은 2012~2017년 160억여원으로 알려졌다.
남부러운 것 없는 반도체 석학이 공직에 복무하게 된 계기는 '야인' 시절 윤석열 대통령과의 만남이었다. 2021년 5월 17일 윤 대통령은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를 찾았고, 당시 소장이 이 장관이었다. 1년 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내각에 합류한 그는 오는 10일로 장관직 수행 1년을 맞이한다.
이 장관 스스로도 한 사람의 '학자'에서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를 찾는 '과학기술 수장'으로 거듭난 365일이었다. 오랜 기간 통풍을 앓은 탓에 때때로 걸음걸이도 편치 않지만, 취임 후 그가 찾은 연구·산업 현장은 무려 169곳, 이틀에 한 번꼴의 현장 행보를 소화했다. 히 과학기술·ICT 관련 연구·산업 현장, 그곳에서 느낀 막중한 책임감과 가슴 뭉클한 애국심이 그의 성장을 이끌었다.

이 장관에게는 취임 초부터 중요한 책무가 주어졌다. 2021년 10월 한국형발사체 누리호(KSLV-II)는 1차 발사를 통해 목표 고도(700㎞)까지 위성모사체를 쏘아 올렸지만, 궤도 안착에는 실패했다. 그래서 작년 6월 21일 2차 발사는 성공 외 다른 선택지는 없는 미션이었다. 무거운 책임감으로 고흥 나로우주센터를 찾았던 이 장관이었지만, 마침내 "누리호 발사 성공"을 직접 선언하는 영광을 경험했다. 한국이 1톤급 실용위성을 자력 발사할 수 있는 '7대 우주강국'으로 도약한 순간이었다.
또 작년 8월 5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 케이프커내버럴 우주기지에서도 이 장관은 "다누리 발사 성공"을 발표할 수 있었다. 그는 누리호·다누리 발사 현장을 지켜보며 "소름 돋을 정도로 깊은 감동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동시에 막중한 책임감도 느꼈다. 지금까지 '위성·발사체' 개발에 주력해 왔다면, 누리호·다누리로 가시적인 성과를 낸 만큼 앞으로는 민간 우주산업 성장의 견인과 우주 탐사로 목표를 확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연내 우주항공청 설립의 원활한 진행도 우주 경제 가속화를 위해 이 장관이 부여받은 또 다른 임무다.
'반도체'는 이 장관이 수십 년 간 열정을 쏟아 온 '전공'이다. 하지만 대학의 강단이 아닌 국무회의, 국회의원, 공무원을 대상 강연은 그에게도 낯선 경험이었다. '반도체 일타강사'의 첫 무대는 지난해 6월 7일 국무회의였다. 한덕수 국무총리,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주요 정부 수반들과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최상목 경제수석 등 대통령실 참모진이 빠짐없이 참석했다. 강연 주제는 '반도체에 대한 이해와 전략적 가치'였다.
같은 달 14일에는 국회로 무대를 옮겼다. 국민의힘 의원총회에 참석해 반도체 특강을 했다. 또 열흘 후에는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그해 7월 15일에는 외교부 직원을 상대로 강연했다. 강연 요청이 각계각층에서 쇄도하며 이 장관의 존재감도 커졌다. 하지만 이는 우리 경제를 떠받치던 반도체 산업의 위기가 심화했다는 반증이기도 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이 장관에게 '세계시장과 반도체 초격차를 확보하라'는 특명을 내렸다. 이 장관은 중장기적인 반도체 경쟁력 확보를 위한 '반도체 기술 로드맵'을 조만간 발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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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기정통부는 지난해 9월 28일 윤 대통령 주재로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비상경제 민생회의에서 '대한민국 디지털 전략'을 발표했다. 이는 윤 대통령이 발표한 '뉴욕 구상'의 정책 로드맵이었다. 앞서 윤 대통령은 1주일 전 뉴욕대 주최 포럼에 참석해 우리나라가 글로벌 디지털 혁신을 선도하겠다는 내용의 '뉴욕 구상'을 제시한 바 있다. 이 장관이 제시한 목표는 두루뭉술하지 않았다. 윤석열 정부가 임기를 마치는 오는 2027년까지 전세계 디지털 경쟁력 3위, AI(인공지능) 경쟁력 3위, 디지털 인프라 1위' 국가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대한민국 디지털 전략은 뉴욕구상을 국가 차원의 정책으로 마련한 것"이라며 "정부 역량을 총결집해 추진해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만들어 내는 것은 물론 디지털 혁신 모범국가로서 그 성과를 전 세계 시민들과 함께 공유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단순 디지털 기술 강국을 넘어 디지털 모범 국가로의 위상을 확립할 수 있다는 이 장관의 자신감이 디지털 전략에 담겼다는 후문이다.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