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왜 하필 지금 방역패스를 풀었나

[우보세]왜 하필 지금 방역패스를 풀었나

김도윤 기자
2022.03.04 05:31

[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대구=뉴스1) 공정식 기자 = 28일 오후 대구 중구의 한 음식점 유리문에 식당 직원이 3월 1일부터 시행되는 방역패스 일시중단 관련 안내문을 붙이고 있다. 2022.2.28/뉴스1
(대구=뉴스1) 공정식 기자 = 28일 오후 대구 중구의 한 음식점 유리문에 식당 직원이 3월 1일부터 시행되는 방역패스 일시중단 관련 안내문을 붙이고 있다. 2022.2.28/뉴스1

정부가 여러 논란과 사법부 제동에도 고수하던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도)를 지난 1일 중단했다. 환영하는 목소리가 많지만, 시점이 묘하다. 국민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나올 수밖에 없어 보인다.

우선 결정 자체가 갑작스러웠다. 정부는 방역패스 중단을 지난 2월 28일 발표했다. 발표 직전까지 정부의 방역패스에 대한 입장은 "필요하다"였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방역패스 중단 발표 나흘 전 "어느 정도 (유행이) 안정되면 (방역패스 중단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당국자 역시 중단 발표 직전 브리핑(2월 25일 금요일)에서 방역패스와 관련해 "식당·카페 등은 가장 위험도가 높은 시설"이라며 대구의 성인 대상 방역패스 효력 중단을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 없다 말했다. 그러면서 방역패스에 대해 여러 가지를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판단하겠다 안내했다.

입장이 갑자기 바뀐 셈이다.

오미크론 확산이 정점에 도달하지 않은 시점이란 점도 눈에 띈다. 정부 스스로 그간 수차례 방역패스 필요성을 강조했고 앞으로 1~2주 사이 유행 정점을 예상했다. 방역패스 중단을 갑작스럽게 느낄 수밖에 없다. 정부는 방역패스 중단을 발표하면서 3차접종을 꼭 맞아달라 당부했다. 모순이다.

정부가 방역패스 중단 이유 중 하나로 꼽은 '정치권과 언론의 계속된 논란'도 방역 정책을 책임지는 당국의 설명으로 아쉬운 측면이 있다. "주변에서 하도 뭐라 해서 결정했다"고 읽힐 수 있는 발언이다.

일주일 뒤면 대선이다. 일각에서 방역패스 중단 결정에 대해 대선을 앞두고 여론을 의식한 결정이 아니냔 의혹을 갖는 이유다. 앞서 사법부가 국민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일부 지자체에 방역패스 집행정지 판결을 내려도 즉각 항고하며 물러서지 않았던 정부다. 거센 논란에도 '누더기 방역패스'를 중단 발표 직전까지 고집했다.

정부의 방역패스 중단 발표 직후 이재명 여당 대선후보는 즉각 "정부 결단을 환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정부의 방역패스 중단 발표 전 윤석열 야당 대선후보도 방역패스 폐기를 언급했다. 정부의 방역 정책 결정 과정에서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입김 혹은 표 유불리 판단이 개입된 게 아닐까 우려된다.

방역패스가 의미없단 목소리를 내온 전문가 사이에서도 곱지 않은 시선이 있다. 한 감염병 전문가는 "방역패스가 오미크론 방역 기조와 일관성이 없단 지적이 계속됐지만 정부는 듣지 않았다"며 "선거 일주일 남기고 방역패스를 풀었는데 의도가 보일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정부는 또 오미크론 확산세가 정점을 향해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와중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를 시사했다. 오는 13일까지인 현 거리두기를 대선을 앞두고 조기 조정할지 지켜볼 일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던 방역패스는 결국 대선을 일주일 앞두고, 사전투표 직전 중단됐다. 정부의 방역 정책 결정 과정에서 국민의 안전과 먹고 사는 문제보다 그 어떤 것도 우선돼선 안 된다.

이제 사라졌지만 방역패스는 정부의 방역 지침을 충실히 따른 우리 국민이 적극적으로 정부에 저항한 대표 사례로 기억될 수 있다. 다시 생각해보면 식당을 가기 위해 백신을 맞아야 한단 자체가 '웃픈'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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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윤 기자

미래 먹거리 바이오 산업을 취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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