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10명 중 6명 "폐암 환자 의료비, 담배회사가 부담해야"

국민 10명 중 6명 "폐암 환자 의료비, 담배회사가 부담해야"

박정렬 기자
2025.05.15 17:55
서울의 한 흡연구역에서 시민들이 담배꽁초를 재떨이에 버리는 모습./사진=(서울=뉴스1) 황기선 기자
서울의 한 흡연구역에서 시민들이 담배꽁초를 재떨이에 버리는 모습./사진=(서울=뉴스1) 황기선 기자

국민 10명 중 6명은 폐암 환자의 의료비를 담배 회사가 부담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담배회사에 대한 책임 인식은 흡연자가 비흡연자보다 더 강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는 1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와 '흡연과 폐암, 주목받는 담배소송' 심포지엄을 열고 이런 내용의 대국민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온라인 방식의 이번 설문조사는 지난 3월 27일부터 4월 15일까지 전국 20세 이상 성인 1209명(비흡연자 757명·흡연자 218명·금연자 234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사진=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
/사진=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

설문조사 결과 담배 회사의 의료비 부담에 대해서는 전체 응답자의 63.7%가 찬성했다. 그룹별 찬성률은 흡연자의 72.5%(일정 부분 부담 45.9%·전적으로 부담 26.6%), 비흡연자의 59.8%(일정 부분 부담 38.8%·전적으로 부담 21%), 금연자의 68%(일정 부분 부담 46.6%, 전적으로 부담 21.4%)였다.

전반적으로 흡연 여부와 상관없이 담배 회사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현재 담배를 피우는 흡연자가 비흡연자나 금연자보다 이를 더 강하게 느끼는 셈이다.

건보공단은 2014년부터 국내 담배회사(KT&G·한국필립모리스·BAT코리아)를 상대로 총 533억 원 규모의 건강보험 급여비 환수를 위한 소송을 진행 중이다. 이는 20갑년(매일 1갑씩 20년 흡연) 또는 30년 이상 흡연한 폐암·후두암 환자 3465명에게 지급된 진료비를 담배 회사에 청구한 것으로, 항소심 최종 변론일은 오는 22일이다.

이번 설문에서 응답자 중 45.9%는 건강보험공단의 담배 소송을 어느 정도(34.2%) 또는 자세히(11.7%) 알고 있다고 답했다. 단순히 들어본 적 있다는 응답은 33.3%였다. 자세히 알고 있다는 응답의 경우 흡연자 그룹이 22.5%로 비흡연자(7.8%), 금연자(14.5%)보다 높았다. 들어본 적 있다는 답변은 비흡연자(39%), 금연자(24.4%), 흡연자(23.4%) 순이었다.

(서울=뉴스1) 손형주 기자 =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서울중앙지법에 KT&G, 필립모리스코리아, BAT코리아 등을 상대로 흡연피해 손해배상청구 소장을 제출한 14일 소송대리인단 정미화(왼쪽), 안선영 변호사가 서울 마포구 국민건강보험공단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소장을 들어보이고 있다. 이번 소송은 지난 15년 동안 소송을 이어온 흡연자와 유가족이 지난 10일 대법원에서 패소 판결을 받은 후 진행되는 것이어서 건보공단이 담배회사를 대상으로 향후 어떻게 소송을 유리하게 이끌지가 담배업계는 물론 관계 부처에서도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사진=뉴스1
(서울=뉴스1) 손형주 기자 =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서울중앙지법에 KT&G, 필립모리스코리아, BAT코리아 등을 상대로 흡연피해 손해배상청구 소장을 제출한 14일 소송대리인단 정미화(왼쪽), 안선영 변호사가 서울 마포구 국민건강보험공단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소장을 들어보이고 있다. 이번 소송은 지난 15년 동안 소송을 이어온 흡연자와 유가족이 지난 10일 대법원에서 패소 판결을 받은 후 진행되는 것이어서 건보공단이 담배회사를 대상으로 향후 어떻게 소송을 유리하게 이끌지가 담배업계는 물론 관계 부처에서도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사진=뉴스1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흡연과 폐암의 인과성을 강조하는 전문가들의 발표가 이어졌다.

천은미 이화여대 의대 호흡기내과 교수는 "벤조피렌, 니트로사민, 케톤 등 담배 속 발암물질이 유전자 돌연변이를 일으켜 폐암으로 이어진다는 게 지금까지 학계의 정설"이라며 "흡연은 폐암의 85% 이상을 차지하는 주요 원인으로, 세계보건기구(WHO) 등은 이미 흡연자의 암 발병 위험이 최대 30배에 이른다고 보고했다"고 밝혔다.

권규보 법무법인 마중 변호사는 "국내 법원은 흡연과 폐암 간의 필연적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았지만, 미국과 캐나다 등에서는 담배회사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인정한 판례가 다수 있다"고 말했다.

임현정 국민건강보험공단 법무지원실 실장은 "그간 담배 소송에서 공단이 패소한 것은 2014년 대법원판결과 국가 공기업이 담배를 제조·판매한 배경, 사법 시스템 한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라며 "이번 국민건강보험공단 소송은 인과성을 기준으로 엄격히 대상자를 선정하고, 방대한 증거와 전문가 의견을 확보해 과거와는 다른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길원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 회장은 "폐암 등 흡연 질환으로 인한 건강보험 재정 누수를 막기 위한 담배 소송이 시작된 지 10년이 지났다"며 "이번 소송을 통해 담배회사에 명확한 책임을 줌으로써 국민의 건강권이 보다 단단히 보호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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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렬 기자

머니투데이에서 의학 제약 바이오 분야 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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