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하고 싶어요" 자궁 없는 여성의 소원…국내 첫 이식수술 성공

"임신하고 싶어요" 자궁 없는 여성의 소원…국내 첫 이식수술 성공

박정렬 기자
2023.11.17 09:40

[박정렬의 신의료인]삼성서울병원 수술 성공…"불임 여성에 새 희망"

박재범 교수(사진 왼쪽)가 이식 수술을 집도하고 있다./사진=삼성서울병원
박재범 교수(사진 왼쪽)가 이식 수술을 집도하고 있다./사진=삼성서울병원

자궁이 없이 태어난 30대 여성에게 뇌사자의 자궁을 이식하는 수술이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성공했다. 삼성서울병원 다학제 자궁이식팀은 MRKH(Mayer-Rokitansky-Küster-Hauser) 증후군을 가진 35세 여성에게 지난 1월 뇌사자의 자궁을 이식해 10개월째 별다른 거부반응 없이 안정적으로 이식 상태를 유지 중이라고 17일 밝혔다.

현재 환자는 월경 주기가 규칙적인 만큼 이식된 자궁이 정상 기능 중이고, 최종 목표인 임신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재범 삼성서울병원 이식외과 교수는 오늘(17일) 대한이식학회 추계 국제학술대회에서 자궁 이식 성공 소식을 정리해 발표한다.

자궁 없는 30대 MRKH 환자 "임신하고 싶어요" 의료진 움직여

MRKH 증후군은 선천적으로 자궁과 질이 없거나 발달하지 않는 질환을 말한다. 여성 5000명당 1명꼴로 발병하는 것으로 학계는 추정하고 있다. 대부분 청소년기에도 생리가 시작하지 않아 병원을 찾았다가 우연히 발견한다. 난소 기능이 정상적이고 호르몬 등도 영향을 받지 않아 이론적으로 자궁을 이식받으면 임신과 출산이 가능하다.

이번에 삼성서울병원에서 자궁 이식 수술을 받은 MRKH 증후군 환자는 결혼 이후 임신을 결심하고 2021년 삼성서울병원 문을 두드렸다. 당시 삼성서울병원은 앞서 2019년부터 준비한 다학제 자궁이식팀이 관련 임상 연구를 시작한 지 1년 정도 될 때였다. 국내 첫 사례인 만큼 모든 것이 낯설었지만 환자의 적극적인 의지에 자궁이식팀 역시 열정을 갖고 법적 자문과 보건복지부 검토 진행, 기관생명윤리위원회(IRB) 심사 등 절차적 정당성을 갖추기 위해 속도를 냈다.

삼성서울병원 전경.
삼성서울병원 전경.

의학적으로도 다학제팀은 각자 전문 분야별로 해외에서 발표된 논문과 사례를 조사하며 이론적 배경은 물론 실제 이식 수술, 이식 장기의 생존전략, 임신과 출산까지 모든 과정을 준비하고 계획을 세웠다. 문제는 재원이었다. 우리나라 의료보험체계에서 새로운 수술의 시도는 '임상연구'라는 형태를 취할 수밖에 없는데 막대한 비용이 발목을 잡았다. 다행히 여러 차례 의료 연구에 기부했던 개인과 재단 기부자를 비롯해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슬의생)' 제작진 등 여러 후원자가 연구비 기부에 나서 힘을 보탰다.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는 "슬의생 제작진의 기부는 극 중 채송화 교수의 롤모델이자 제작 자문을 맡았었던 자궁이식팀의 오수영 산부인과 교수와의 인연이 계기가 됐다"며 "자궁 이식을 통해 새 생명을 품으려는 환자의 모성과 의료의 영역을 확장하고 발전시키고자 하는 의료진의 열정에 공감한 후원자들이 적지 않았다"고 전했다.

첫 시도는 실패…6개월 만에 재시도 기회 놓치지 않아

어렵게 시작한 자궁 이식 연구는 첫 시도에서 벽에 부딪혔다. 2022년 7월 처음 이식 때 생체 기증자의 자궁을 환자에게 이식했지만, 이식한 자궁에서 동맥과 정맥의 혈류가 원활하지 않아 2주 만에 이를 제거해야 했다. 첫 이식 실패 이후 6개월여 만인 올해 1월, 또다시 기회가 찾아왔다. 상대적으로 젊은 40대 뇌사자로 출산한 이력이 있고, 혈액형까지 맞았다.

자궁이식팀은 지난 실패를 교훈 삼아 모든 과정을 다시 꼼꼼히 살피는 한편, 공여자의 장기 적출 과정부터 이식에 최선이 되도록 보다 완벽을 추구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병원에 따르면 환자는 이식 후 29일 만에 '생애 최초'로 월경을 경험했다. 자궁이 환자 몸에 안착했다는 신호다. 첫 월경 이후 환자는 규칙적인 생리주기를 유지 중이다. 이식 후 2, 4, 6주, 4개월, 6개월째 조직검사에서 거부반응 징후도 나타나지 않아 이식한 자궁이 환자 몸에 완전히 자리 잡았다는 평가를 받기에 충분했다.

삼성서울병원이 국내 최초로 자궁이식 수술에 성공했다. 삼성서울병원 자궁이식팀의 다학제 진료(연출) 장면./사진=삼성서울병원
삼성서울병원이 국내 최초로 자궁이식 수술에 성공했다. 삼성서울병원 자궁이식팀의 다학제 진료(연출) 장면./사진=삼성서울병원

현재 자궁을 이식받은 여성은 아기가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중이다. 자궁이식팀의 이동윤, 김성은 산부인과 교수는 이식 수술에 앞서 미리 환자의 난소로부터 난자를 채취하고 남편의 정자와 수정한 배아를 이식한 자궁에서 착상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자궁 이식 대상 환자의 경우 난소가 '제 기능'을 하는 만큼 환자의 난자와 배우자의 정자로 수정한 배아를 이식한 자궁에서 키워 출산한다. 향후 임신 후 출산까지 마치면 유전적으로 두말할 것 없이 환자와 환자 배우자가 부모가 될 수 있다.

박재범 이식외과 교수는 "자궁 이식은 국내 첫 사례이다 보니 모든 과정을 환자와 함께 '새로운 길'을 만들어간다는 심정으로 신중에 신중을 거듭했다"면서 "첫 실패의 과정은 참담했지만, 환자와 함께 좌절하지 않고 극복하여 무사히 자궁이 안착하여 환자가 그토록 바라는 아기를 맞이할 첫걸음을 내디딜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유영 산부인과 교수는 "환자와 의료진뿐 아니라 연구에 아낌없이 지원해준 후원자들 등 여러분이 도움 주신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면서 "어려운 선택을 한 환자와 이를 응원한 사람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 남은 과정 역시 희망이 계속되길 함께 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자궁 이식 성공 100여건, 재이식 시도는 삼성서울병원이 최초

자궁 이식은 세계적으로 성공 사례가 드물다. 지난 2000년에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처음 시도됐다. 당시 환자는 이식 100일 만에 거부반응으로 이식한 자궁을 떼어내 안착에는 실패한 것으로 보고됐다. 이후 2014년 스웨덴에서 자궁 이식과 더불어 출산까지 성공하면서 본격적으로 의료계의 주목을 받았다.

관련 연구가 누적되면서 이식 성공 사례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미국 베일러 대학병원은 2021년 논문에서 2016~2019년 총 20명에게 자궁 이식이 시도돼 14명이 성공했고, 이 중 11명(79%)은 출산까지 마쳤다고 보고했다. 국제자궁이식학회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삼성서울병원을 포함해 성공 사례는 109건에 이른다. 세계적으로 재이식 시도는 삼성서울병원의 이번 사례가 처음으로 알려졌다.

삼성서울병원은 이번 성공을 발판 삼아 또 다른 환자의 자궁 이식을 준비하고 있다. MRKH 환자를 비롯해 암 등 자궁 질환으로 인한 불임으로 아이를 간절히 원하는 환자들의 유일한 임신·출산 방법인 만큼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안겨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대리모를 통한 출산은 법적으로 불완전하다. 대리모계약을 규율하는 입법이 없을 뿐만 아니라, 판례는 '대리모'가 법률상 모(母)라는 전제하에서 부부의 정자와 난자로 만든 수정체를 다른 여성의 자궁에 착상시킨 후 출산케 하는 이른바 '자궁(출산) 대리모' 계약을 무효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자궁 이식은 법적 자문과 보건복지부 검토에 따라 일차적으로 '임상 연구'로 진행됐지만, 사회적 논의를 거쳐 향후 간이나 신장, 심장, 폐처럼 일반 장기이식에 포함되는 방향도 고려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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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렬 기자

머니투데이에서 의학 제약 바이오 분야 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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