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한국 물리학계 첫 여성 '석학'이라고요?…깜짝 놀랐죠"

"제가 한국 물리학계 첫 여성 '석학'이라고요?…깜짝 놀랐죠"

박건희 기자
2026.01.23 13:37

나노 물성 연구 대가 김현정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
韓 물리학계 첫 여성 한림원 정회원 선출

2026년 과학기술한림원 정회원에 선출된 김현정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 /사진=서강대학교
2026년 과학기술한림원 정회원에 선출된 김현정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 /사진=서강대학교

"깜짝 놀랐죠. 한국과학기술한림원(한림원이) 설립된 지 30년이 지났는데 제가 물리학 분야 첫 여성 정회원이라니, 어깨가 무겁습니다."

지난 22일 오후 서울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열린 한림원 2026년 신년 S&T(과학기술) 융합 포럼·신입회원패 수여식에 참석한 김현정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 주변으로 수많은 동료 학자들이 몰려와 축하 인사를 건넸다. 꽃다발을 들고 행사장을 찾아온 연구실 학생들도 여럿이었다.

한림원은 한국 과학기술 분야 최고 석학 단체다. 전공 분야에서 20년 이상 경력을 쌓은 학자 중 과학기술 발전에 대한 공로를 두루 인정받아야만 정회원이 될 수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석학에 등재된 셈이다. 한림원 석학은 중대한 국가 과학기술 정책을 결정할 때 정부·국회에 자문을 제공한다.

김 교수는 최근 한림원 정회원에 선정됐다. 물리학계가 배출한 첫 여성 회원이다. 김 교수는 방사광가속기와 X-선 관찰을 통해 머리카락보다 얇은 나노 단위에서 원자 수준의 변화와 움직임을 규명해왔다.

22일 오후 서울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열린 한국과학기술한림원(한림원) 2026년 신년 S&T(과학기술) 융합 포럼 및 신입회원패 수여식 현장 /사진=박건희 기자
22일 오후 서울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열린 한국과학기술한림원(한림원) 2026년 신년 S&T(과학기술) 융합 포럼 및 신입회원패 수여식 현장 /사진=박건희 기자

김 교수는 수여식 직전 머니투데이와 만나 "(첫 여성 회원이라는 사실을) 주변에서 말해줘서야 알게 됐다"며 "정말 깜짝 놀랐다"고 했다. 한림원이 1995년 설립됐는데, 30여년간 물리학계에서 여성 회원이 한 번도 배출되지 않았을 리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학계에서 정교수·연구원 등으로 자리잡은 여성 물리학자는 많지 않다. 김 교수는 "한국 물리학계 여성 교수 비율은 10% 미만, 연구소에서 근무하는 분을 합쳐도 약 13%에 머무르는 수준이었다"고 했다. 그런데 물리학을 시작하는 여학생 수가 절대적으로 적은 건 아니다. 김 교수는 "최근 조사에 따르면 물리학과 학생 중 여성의 비율이 약 30%로 상당히 고무적이었다"고 했다. 또 "지금은 우리 학교(서강대)만 해도 물리·화학·수학·생명과학을 포함한 자연과학부 전체 학생의 절반 이상이 여학생"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학부생에 비해 연구자 비율이 낮은 건 인생의 어느 단계에서 연구를 이어갈 수 없는 제약을 맞닥뜨린다는 의미"라며 "우선 기초과학 자체를 꾸준히 지원하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하고 여성 연구자 측면에서는 결혼·출산·육아와 같은 대표적인 경력단절 시기를 무사히 지나 연구를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포항 방사광가속기
포항 방사광가속기

한편 김 교수는 정부 방사광운영위원회 위원장이자 과학기술 정책 최고 자문위인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심의위원이다.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여성과총) 국제협력위원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수여식이 열린 이날도 미국 스탠퍼드대 가속기연구소에서 학술 자문을 요청해 원격 발표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바쁜 연구·교육에 외부 활동까지 병행하는 이유에 대해 김 교수는 "학계 네트워크를 넓혀야 후배 연구자들이 더 좋은 시설에서 더 많은 연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전 세계적으로 뛰어난 성능의 가속기를 운영하는 기관이 많지만, 엄격한 심사를 거쳐야 '빔 타임'(조사 시간)을 얻을 수 있다. 이때 네트워크가 중요하다. 신청자가 신뢰할만한 연구자임을 누군가가 계속 알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물리학자 자체도 많지 않지만, 여성 물리학자는 더욱 소수"라며 "그런 소수의 인재가 물리라는 분야에 과거보다 좀 더 쉽게 도전할 수 있도록 연구 기반을 다지는 게 저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기초과학은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향후 좋은 응용 기술로 발전할 수 있는 바탕의 학문"이라며 "순수한 호기심과 궁금증으로 연구를 시작한 기초과학자들이 성장 단계에서 여러 가지를 성취할 계기를 많이 만들어주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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