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료기관 내부에서 진료거부 움직임…응급환자도 떠넘겨

폐렴 증상을 보이는 임신부가 정상 주수보다 일찍 아이를 낳은 후 폐렴 치료를 받기 위해 아이를 받아줄 NICU(신생아 집중치료실)를 찾고 있지만 석연찮은 이유로 타 병원들이 거부해 NICU를 찾지 못하는 안타까운 사례가 확인됐다.
이 산모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환자가 발생한 서울아산병원 환자이고, 메르스 증상 중 하나인 폐렴을 호소하고 있다. 임신부가 메르스 환자일 경우 '메르스 병원'으로 낙인찍힐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타 병원에서 전원을 거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메르스 낙인…폐렴 임신부 거부하는 병원10일 보건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아산병원이 폐렴증상을 보이는 임신부를 치료하기 위해 신생아를 받아줄 NICU를 수소문했지만 마땅한 자리를 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신부에게 질환이 생기면 아이의 주수를 고려해 분만 후 치료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임신 상태에서는 쓸 수 있는 의약품이 제한적이고 자칫 태아에 안 좋은 영향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산모의 의료진 역시 이 같은 치료 방법을 선택했지만 산모가 임신한 지 28주 정도 됐고 태아의 크기가 800g밖에 되지 않는다는 게 문제가 됐다. 미숙아로 태어난 아이는 건강에 문제가 있는 아이를 치료하는 NICU에서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현재 서울아산병원에는 비어있는 NICU 병상이 없었던 것. 병상이 있는 타 병원에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수소문 했지만 대부분의 병원에서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의료계 관계자는 "산모가 폐렴이 심해 아이를 낳은 후 치료하기로 결정했다고 들었다"며 "서울아산병원에는 NICU가 꽉 차 다른 병원의 베드를 찾는데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요즘 같은 상황에 메르스 위험이 있는 폐렴 산모를 받을 병원도, 메르스 위험 산모의 고위험 신생아를 받을 병원도 찾기는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공의료기관에서 진료거부 움직임=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의심 증상 탓에 신생아를 받아줄 병원을 못 찾은 임신부의 사연은 이와 관련된 특정 병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메르스 사태 이후 이미 일선 의료기관에선 의심 환자의 진료를 거부하고 서로 떠넘기는 사례가 속출한다. '메르스 병원' 낙인을 우려한 탓으로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통해 '의료계의 민낯'이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에 따르면 시가 운영하는 공공의료기관인 서울의료원의 한 의사는 병원 내 90명의 의사들에게 메르스 관련 진료를 하지 말자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 병원 내 의료진들 사이에서 메르스 진료 거부에 대한 집단 움직임 가능성이 포착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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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진료 거부는 서울의료원의 공식 입장은 아니다. 하지만 지역사회 방역의 최 일선을 책임진 서울의료원 의사가 진료 거부를 위한 실제 행동에 나섰다는 점은 문제가 크다는 지적이 의료계 내부에서도 나온다.
각 지역 민간 의료기관에서는 단순히 메르스 관련이 의심된다는 이유로 분초를 다투는 응급환자를 떠넘기는 상황마저 포착된다.
경기 지역 병원을 전전한 응급환자 A씨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10일 경기지역 한 언론에 따르면 지난 5일 수면제와 진통제 과다복용으로 쓰러진 40대 남성 A씨는 119 구급대원에 의해 경기도 화성의 한 대형병원 응급실로 이송됐지만 이 병원으로부터 중환자실이 폐쇄돼 환자를 받을 수 없다고 통보받았다. 이 병원은 메르스 관련 병원으로 추정된다.
이에 구급대원들은 곧바로 A씨를 수원의 한 대형병원 응급실로 재차 이송시키려 했지만 A씨가 메르스 확진환자가 나온 병원 응급실을 거쳤다는 이유에서 거부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A씨는 한 시간 가까이 도로에 방치됐다.
전병율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신종플루 때도 발열 등의 증상을 보이는 환자를 거부하는 의료기관이 있었다"며 "이를 막기 위해 지역 내 의료기관과 보건소가 협의해 지역 거점병원을 정하고 발열이나 호흡기 환자가 안정적으로 치료 받을 수 있는 병원을 정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정책적 지원 뿐 아니라 국민들의 생각도 바뀌어야 한다. 메르스 환자가 나온 병원으로 가는 것은 안전하다"며 "병원을 이용하고 시술을 받고 수술을 받는 데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