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심교의 내몸읽기]
'바람만 스쳐도 극심한 통증을 유발한다'는 데서 이름 지은 병명이 '통풍'이다. 흔히 맥주를 즐기는 남성에게서 통풍이 생길 위험이 크다는 건 널리 알려졌다. 장기간의 추석 연휴 때 가족·친지와 맥주를 곁들일 기회가 많아진 지금, 통풍에 대한 경각심도 덩달아 가져야 하는 이유다.
통풍 발작은 양말조차 신기 어려울 정도의 극심한 통증으로 유명하지만, 급성기 치료 후 통증이 빠르게 가라앉는 특성 탓에 완치됐다고 여기는 사람도 적잖다. 통풍은 음식만으로 관리할 수 있을까? 맥주만 마시지 않으면 통풍에서 자유로울까? 강동경희대병원 관절류마티스내과 김세희 교수의 도움말로, 통풍에 대한 대표적인 오해와 진실을 짚어본다.

X 요산 수치가 높다고 모두 다 통풍은 아니다. 통풍은 단순한 수치 이상이 아닌, 요산 결정이 관절에 침착되면서 생기는 염증반응이 주증상인 질환이다. 진단을 위해서는 요산 수치가 높아야 하고, 관절 요산 결정이 침착돼 있고, 심한 통증 발작을 경험해야 한다. 다만 무증상 고요산혈증의 경우 치료가 필요 없는 경우도 있지만, 요산 수치가 9㎎/㎗ 이상인 경우에는 향후 통풍 발병 위험이 크기 때문에 예방적 관리가 필요하다.
X 급성 통풍 발작으로 인한 통증은 진통소염제로 빠르게 사라질 수 있지만, 통증이 사라졌다고 해서 완치된 건 아니다. 요산 결정이 침착된 것은 그대로 남아 재발을 반복하고, 만성화한다. 실제로 발작이 반복되면서 관절 파괴, 변형, 기능장애가 발생하고, 장기적으로는 심혈관계·콩팥에 합병증까지 유발할 수 있다. 통풍은 일시적인 병이 아니기 때문에 혈중 요산 수치를 장기적으로 억제해 합병증을 예방하는 게 핵심 치료 전략이다.
X 통풍은 주로 관절에서 발현되기는 하지만, 요산 결정은 관절 외에도 힘줄, 연부조직, 혈관 내벽, 콩팥, 피부 등 다양한 조직에 침착돼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콩팥에 쌓일 경우 요로결석, 콩팥 기능 저하, 만성 콩팥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심혈관질환의 위험도 많이 증가한다. 연구에 따르면 통풍 환자의 심혈관 사망률은 일반인의 2배 이상으로 높다. 또 통풍 환자 50% 이상이 고혈압·고지혈증·지방간 등 대사질환을 함께 앓는 것으로 나타났다.
X 맥주는 퓨린 함량이 높아 통풍 악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건 맞지만, 맥주 외에도 모든 알코올은 요산의 콩팥 배출을 억제하고, 체내 생성은 늘린다. 과일주스·커피믹스·청량음료 등 액상과당이 들어간 단맛 음료수도 역시 요산 수치를 높인다. 통풍 환자라면 금주와 함께 단 음료 제한이 꼭 필요하며, 균형 잡힌 식사와 충분한 수분 섭취가 기본이다.

O 통풍은 유전적 영향이 큰 질환이다. 대표적으로 'ABCG2 유전자' 변이가 통풍 발병과 관련 있다. 가족 중 특히 아버지가 통풍 병력이 있다면 자녀도 고위험군에 해당한다. 하지만 현재 국가 건강검진 항목에 요산 검사는 포함돼 있지 않아, 가족력이 있는 경우 개별적으로 혈중 요산 수치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O 식사요법만으로 요산을 조절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연구에 따르면 식사 조절만으로는 혈중 요산 수치가 약 1㎎/㎗만 감소하며, 목표 수치(6㎎/㎗ 미만)를 달성하려면 약물치료가 필수다. 따라서 통풍 치료는 요산생성억제제(알로푸리놀, 페북소스타트 등) 또는 요산배출촉진제를 기반으로 한 약물 치료가 중심이어야 한다.
생활습관 교정도 중요하다. 식사조절, 체중 감량, 금주를 반드시 병행해야 한다. 과체중인 경우 체중을 감량하고, 규칙적인 운동이 좋다. 하루 2리터 이상의 수분 섭취, 육류 내장류, 알코올, 액상과당 섭취 제한도 중요하다.
X 환자 상태에 따라 다르다. 요산 수치가 지속적으로 높고, 재발이 반복되는 경우에는 장기 복용이 원칙이다. 다만 체중 감량, 대사질환 개선, 식습관 변화 등을 통해 요산 수치가 안정적으로 조절되는 경우에는 의료진 판단하에 감량 또는 중단이 가능하다. 하지만 통풍은 재발 시점의 관절 손상이 누적되기 때문에, 예방 차원의 약물 유지가 권장되는 경우가 많다. 최근엔 요산을 낮추는 치료가 심혈관 질환 예방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됐다.
통풍은 단기 증상 완화보다, 장기적 요산 조절과 합병증 예방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 질환이다. 꾸준한 관리·예방이 곧 삶의 질로 이어진다. 전문의를 찾아 요산 수치를 6㎎/㎗ 이하로 유지할 수 있도록 꾸준한 약물치료를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