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는 세상]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775원 ▼53 -6.4%)(이하 브릿지바이오)의 신약 임상시험 실패 후폭풍이 거세다. 증시는 냉혹했다. 브릿지바이오 주가는 5거래일 연속 하한가를 기록하는 등 폭락했다. 5000억원에 육박하던 시가총액은 단 며칠만에 600억원대로 쪼그라들었다. 앞서 계속사업손실 사유로 관리종목에 지정된 만큼 앞으로 상장폐지 우려까지 불거질 수 있다. 브릿지바이오를 믿고 투자한 주주들의 속은 새카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브릿지바이오 사태는 바이오 투자가 얼마나 위험한지 시사한다. 특히 한 파이프라인에 의존하는 신약 개발 기업에 투자할 때는 더 조심해야 한다. 기업과 경영진이 부단히 노력하더라도 임상시험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데이터를 받아들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바이오산업 현장에서 보는 신약 개발 성공률은 높아야 10~20% 수준이다. 더구나 매출 기반이 없으면서 신약 개발 성공 경험을 보유하지 못한 바이오라면 더 주의해서 접근해야 한다.
무엇보다 신약 개발 기업의 경영진은 신중해야 한다. 시장 또는 투자자와 소통할 때 데이터 등 근거에 기반하지 않고 과도한 장밋빛 전망을 제시하는 태도는 지양해야 한다. 브릿지바이오는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 'BBT-877'의 임상 데이터 발표 전 글로벌 기술이전에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관리종목 지정 우려에도 올해 브릿지바이오의 주가가 상승한 이유다. 오히려 주가 상승이 결과적으로 BBT-877 임상 실패 발표에 따른 투자자 피해를 키운 셈이다. 임상 과정에서 수행기관 등 현장과 소통에 문제가 없었는지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
한 번의 연구 실패가 바이오 기업의 존폐를 좌우하는 지금의 환경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꼭 브릿지바이오 사례가 아니더라도 성실하게 신약 파이프라인 연구에 몰두한 바이오 기업이 한 번의 임상 실패로 주저앉고 회생의 기회를 얻지 못한다면 가혹한 측면이 있다. 한 예로 최근 바이오 업계에선 신약 개발 사업의 특성을 고려해 연구개발(R&D) 역량을 갖춘 견실한 기업에 대해선 일부라도 상장 유지 조건을 완화해달란 목소리가 나온다.
브릿지바이오의 앞날은 불투명하다. 지금 주가가 폭락한 데다 시장 신뢰가 추락한 상황이라 현 경영진이 경영권에 연연하지 않고 투자 유치에 나서더라도 자본 확충을 장담할 수 없다. 자금 조달에 애를 먹는다면 상장 유지 조건을 충족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만약 최악의 상황으로 흐른다면 그동안 브릿지바이오가 연구 및 임상 과정에서 획득한 모든 경험(노하우)이 사장될 위험도 있다. 실패에서 얻은 경험도 값질 수 있다고 보면 안타까운 일이다.
브릿지바이오는 BBT-877 임상 실패 뒤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해 신뢰 회복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정규 대표를 비롯한 경영진과 임직원은 실제 뼈를 깎는 노력으로 회생의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 자본을 확충해 상장폐지 우려를 벗고 기술이전 등 상업화나 연구 성과를 확보하기 위해 죽을힘을 다해야 한다. 그래야 조금이나마 시장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주주들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다. 에이비엘바이오(184,400원 ▼4,800 -2.54%) 등 글로벌 기술수출 성공 사례가 쌓이며 이제 '사기꾼' 오명을 벗기 시작한 K-바이오 역사에 오점으로 남아선 안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