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학연구원

음식물 찌꺼기나 모래 같은 각종 고형물이 섞인 시료에서 복잡한 전처리 없이 오염 물질을 바로 추출하는 기술을 국내 연구진이 개발했다. 향후 식수 안전 관리, 의약품 잔류물 분석 등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화학연구원(화학연)은 김주현 화학소재연구본부 선임연구원 연구팀이 유재범 충남대 교수 연구팀과 함께 '미세유체 기반 분석 장치'를 개발했다고 8일 밝혔다. 연구 성과는 국제 학술지 'ACS 센서'에 지난해 12월 표지 논문으로 실렸다.
일상 속 식품이나 각종 환경 시료에는 사람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오염물질이 섞여 있을 수 있다. 어떤 오염물질이 얼마나 섞여 있는지 측정하려면 시료 속에서 목표 물질만 골라 농축하는 전처리 과정이 필요하다. 시료 속에 있는 모래나 각종 찌꺼기 같은 고형물을 미리 여과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방법을 토양 오염수나 하천 퇴적물같은 시료에 적용하는 건 쉽지 않았다. 고형물을 제거하는 데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고 그 과정에서 분석의 신뢰성도 떨어졌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오염 물질을 추출하는 액적(작은 크기의 액체 방울)을 작은 칩에 담는 미세 유체 장치를 고안했다. 흐르는 물 옆에 작은 스펀지를 붙여 물속 색소만 스펀지에 스며들게 한 뒤 나중에 스펀지를 떼어내는 방식과 유사하다. 추출용 액적을 시료에 두면, 오염물질만 빠르게 흡수한다. 액적을 떼어내 분석하면 오염물질의 양과 성분을 알 수 있다.
연구팀은 장치를 이용해 최근 유럽에서 환경 문제를 일으키는 물질로 규제받기 시작한 '과불화화합물'(PFAS)과 항경련제 성분인 '카바마제핀'을 검출하는 데 성공했다. 모래가 섞인 흙탕물에서도 별도의 여과 과정 없이 한 번에 오염 물질을 추출했다. 특히 PFAS의 경우, 장치를 적용한 후 5분 안에 분석 신호가 검출되는 성능을 보였다.
연구팀은 "이번 기술은 분석 자동화와 소형화에 적합한 플랫폼 기술로 향후 환경 오염 모니터링, 식품 잔류농약 검사, 의약·바이오 시료 분석 등 다양한 산업 분야로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연구는 화학연 기본사업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초연구실 지원사업, 한-스위스 이노베이션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