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 장관,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잇따라 비만 술 대책
금연구역 확대와 담뱃값 인상, 담배 소송 등 담배를 향한 전방위 제제가 이제 술과 정크푸드(건강에 좋지 않은 인스턴트 식품)로 확산될 조짐이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최근 복지부 기자단과 만난 자리에서 "술에도 건강증진기금을 부과할 필요가 있는지 논의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고, 김종대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30일 "비만 문제에 적극 대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만성질환으로 인한 의료비 지출과 사회 경제적 부담이 급증하며 선진국에서는 이미 도입한 음주 규제 확대와 비만세 부과 등을 한국에서도 시급히 도입해야 한다는 배경이다.
◇흡연과 음주, 비만으로 인한 진료비…한해 6조6888억원=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 등 국민건강과 의료비 지출을 책임지고 있는 기관의 수장이 잇따라 술과 정크푸드 규제를 언급한 것은 이로 인한 건강 피해가 상당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보험정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흡연과 음주, 비만으로 인해 지출한 건강보험 진료비는 6조6888억원(2011년 기준) 규모다. 같은 해 전체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46조2379억원)의 14.5%, 국민총생산(GDP)의 0.6%에 해당하는 비용이다.
담배의 경우 후두암과 기관지 및 폐암, 파킨슨병 등의 발병율을 높여 한해 1조5633억원의 진료비 지출을 유발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술을 마시는 사람은 심장근육 이상과 다발성신경병, 만성 췌장염 위험이 높았고, 이로 인해 한해 2조4336억원의 진료비를 지출했다.
비만도 고혈압과 당뇨, 이상지질혈증, 허혈성 심장질환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2조6919억원이 쓰였다. 이들 질환으로 노동 생산성이 떨어지는 것까지 고려하면 사회 경제적 비용 부담은 이 수치를 더 웃돈다.
같은 이유로 복지부는 △금연구역 확대 △담뱃갑 경고그림 도입 △담뱃값 인상 등 담배 규제 정책과 함께 금주구역 확대, 술 광고 규제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건보공단은 국내 공공기관 처음으로 담배회사를 상대로 537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데 이어 건강검진 문진표에 정크푸드 섭취 빈도 등의 설문 항목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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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경우 정크푸드를 많이 섭취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간의 질환 빈도 차이 등을 면밀히 파악할 수 있게 되며 비만세 도입 근거도 포착할 수 있다. 빅데이터를 이용하면 담배회사처럼 인스턴트식품 제조업체에 소송을 제기하는 것도 가능하다.
◇인식 높지 않아 현실화 여부 미지수=만성질환자가 늘면서 이미 선진국들은 술, 담배, 정크푸드와 전쟁을 선포하는 추세다.
프랑스와 멕시코는 설탕에 세금을 부과해 소비를 억제하는 비만세를 도입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보드카 등 도수 높은 술을 즐기는 러시아도 음료로 분류했던 맥주를 주류로 분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비만세 논의는 이미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문형표 복지부 장관은 지난해 인사 청문회에서 서면답변을 통해 "비만 유발 식품 소비를 감소시킬 필요가 있다"며 "프랑스에서 실시하는 설탕세(비만세) 부과도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런 규제를 도입하려면 무엇보다 사회적 공감대가 필요하다. 국내의 경우 담배에 대한 제제가 필요하다는 인식은 높지만 술과 정크푸트 규제는 아직 사회적 인식이 높지 않다. 술 부담금이나 비만세 도입 등은 사실상 가격 인상 효과가 있어 물가 안정에 주목하는 경제부처나 국회에서 반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