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약 선택 시 '약물 상호작용' 변수로

최근 SNS(소셜미디어)에서 이른바 '마운자로 베이비'라는 표현이 등장하면서 GLP(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계열 비만 치료제와 피임약 등 약물 간 상호작용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비만 치료제 시장이 확대되는 가운데 환자 상태에 따른 맞춤 치료의 중요성은 갈수록 높아질 전망이다.
18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GLP-1 계열 약물은 음식물이 위에서 빠져나가는 '위 배출' 속도를 늦춘다. 이에 따라 함께 복용하는 경구약의 흡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 경구 피임약도 위장관을 통해 흡수돼 비만 치료제 처방이 피임약의 혈중 농도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비만 치료제마다 약물 상호작용 정도는 각각 다르다. 우선 마운자로는 실제 피임약 효과를 낮출 가능성이 있다. 2023년 미국약사협회지에 실린 문헌 검토 연구에 따르면 마운자로(성분명 터제파타이드)는 경구 피임제와 병용했을 때 피임약 성분의 최고혈중농도가 최대 66% 감소했다. 체내 약물의 전체 노출량도 20~23% 줄었고, 최고혈중농도에 도달하는 시간 역시 2.5~4.5시간 늦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티드)는 다른 결과를 보인다. 2015년 국제학술지 '임상약리학저널'에 게재된 약동학 연구 결과 위고비는 경구 피임약(에티닐에스트라디올·레보노르게스트렐 복합제)와 병용해도 이들 성분의 생체이용률 감소가 나타나지 않았다. 구체적으로 에티닐에스트라디올의 노출과 최고혈중농도에는 변화가 없었으며, 레보노르게스트렐 역시 최고혈중농도에는 영향을 받지 않았다.
이 같은 결과는 각각의 약물 사용 권고에 반영돼 있다. 영국 의약품·의료제품규제청(MHRA)은 마운자로 투약을 시작한 여성은 △비경구 피임법으로 전환하거나 △용량 증량 후 4주간은 경구 피임약과 함께 콘돔 등 차단피임법을 추가하도록 권고한다. 이와 달리 위고비는 제품 설명서에 "경구 피임제의 효과를 감소시킬 것으로 예측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

비슷한 계열의 비만 치료제인데 왜 이런 차이가 나타나는 것일까. 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서 위 배출 지연 등 특정 기전만으로 약물 상호 작용을 설명하기는 어렵다"며 "데이터로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은 GLP-1 계열 약물이 위 배출을 지연시켜 경구약의 흡수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지만, 실제 경구 피임약에 미치는 약동학적 영향은 치료제에 따라 다르게 관찰됐다는 점"이라 말했다. 앞선 경구 피임약 복용 관련 연구가 두 개의 비만 치료제를 직접 비교한 것이 아닌 각각 진행한 것이라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마운자로는 에티닐에스트라디올·노르게스티메이트, 위고비는 에티닐에스트라디올·레보노르게스트렐 복합제를 평가해 성분 조합이 각기 다르다.
아직 비만 치료제의 효과와 부작용에 대한 연구는 '현재 진행형'이다. 이번처럼 피임 목적의 경구 피임약은 관련 연구가 일부나마 이뤄졌지만, 임신했거나 임신을 원하는 여성은 태아에 미치는 영향이 확실치 않아 마운자로와 위고비 모두 투여를 중단(금지)해야 한다. 임신 준비 전 중단 기간도 반감기를 고려해 위고비는 2개월 전, 마운자로는 1개월 전으로 차이가 있다.
독자들의 PICK!

다만 비만 치료제 개발·사용이 확대되면서 환자의 건강 상태, 사용 목적에 따른 '맞춤 치료'의 요구는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예컨대 앞선 연구를 감안한다면, 비만 환자가 경구 피임약을 통해 다낭성난소증후군(PCOS)으로 인한 월경 증상을 관리하고 싶다면 마운자로보다 위고비가 더 나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과거부터 경구 피임약을 꾸준히 먹던 여성도 비만 치료제가 체중감량 효과뿐 아니라 기존 피임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추가적인 피임 조치가 필요한지 등을 면밀히 평가할 필요가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위고비와 마운자로의 성공으로 다양한 기전의 비만 치료제가 개발되는 만큼 향후 치료제 선택 기준이 세분될 것으로 보인다"며 "체중 감량 효과뿐 아니라 환자가 복용하는 약물의 흡수·생체이용률에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하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비만 신약 프로젝트인 'H.O.P(Hanmi Obesity Pipeline)'를 추진하는 한미약품 최인영 미래성장부문장(부사장)도 최근 열린 '2026 과학기자대회'에서 "비만 환자에게 맞는 다양한 약이 개발되고 있다"며 "각 환자(욕구)에 맞춘 표준 가이드라인이 정립되는 시대가 올 것"이라 전망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