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법, 동네의원 살린다 명목으로 'U헬스' 원천불허…미국은 U헬스 예산만 8억불
2005년 개봉한 영화 '아일랜드'에는 주인공 링커-6 에코가 매일 아침 벽에 달린 액정화면을 통해 "나트륨 섭취를 줄이고, 식이요법을 하라"는 식으로 메시지를 전달받는 장면이 나온다. 스마트 변기가 그의 소변을 자동 분석해 과다 섭취한 성분을 알려주는 것이다.
이처럼 병원을 직접 찾지 않아도 진단과 처방이 가능한 의료서비스를 일명 'U 헬스케어(이하 U 헬스)'라고 부른다. 여기서 U는 유비쿼터스(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네트워크에 연결할 수 있는 환경)를 말한다.
U 헬스는 초고속 인터넷과 의료기기 기술이 결합한 것으로 이것이 보편화되면 사람들에게 엄청난 의료서비스 기회가 제공된다. 일부에서는 U헬스를 의료서비스의 산업혁명이라고 부를 정도다. 보건·의료업계와 IT, 솔루션, 장비산업에 이르기까지 꼬리에 꼬리를 문 파급이 일어날 수 있다.
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한국에서 U헬스가 도입되면 최초 5년동안 U헬스 산업 규모만 1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링커-6 에코는 등장하지 못할 수 있다. 기술적 측면에서는 당장 가능하지만 관련 법률이 산처럼 가로막고 있어서다.

◇'동네의원 살린다'고 의료법으로 U헬스 막아=U 헬스의 핵심은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해 먼 곳에 있는 환자를 의사가 원격 진료하는데 있다.
그러나 현행 의료법 34조는 이처럼 의사가 환자를 직접 만나지 않고 진료하는 것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으로 진료나 처방을 받는 것도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한국에서는 U 헬스 산업이 운동이나 식습관 정도를 관리해주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의사 입장에서는 U 헬스를 해준다고 해도 의료법 상 진료비를 받을 수도 없다. 의사가 환자를 원격으로 진료해 준 것은 건강보험 상 진료비 인정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의료법이 원격 진료를 가로막는 더 기막힌 이유는 따로 있다. 만약 U 헬스가 가능해진다면 1차 의료기관인 동네의원이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다. 이 때문에 동네의원을 살리기 위해 21세기에 U 헬스를 막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헌성 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U 헬스가 시행된다면 월 2만원 정도를 지불할 용의가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까지 나온 상태"라며 "이런 분위기라면 정부 차원에서 U 헬스를 대세로 받아들이고 의료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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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교수는 "U 헬스가 도입되면 심혈관 질환이나 당뇨병의 경우 환자 상태를 수시로 파악할 수 있어 질환 예방 효과가 상당할 것"이라며 "건강보험료가 많이 나가는 이들 질환을 줄일 수 있다면 장기적으로 건강보험 재정을 아낄 수 있고 동네의원 지원 예산도 늘릴 수 있다"고 했다.
◇미국은 15년전 U 헬스 허용, 정부 예산만 8억불=이미 미국과 유럽, 일본 등은 원격 의료나 휴대폰을 활용한 U 헬스를 활발하게 도입하고 있다. 미국은 1997년 연방원격의료법을 제정해 원격진료를 허용했고 오바마 정부는 U 헬스 예산만 8억 달러를 집행하고 있다. 일본도 원격의료와 진료비 전자청구를 법적으로 풀어줘 병원마다 U 헬스를 다양하게 서비스하고 있다.
U 헬스는 시장 선점 관점에서도 추진되야 한다. 세계 U 헬스 시장 규모는 2007년 1058억달러에서 내년에는 2540억달러로 급증할 전망이다. 그러나 한국 기업들은 이 막대한 시장을 접근조차 못하고 있다.
국내 한 병원 관계자는 "U 헬스나 의료기기 시장은 신약 시장처럼 시장 선점이 핵심"이라며 "국내 U 헬스 시장이 로봇 수술장비 시장처럼 외국업체에 먹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국내 로봇 수술장비 시장은 미국 의료기기 업체가 만든 30억~40억원짜리 다빈치가 대부분 장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