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으로 '노화' 막는다?…"놀라운 일 벌어질 것" 장수 의학자의 확신

백신으로 '노화' 막는다?…"놀라운 일 벌어질 것" 장수 의학자의 확신

박정렬 기자
2025.03.25 10:06

슈퍼 노인이 온다 ①. '장수 의학자' 박상철 전남대 연구석좌교수 인터뷰.

[편집자주] 강해서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것이 강한 것이다. 100세 시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백세인들의 삶은 하나의 '정답지'가 될 수 있다. 철학, 심리학, 생리학을 넘나들며 30여년 백세인을 연구해 온 박상철 전남대 연구석좌교수로부터 초고령화 사회를 이끄는 '슈퍼 노인'의 모습을 조망한다.
박상철 전남대 연구석좌교수가 지난달 전남대 의과대학 내 '한국인 백세연구단' 사무실에서 머니투데이와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앞쪽에는 그의 연구를 표지로 다룬 미국 사사주긴지 '타임'과 그의 저서들이다./사진=박정렬 기자
박상철 전남대 연구석좌교수가 지난달 전남대 의과대학 내 '한국인 백세연구단' 사무실에서 머니투데이와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앞쪽에는 그의 연구를 표지로 다룬 미국 사사주긴지 '타임'과 그의 저서들이다./사진=박정렬 기자

꼿꼿한 자세, 명확한 발음, 풍부한 언변, 정확한 기억력, 밝은 얼굴.

지난달 광주 전남대 의과대학에서 만난 박상철 전남대 연구석좌교수는 70대 후반이란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젊었다. 국내 100세인(百歲人) 연구의 시조(始祖)인 그는 서울대 의과대학을 졸업한 뒤 1990년대부터 노화의 원인과 해결책을 폭넓게 연구해왔다. 박 교수의 발자취가 곧 국내 장수 의학의 역사라고 불릴 만큼 왕성한 활동을 펼쳤다. 서울대, 가천대 등 대학은 물론 고(故) 이건희 회장의 요청으로 삼성종합기술원에서 고령화(웰에이징) 연구를 진행한 적도 있다.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TIME)과 내셔널지오그래픽 등 외신들도 그의 연구에 주목했다.

혹시 그동안 연구한 '장수 비법'을 직접 적용하고 있지 않은가 하는 합리적 의심(?)에 넌지시 젊어 보이는 비결을 물었다. 박 교수는 숨 막히게 발전하는 노화 의학의 현재와 미래를 거침없이 쏟아내는 것으로 답변을 대신했다. 노화를 극복하는 방법은 하나가 아니라 사실 모든 것에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대구=뉴시스] 이무열 기자 = 19일 대구 달서구노인종합복지관에서 열린 제20기 달서구노인복지대학 졸업식에서 어르신들이 졸업 가운과 학사모를 쓰고 환하게 웃고 있다. 2025.02.19. lmy@newsis.com /사진=이무열
[대구=뉴시스] 이무열 기자 = 19일 대구 달서구노인종합복지관에서 열린 제20기 달서구노인복지대학 졸업식에서 어르신들이 졸업 가운과 학사모를 쓰고 환하게 웃고 있다. 2025.02.19. [email protected] /사진=이무열

-늙어도 신체 기능을 유지하는 게 아주 어렵지 않다. 과거와는 큰 차이다.

▶나이가 든다는 것이 기능 저하와 등치되는 시기는 벌써 지났다. 혈관 스텐트 같은 임플란트와 로봇, 무인 자율자동차는 신체 기능 측면에서 노인의 기준을 완전히 뒤바꾼다. 못 움직이면 죽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지금은 전혀 아니지 않나. 노화가 초래하는 모든 변화를 근본적으로 막으려는 시도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호르몬·세포와 대사 과정을 조절하고 유전자마저 바꿀 수 있는 기술이 이미 나왔다. 만들어져가고 있고, 거의 성공하는 단계다.

-나이가 들었지만 '똑똑한' 고령층도 많다.

▶노화를 고독, 폐쇄, 질병으로 취급하는 건 정말로 잘못됐다. 지금은 젊음을 뛰어넘는 '창조적 노인'의 시대다. 내적 경험과 외적 경험이 상호 작용해 젊은이와 다른 창조력으로 발산된다. 나이가 들수록 창조력이 높아진다는 게 의아할 수 있지만 이미 많은 사례가 있다. 독일 대문호인 요한 볼프강 괴테는 명작 '파우스트'를 여든살이 넘어 완성했다. 조지 버나드 쇼는 아흔이 넘어서 희곡을 썼고, 주세페 베르디는 여든살이 넘어서 오페라를 작곡했다. 우리나라에도 황희, 송시열, 허목, 강세황 등과 같이 여든살 넘어서도 정치를 이끌고 예술과 학문을 완성한 인물이 많다. 당시 평균 수명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죽기 직전까지 창작 활동을 펼치며 '마스터피스'(명작·걸작)를 만들어낸 것이다.

이기일 보건복지부 제1차관이 21일 서울 서북병원을 방문해 치매 관련 의료 서비스 운영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사진=보건복지부.뉴스1
이기일 보건복지부 제1차관이 21일 서울 서북병원을 방문해 치매 관련 의료 서비스 운영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사진=보건복지부.뉴스1

-그래도 치매는 여전히 미지의 영역이다.

▶21세기부터 세계 모든 노화 연구소의 목표가 신체기능 유지에서 치매로 바뀌었다. 치매를 막는 신약이 개발됐다지만 효과가 제한적이고, 상대적으로 돈은 너무 많이 들어가 10년이나 20년 쓰다간 집 한 채는 쉽게 날아갈 정도다. 다만, 이미 파킨슨병이나 뇌전증은 뇌에 바늘을 꽂고 전기자극을 가해 치료하고 있지 않는가. 이걸 보면 뇌와 컴퓨터를 연결해 상호작용하는 '브레인-컴퓨터 인터페이스'(BCI) 가 현실화하는 것도 시간문제라 여겨진다. 인공지능(AI)이 가미되면 단순한 자극이 아니라 여러 신경 흐름을 분석하고 조종·변화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먼 미래의 이야기 같다.

▶옛날에는 이런 이야기 하면 '쓸데없는 걱정하지 마라'는 말을 들었다. 그런데 걱정이 아니라 현실이다. 기대 수명은 나날이 증가하고 과학 기술은 급속히 발전한다. 신체 기능만 아니라 뇌 기능도 완전히 조절이 가능하면 인간이라는 것이 무엇이냐, 노화라는 것이 무엇이냐는 의미가 달라져 버린다. 인류의 가치관, 윤리관의 변화가 불가피하다. 장수 의학자로서 그런 논의를 지금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약으로 노화를 막을 수 있을까.

▶혈액 속에 '노화 인자'가 있다고 여겨진다. 젊은 쥐와 늙은 쥐의 복강을 연결하는 병체결합실험을 진행한 결과 늙은 쥐는 젊어지고 젊은 쥐는 늙는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젊은 피를 수혈하면 회춘한다'는 말은 거짓이 아닌 셈이다. 노화 인자를 백신으로 차단하면 늙음을 유지하는 인자가 기능을 잃어 늙지 않을 수 있다. 지금은 이를 명확히 구분하지 못해 '타깃'을 하지 못하지만 언젠가는 놀라운 일이 벌어질 것이다.

-새로운 노화 연구가 또 있나.

▶늙은 세포만 선택해 제거하는 제노제(除老劑)라는 개념이 학계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미국 미네소타대의 커크우드 박사팀이 제시한 것으로 암세포를 선택적으로 제거하는 것이 암 치료의 핵심이듯, 늙은 세포만 골라 없애 회춘시킨다는 콘셉트다. 커크우드 박사팀은 노화의 중요한 요인인 P16 유전자가 과발현한 세포를 선택적으로 제거하는 방안을 개발하기도 했다. 우리 몸속 모든 세포가 한꺼번에 늙어져 가는 것이 아니다. 일부 늙어가는 세포가 결국 전체를 늙게 만든다. 늙은 세포만 빨리 없애버리면 젊음을 유지할 수 있다. 물론 제노제 연구는 아직 기초 단계이고, 세포 제거와 공급 비율을 어떻게 잡을지 등 해결해야 할 문제도 많아 인체 적용 가능성을 거론하기는 이르다.

26일 서울 강남구 SETEC에서 머니투데이와 대한노인회 공동주최로 열린 '시니어코리아 선발대회'에서 참가자들이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김휘선
26일 서울 강남구 SETEC에서 머니투데이와 대한노인회 공동주최로 열린 '시니어코리아 선발대회'에서 참가자들이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김휘선

-노화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웰에이징'이라는 표현을 썼다. 한글로 '순노화'라고 명명했다. 생명은 그냥 유지하고 있는 것이 목표가 아니다. 잘 늙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노화를 받아들이길 권한다. 가속노화, 저속노화가 인기라고 하는데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하다. 늙음을 받아들이고 어떻게 활용하고 의미를 찾을지 고민하는 것이 웰에이징이다. 순노화한 노인은 마지막 순간까지 당당하다. 스스로 어떻게 늙을지 결정하고 행동하기 때문이다. 생각을 바꾸고 행동을 바꾼다. 그게 노화 혁명의 핵심 단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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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렬 기자

머니투데이에서 의학 제약 바이오 분야 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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