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바는 모더나로 잘나가는데…셀트리온 렉키로나 딜레마

삼바는 모더나로 잘나가는데…셀트리온 렉키로나 딜레마

김도윤 기자
2021.11.08 16:35

[MT리포트]포스트 서정진, 셀트리온 재도약의 조건④

[편집자주] 한국 바이오의 신화 셀트리온이 흔들리고 있다. 40만원에 육박하던 주가는 11개월만에 20만원 아래로 떨어져 반토막이 났다. 허공에 사라진 시가총액만 27조원(11월8일 기준)이다. 그룹의 숙원인 상장 3사(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의 합병도 요원하다. 회사의 든든한 우군이던 개인주주들도 회사와 대립각을 세울 정도로 격앙돼 있다. 공교롭게도 이 모든일은 서정진 명예회장이 경영에서 물러난 올해부터 발생했다. 회사 측은 서정진 명예회장 이후 새로운 셀트리온, 셀트리온2.0을 기대해달라 당부했다. 이젠 서정진 신화를 넘어 새로운 청사진을 제시해야 할 때라는 지적이 나온다. 셀트리온의 기초체력에 문제가 없는지 현재 상황을 진단하고 나아갈 길을 모색해 봤다.

셀트리온(203,000원 ▼500 -0.25%)이 야심차게 개발한 코로나19(COVI-19) 치료제 '렉키로나'는 그룹 주력 사업인 바이오시밀러(복제약)에 이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기대를 모았다.

바이오시밀러만 잘하는 줄 알았는데 항체 치료제 개발 경쟁력까지 갖췄단 평가가 나왔다. 셀트리온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이 무엇인지 윤곽이 나오는 듯했다. 렉키로나 상용화 초기 시장에선 올해 렉키로나 매출 규모만 1조~2조원에 달할 수 있단 전망이 쏟아졌다.

하지만 렉키로나에 대한 기대감은 시간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이제 새로운 성장동력이 아니라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거론되기도 한다.

물론 아직 글로벌 승인 기대감은 남아있지만, 만약 글로벌 승인 작업이 더 지연되거나 혹은 승인을 받더라도 공급량이 부진할 경우 애물단지로 전락할 수 있다.

렉키로나 공급이 차질을 빚을 경우 지금까지 생산한 수천억원 규모로 추정되는 재고 물량을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렉키로나가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단 평가도 나온다. 현재 그동안 생산하고 판매하지 못한 렉키로나 물량은 셀트리온에서 재고로 관리하고 있다.

실제 최근 셀트리온의 주가 급락은 실적 성장 둔화 우려 영향도 있지만 렉키로나와도 무관치 않다.

우선 글로벌 제약기업 머크(MSD)와 화이자의 경구용(먹는)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소식이 전해지며 셀트리온 주가가 악영향을 받은 측면이 있다. 먹는 치료제의 상용화는 렉키로나 수요 감소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시장에선 대규모 공급 계약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렉키로나가 셀트리온의 주가를 견인하기엔 무리가 따를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또 향후 유럽에서 렉키로나가 품목허가를 받더라도 실제 매출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도 생기고 있다. 유럽에서 최근 공개한 주요 코로나19 항체치료제 목록에 렉키로나가 빠지면서 허가 이후에도 공급량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단 설명이다.

먹는 치료제 영향을 제외하더라도 코로나19 항체 치료제 분야에서 여러 업체가 경쟁하면서 렉키로나의 시장 우위를 확신할 수 없게 됐단 의미다. 최근 셀트리온에 대한 공매도가 쌓인 것도 이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셀트리온이 개발한 코로나19 항체치료제 '렉키로나'. /사진제공=셀트리온
셀트리온이 개발한 코로나19 항체치료제 '렉키로나'. /사진제공=셀트리온

반면 삼성바이오로직스(1,585,000원 0%), SK바이오사이언스(42,650원 ▼150 -0.35%) 등 국내 다른 바이오 기업은 코로나19 백신 생산 경쟁력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어 대비된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아스트라제네카와 노바백스의 코로나19 백신을 생산하며 글로벌 백신 생산 기지로 거듭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모더나 코로나19 백신을 생산하며 국내 첫 mRNA 백신 생산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올해 국내 바이오 업종의 전반적인 주가 약세를 고려하면 삼성바이오로직스와 SK바이오사이언스 둘 다 최근 주가 추이는 비교적 견조한 편이다. 기업가치 급락으로 어려움을 겪는 셀트리온과 차이가 크다. 특히 셀트리온은 연초 렉키로나 상용화로 코로나19 확산 국면에서 가장 앞서 주목받은 기업이라 아쉬움이 더 크다. 치료제뿐 아니라 코로나19 백신 개발 가능성도 언급했지만 연구 진척은 눈에 띄지 않는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그동안 셀트리온의 밸류에이션에 높은 점수를 준 이유는 고성장 때문인데, 성장세가 꺾이면서 높은 밸류에이션이 정당한가 시장의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성장을 이끌 재료로 주목받은 렉키로나는 글로벌 정식 승인을 받지 못하면서 역할에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또 바이오시밀러 신제품인 램시마SC와 유플라이마 역시 셀트리온헬스케어가 해외 현지 시장에서 유통말 채널 구축이나 마케팅에 어려움을 겪으며 예상보다 판매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셀트리온의 펀더멘탈(기초체력)엔 큰 문제가 없는 만큼 기업가치가 시간을 갖고 천천히 우상향 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셀트리온이 렉키로나 개발 및 생산에 기업 역량을 집중하면서 다른 바이오시밀러 생산 계획에 차질을 일부 빚은 측면이 있다"며 "이 상황에서 코로나19 백신 보급과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소식에 렉키로나 기대감이 떨어져 주가에 악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또 램시마SC가 생각보다 공급이 느리다는 건데 이는 기초체력과 무관하다"며 "램시마SC의 약효나 선호도가 떨어지는 게 아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점유율이 상승하고 기업가치도 제자리를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건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셀트리온은 렉키로나 개발로 보여줬듯 항체 분석 및 임상 디자인 역량에서 글로벌 수준으로 올라섰다고 볼 수 있다"며 "바이오시밀러만으로 지속 성장에 한계가 있는 만큼 신약 개발이나 CDMO(위탁개발생산) 등에서 추가적인 계획이나 전략을 보여줄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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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윤 기자

미래 먹거리 바이오 산업을 취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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