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의 의대증원책에 반발, 지난해 휴학계를 내고 떠난 의대생들이 올해도 돌아오지 않을 결심을 굳히면서 국내에서 배출될 신규 의사 2년 치 '씨'가 마를 것으로 우려된다. 반면 올해 대학 입학 정시전형에서 의대에 지원한 수험생 수가 학부 전환 이래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학생 간 온도 차가 극명하다.
6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국 40개 의대 학생회 단체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은 지난 4일 임시총회 후 회원(의대생)들에게 배포한 공지문을 통해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 협회의 2025학년도 투쟁을 휴학계 제출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휴학계 제출이 불가능한 단위나 학년은 이에 준하는 행동으로 참여한다고 의결했다"며 "학교별 자세한 투쟁 방식에 대한 가이드라인과 타임라인은 차후 학교 내 학생회나 TF의 안내를 참고해 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의대협은 추후 2025학년도 정시모집 인원과 관련해 의학교육 붕괴를 우려한다는 내용의 입장문도 배포할 예정이다.
의대협이 휴학계 제출 등으로 올해 투쟁 방침을 정하면서 올해 새 학기 의대생의 복귀는 불투명해졌다. 이에 따라 휴학한 의대생들이 진짤 돌아오지 않는다면 올해 의대 예과 1학년은 늘어난 정원(4567명)에서 크게 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휴학생들이 모두 복학할 경우 우려됐던 '의대 예과 1학년 7500여명(복학생 3000여명+신입생 4567명)'의 상황은 일단 벗어나는 건데, 복학생 3000여명이 다 돌아올 경우 학생 1명당 가용 교실 면적이 '접은 신문지 한 장' 크기뿐이 될 것이란 우려도 나왔었다.
이런 우려는 접게 됐지만, 더 큰 문제는 올해부터 내년까지 배출될 '신규 의사' 수가 기존 인원(3000여명)의 10% 미만에 불과할 게 뻔하다는 것이다.
일단 올해 배출될 신규 의사 수는 지난해보다 90% 이상 급감할 전망이다.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실시된 '제89회 의사실기시험'에 고작 347명만 응시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3년 응시 인원(3212명)보다 약 90% 적은데, 의대증원에 반발한 의대생이 집단으로 거부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앞서 2020년에도 의대증원에 반대한 의대생들이 의사시험 거부해 '제85회 의사실기시험'에서 423명만 응시한 바 있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15일 서울의 한 회의공간에서 대한의과대학, 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 소속 학생들이 확대전체학생대표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4.11.15. jhope@newsis.com /사진=정병혁](https://thumb.mt.co.kr/cdn-cgi/image/f=avif/21/2025/01/2025010609214254005_2.jpg)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내년에 배출될 신규 의사 수는 4%도 못 미칠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9월2일 기준, 전국 40개 의대에서 2학기 등록금을 납부한 인원은 653명에 그쳤다. 이는 전체 40개 의대 재적 인원(재학생·휴학생 등) 1만9374명 가운데 3.4%에 불과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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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별로 보면 한 명도 등록하지 않은 의대가 국립대 2곳, 사립대 7곳 등 9곳에 달했다. 이를 포함해 등록 인원이 한 자릿수에 그친 의대가 전체 의대의 절반인 20곳이나 됐다. 내년에 신규 의사가 되려면 올해 '제90회 의사실기시험'에 응시해야 하는데, 의대 졸업을 앞둔 본과 4학년생 대다수가 자리를 비웠다는 점에서 2년 연속 신규 의사 배출에 차질이 생기는 셈이다.
심지어 전 학년에 걸친 의대생 휴학 사태가 계속되면 이들이 언젠가 복학하더라도 술기 감각을 잃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도마 위에 오른다. 전공의 A씨는 기자에게 "의대생이나 전공의가 휴학, 군 복무 등의 이유로 2~3년간 쉬는 건 술기를 연마하는 데 큰 지장이 없겠지만, 그보다 더 길어지면 문제 될 수 있다"고 귀띔했다.
또 A씨는 "의대 수업 특성상 선배 의대생에게 일대일로 배우는 '도제식 교육'이 필요한데, 선배가 없는 의대에서 도제식 교육을 받지 못한 25학번 신입생마저 올해 휴학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가운데 올해 39대 의대 정시 전형 지원자는 1만519명으로, 6년 만에 처음으로 1만 건 넘어섰고 전년보다 29.9% 증가했다.
의사집단에선 "더 큰불을 막기 위해서라도 2026학년도 모집 중지, 증원 백지화에 대해 정부와 서둘러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린다. 본과 학사 일정이 다른 학과보다 빠른 1~2월에 시작하는 의대 특성상 2026학년도 정원을 논의하려면 2월 안에는 진행돼야 해서다.
이런 상황에서 의사집단을 대표해 정부와의 협상단체로 나설 대한의사협회는 오는 8일 차기 회장을 선출하는데, 김택우·주수호 후보 모두 의대증원을 반대하는 강경파로 평가받는다. 회장이 누가 되든 '흔들림 없이 의료개혁을 추진하겠다'는 현 정부와의 대립각이 예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