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간 '죽지 않는' 극한 환경용 베타전지 국내 최초 실증

50년간 '죽지 않는' 극한 환경용 베타전지 국내 최초 실증

박건희 기자
2026.07.2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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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기연구원 차세대반도체연구센터·국립경국대
'탄화규소(SiC) 반도체 기반 베타전지' 국내 최초 실증
충전·교체 없이 50년 이상 스스로 전기 생산
15 MeV(메가전자볼트)급 '방사선 폭우' 실험도

 서재화 한국전기연구원 선임연구원이 탄화규소(SiC) 반도체 기반 베타전지를 실증하는 모습 /사진=한국전기연구원
서재화 한국전기연구원 선임연구원이 탄화규소(SiC) 반도체 기반 베타전지를 실증하는 모습 /사진=한국전기연구원

국내 연구팀이 우주·심해 등 극한 환경에서 충전이나 교체 없이 50년 이상 스스로 전기를 만들어 내는 '베타전지'를 국내 최초로 실증했다. 나아가 강한 방사선이 쏟아지는 우주에서 베타전지가 맨몸으로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 증명할 데이터도 확보했다.

한국전기연구원은 서재화 차세대반도체연구센터 선임연구원 연구팀이 윤영준 국립경국대 교수 연구팀과 공동연구를 통해 '탄화규소(SiC) 반도체 기반 베타전지'를 실증했다고 26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에너지 분야 국제 학술지 '인터내셔널 저널 오브 에너지 리서치'(International Journal of Energy Research)에 실렸다.

베타전지는 방사선 물질에서 나오는 전자(베타선)를 반도체가 흡수해 전지로 바꾸는 전원 장치다. 태양 빛 같은 외부 빛 공급이 없어도 전력을 만들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우주, 심해, 지하 등 방사성 물질만 있으면 어디에서든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다만 기존 베타전지 기술은 전기를 모으는 효율이 낮고, 특히 국내에는 방사성 물질을 안전하게 다루며 성능을 잴 수 있는 시설이 부족해 실증에 제약이 있었다.

전기연은 기존 실리콘 반도체보다 열과 방사선에 훨씬 강한 '탄화수소'를 핵심 소재로 선택하고, 전기 변환 효율을 최고로 끌어올릴 수 있도록 반도체 구조를 'p-i-n 다이오드'로 설계했다. p-i-n 다이오드는 전류를 한 방향으로만 흐르게 하는 반도체 구조다. 양이온이 많은 p형 반도체와 음이온이 많은 n형 반도체 사이에 전하가 없는 영역을 넓게 둬 전기 생산 효율을 극대화했다.

이어 실제 베타선 원료인 '니켈-63(Ni-63)'을 확보하고, 국내 최초로 전용 측정 설비를 구축했다. 이를 기반으로 반도체와 방사성 물질을 결합한 결과, 160 μW/㎝²(제곱센티미터당 160 마이크로와트·마이크로와트는 100만분의 1와트)의 전력이 생산됐다. 이 전기로 저전력 LED(발광다이오드) 빛을 밝히는 시제품까지 완성하는 데 성공했다.

니켈-63의 수명 특성을 고려하면 아주 적은 전력을 필요로 하는 기기에 적용할 때 전지 교체 없이 50년 이상 작동할 수 있는 가능성을 입증한 것이다. 전기연은 "과거 국내에 보고된 실험 결과보다 6만 배 이상 향상된 수치"라며 "국내 역사상 최고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전기연이 국내 최초로 개발·실증하는 데 성공한 SiC 반도체 기반 베타전지 시제품의 모습 /사진=한국전기연구원
전기연이 국내 최초로 개발·실증하는 데 성공한 SiC 반도체 기반 베타전지 시제품의 모습 /사진=한국전기연구원

방사성 물질을 반도체 표면에 빈틈없이 얇고 고르게 바를 경우, 0.85 mW/㎝²(제곱센티미터당 0.85 밀리와트)의 출력전력 밀도와 단위 셀 기준 20μW 이상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는 점도 추가로 확인했다. 기존 국내 단위 셀 출력 목표치 대비 약 4200배 높은 수치다.

나아가 우주선이 겪을 수 있는 강력한 방사선 환경을 모사하기 위해 15MeV급 양성자를 전지에 직접 쪼이는 실험을 진행했다. 15 MeV는 우주 한복판의 '방사선 폭우'를 맨몸으로 견뎌내는 정도의 방사선 환경이다. 연구팀은 이런 극한 환경에서 전지가 어떻게 버티는지를 수치화했다. 실제 우주 임무에 베타전지를 적용할 때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연구팀은 윤 교수팀과의 협업을 통해 AI(인공지능) 예측 모델을 구축, 실제 전지의 출력과 전압을 98~99% 수준의 높은 정확도로 예측하는 데도 성공했다. 최적화 설계에 드는 시간을 크게 줄인 셈이다.

서 선임연구원은 "베타전지는 전기차처럼 큰 힘을 내는 전지라기보다는 사람의 접근이 힘든 곳에서 수십 년 동안 정비 없이 아주 작은 전력을 꾸준히 공급하는 초장수명 전원이라며 "국방 무인 감시 센터나 우주, 심해의 비상 신호기(Beacon)를 50년 이상 스스로 작동하게 할 핵심 동력이 될 것"이라고 했다. 윤 교수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이나 기초 연구 수준을 넘어 실제 소자의 제작·측정·시제품 실증, AI 설계 예측까지 완성했다"고 의의를 밝혔다.

연구팀은 베타전지 제조 기술과 측정 기반을 바탕으로 관련 특허를 출원했다. 향후 우주항공, 방위산업 분야 기업과 협력해 기술이전 및 공동 제품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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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정보미디어과학부 박건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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