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네덜란드병' 안돼"…'반도체 대박' 초과 세수, 이렇게 쓰면 망해

"한국은 '네덜란드병' 안돼"…'반도체 대박' 초과 세수, 이렇게 쓰면 망해

박건희 기자
2026.07.07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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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실연 '반도체 초과 세수 어떻게 쓸 것인가' 정책토론회
"혁신 기업 주도하는 '독립적 조인트벤처' 필요"
"부족한 기초연구 투자 '갭' 메울 기회"

코스피 지수가 전인미답의 9000선 고지를 돌파한 6월 18일 오후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코스피 종가를 배경으로 축하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코스피는 이날 전일 대비 199.60포인트(2.25%) 오른 9063.84에 장을 마쳤다.  한국 증시는 반도체 대형주의 폭발적인 상승세에 힘입어 지난 5월 26일 장중 8000선을 돌파한 후 불과 16거래일 만에 천의 자리를 바꾸며 '9천피' 시대에 진입했다.  /사진=뉴스1
코스피 지수가 전인미답의 9000선 고지를 돌파한 6월 18일 오후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코스피 종가를 배경으로 축하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코스피는 이날 전일 대비 199.60포인트(2.25%) 오른 9063.84에 장을 마쳤다. 한국 증시는 반도체 대형주의 폭발적인 상승세에 힘입어 지난 5월 26일 장중 8000선을 돌파한 후 불과 16거래일 만에 천의 자리를 바꾸며 '9천피' 시대에 진입했다. /사진=뉴스1

반도체 호황으로 발생한 초과 세수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려면 정부의 의사결정 구조에서 자유로운 특수법인을 신설해 과감한 투자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는 제언이 과학기술계에서 나왔다. 또 대규모 전략기술 대신 장기적 투자가 필요한 기초연구에 추가 재원을 투입할 기회라는 전망도 제시됐다.

7일 바른 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과실연)이 주최한 '반도체 초과 세수 어떻게 쓸 것인가' 정책토론회에서 과학기술정책 전문가들은 이처럼 말했다. 과실연은 2005년 창립한 과학기술 분야 대표 시민단체다.

안준모 과실연 상임대표(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네덜란드병'이 한국에서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네덜란드병은 가스 등 천연자원의 호황으로 뜻밖의 횡재를 거둔 국가가 자원에만 의존하다 결국 다른 산업군의 수출 경쟁력을 악화시키는 현상을 말한다. 1950년대 천연가스전을 발견한 네덜란드가 '반짝 호황' 끝에 몰락의 길을 걸은 데서 유래됐다.

네덜란드병 극복한 대표적인 사례가 노르웨이다. 노르웨이는 북해 유전을 통해 얻은 막대한 약 1.4조 달러 규모의 자금을 국부펀드로 전환했다. 펀드 운용은 정치적으로 독립된 전문 조직인 'NBIM'(노르웨이 은행 투자운용단)에 맡겼다. NBIM은 미래세대를 위해 원금(적립금)은 절대 건드리지 않되, 투자를 통해 얻은 실질수익률만큼만 투자한다는 철저한 원칙하에 움직인다. NBIM 보고서에 따르면 NBIM은 지난해 기준 전 세계 상장기업 주식의 평균 1.5%를 보유 중이다.

2025년 말 기준 NBIM이 펀드 운용으로 벌어들인 투자수익률을 나타낸 그래프 /사진=NBIM
2025년 말 기준 NBIM이 펀드 운용으로 벌어들인 투자수익률을 나타낸 그래프 /사진=NBIM

안 대표는 "대기업, 스타트업 등 가리지 말고 혁신 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민관 협력 투자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일종의 합동 특수법인 조인트벤처를 설립해 정부와 기업이 위험을 공유하는 성과 중심의 공동 투자 체계를 조성하자는 것이다. 무엇보다 정부 체계 특유의 경직성을 벗어나 기술 발전 속도에 맞춰 투자하기 위해 민간의 판단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초과 세수에 대한 별도의 법적 근거가 반드시 선제 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현행법에 따라 초과 세수 발생 시 늘어난 내국세의 20.79%는 자동으로 교육교부금에 추가 배정된다. 이 금액은 전국 초·중·고등학교의 교육 재원으로 투입된다. 대학 등 고등기관의 교육 및 R&D 연구에는 쓰이지 않는다. 또 국가재정법은 세계잉여금(정부가 1년 동안 쓰고 남은 돈)의 30% 이상을 공적자금상환기금에 배분하도록 하고 있다. 교부세와 공적자금출연을 제외한 잔액의 30% 이상은 국가 부채를 상환하는 데 써야 한다.

이동규 서울시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렇게 기존 구조에 따라 (초과 세수를) 소진하고 나면 사실상 남는 게 없다"며 "지출 구조를 좀 더 합리적으로 바꿀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포항 방사광가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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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반도체 특별 세수 증가분'을 별도 항목으로 규정하는 내용의 법안을 입법하고, 이에 따라 기금화한 자금은 R&D, 연구 인프라, 딥테크 모험자본에 투자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줄 것을 제안했다.

이번 초과 세수가 장기적 투자가 필요한 기초연구와 과학기술 인재에 투자할 '마지막 기회'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주원 성균관대 DMC공학과 교수는 "(초과 세수를) 국가연구비로 투자할 수 있다면 그 분야는 기초연구가 어떨까 한다"고 했다. 그는 "정부와 기업이 함께 다양한 과학자를 지원하는 국가인재프로그램을 만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했다. 신동욱 건국대 바이오융합과학부 교수도 "기초연구 투자를 확대할 기회"라며 "인재를 유치하려면 무엇보다 안정적인 연구 기반을 마련해야 하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기초연구 과제 수를 좀 더 확대해 2027년을 도약의 원년으로 삼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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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정보미디어과학부 박건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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