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렬의 신의료인]

올해 독감(인플루엔자) 백신을 만들 때 쓴 바이러스(백신주)와 유행 중인 바이러스(유행주)가 '유사 계통'이라는 질병관리청의 유전자 분석 결과가 공개됐다. 백신주와 유행주가 일치하면 독감 유행 규모가 작아지는 만큼 적극적인 예방접종이 필요하단 평가다.
23일 질병청에 따르면 45주차(11월 5~11일) 독감 의심 환자는 1000명당 32.1명으로 유행 기준(1000명당 6.5명)의 5배 이상을 기록했다. 7~12세(1000명당 71명), 13~18세(1000명당 77명) 환자가 특히 많다. 올해는 독감 유행 주의보가 연중 내내 지속되는 이례적인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데 코로나19(COVID-19)의 방역 조치로 면역력이 약해진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독감 백신을 맞아도 독감에 걸리는 건 세부 변이 차이 때문"이란 의심이 고개를 들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 독감 백신은 유행 바이러스를 정확히 타깃한 것으로 머니투데이 취재 결과 확인됐다. 질병청은 "유전자 분석 결과 국내 유행을 주도하는 A형 독감은 예방접종에 쓰이는 세계보건기구(WHO) 선정 백신주와 세부 변이가 동일 또는 유사하다"며 "백신주와 유행주는 유사 계통"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현재 크게 유행하는 A형 독감은 H1N1 pdm09의 세부 변이로 6B.1A.5a.2a.1은 53.1%, 6B.1A.5a.2a는 46.9%를 차지했다(10월 말 기준). 독감을 코로나19에 빗대자면 A형 H1N1, H3N2는 델타나 오미크론, 독감 세부 변이(6B.1A.5a.2a.1 등)는 오미크론 세부 변이(BA.2.12.1, BA.4 등)로 이해할 수 있다.

독감 예방을 위해서는 매년 백신을 맞아야 하는데 이는 독감 바이러스가 코로나19처럼 불규칙적으로 세부 변이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WHO는 이에 대응하는 백신을 생산하기 위해 해마다 전 세계 독감 바이러스를 집계하고 그 해 유행할 바이러스 종류를 예측해 제조사에 이 정보를 전달한다. 올해 WHO가 선정한 바이러스 종류는 A형의 경우 유정란 백신은 'A/Victoria/4897/2022(H1N1)pdm09'와 'A/Darwin/9/2021(H3N2)', 세포배양 백신은 'A/Wisconsin/67/2022(H1N1)pdm09'와 'A/Darwin/6/2021(H3N2)'이다.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서유빈 교수는 "표현 방식은 다르나 WHO가 선정한 백신주와 실제 우리나라에서 유행하는 A형 독감 바이러스는 유사 계통"이라며 "백신주와 독감 바이러스 세부 변이에 차이가 있으면 (예측하지 못한) 독감 유행이 나타날 수 있지만 올해는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 김은진 질병청 신종병원체분석과장도 "우리나라와 유행주의 비율은 다르지만 세계적으로도 백신주와 유행주는 유사 계통인 것으로 확인된다"며 " 올해 유행하는 독감 바이러스에 대해 백신 효과가 낮아졌다는 근거는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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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독감 백신을 맞아도 독감에 걸리는 이유는 뭘까? 서 교수는 "백신 기술의 한계로 유사 계통일지라도 예방 효과는 60% 안팎에 그친다"면서 "사람마다 항체 형성 속도와 양에도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서 교수는 "예방접종을 하면 감염 위험을 절반 이하로 낮출 수 있고, 중증으로 악화하는 것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면서 "고위험군은 적극적으로 백신을 맞아야 한다"고 권했다.
창원파티마병원 소아청소년과 마상혁 과장은 "현재 독감은 초중고교생을 중심으로 확산하는 상황"이라면서 "날이 추워질수록 3밀 환경(밀집·밀폐·밀접)에 노출돼 감염 환자도 더 늘어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백신은 시간이 지날수록 예방효과가 떨어진다"며 "코로나19나 백일해, 마이코플라스마 폐렴 등 다른 호흡기 감염병과 독감이 동시 유행(멀티데믹)할 경우 의료계 혼란이 가중될 수 있는 만큼 백신 접종률을 더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