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국가가 강제한 지역의사, 일본·대만도 실패…개인 희생 강요"

의료계 "국가가 강제한 지역의사, 일본·대만도 실패…개인 희생 강요"

홍효진 기자
2025.10.17 17:14

의협, '지역의사제' 관련 의료정책포럼 개최
의료계 "개인·직종 특정분야에 '희생' 전제한 제도, 성공 못해"

김강현 대한의사협회(의협) 재무이사(전 국립중앙의료원 신경외과장)가 17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지역의사제, 지역 필수의료 문제 해결이 가능한가'를 주제로 열린 의료정책포럼에서 대만과 일본의 지역의사제 모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홍효진 기자
김강현 대한의사협회(의협) 재무이사(전 국립중앙의료원 신경외과장)가 17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지역의사제, 지역 필수의료 문제 해결이 가능한가'를 주제로 열린 의료정책포럼에서 대만과 일본의 지역의사제 모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홍효진 기자

의료인력의 수도권 쏠림을 해소하기 위한 대안으로 정부가 추진 중인 '지역의사제'와 공공의과대학에 대해 의료계가 "이미 유사한 제도를 운영 중인 일본과 대만도 실패한 사례"라며 입법화에 반대 목소리를 냈다. 선제적으로 공공의대 등을 통한 지역의사 배출에 나선 두 나라도 장기간 의무 복무에 대한 거부감이 높은 한계점 등을 해결하지 못했단 지적이다.

김강현 대한의사협회(의협) 재무이사(전 국립중앙의료원 신경외과장)는 17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지역의사제, 지역 필수의료 문제 해결이 가능한가'를 주제로 열린 의료정책포럼에 참석해 "특히 일본의 경우 (의무 복무 관련) 약관의 계약으로 평생 부당한 삶을 강요받을 수는 없단 점에 대한 법정 공방이 격화되는 분위기"라며 "양국의 제도 결과를 봐도 실제 효과나 (의료취약지) 잔류율 등 실질적 성과가 없다"고 주장했다.

대만은 1975년 의료취약지 근무 의사 양성을 목적으로 국립의대인 양명의대를 설립했다. 우리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의료사관학교(공공의대) 개념과 유사하다. 양명의대는 등록금·생활비 등을 국가에서 지원하는 공비(公費) 장학생으로 인력을 선발, 6년간 의료취약지에서 의무 복무하도록 운영됐다. 그러나 예산과 지역 배치 등을 문제로 자비 부담 학생 입학이 허용되면서 2009년엔 소수 지방 출신을 제외하고 전원 자비 학생으로 바뀌어 당초 설립 취지가 퇴색됐다. 2018년 기준 총 6557명의 졸업생 중 의무 복무 후 도시로 이탈한 인원 비중은 84%에 달한다. 잔류 의사는 16%에 불과했다.

선재명 전라남도의사회 부회장이 17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지역의사제, 지역 필수의료 문제 해결이 가능한가'를 주제로 열린 의료정책포럼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홍효진 기자
선재명 전라남도의사회 부회장이 17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지역의사제, 지역 필수의료 문제 해결이 가능한가'를 주제로 열린 의료정책포럼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홍효진 기자

일본의 경우 의대 입시전형의 하나로 지역의사제를 운영, 졸업 후 해당 도도부현에서 9년간 의무 근무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복무기간에 부담을 느낀 젊은 의사들이 개인적 사유로 복무 중 이탈하는 사례가 늘면서, 후생노동성은 2019년부터 이탈 의사를 고용한 도시병원에 국가 보조금 지급을 삭감하는 등 엄격하게 관리하는 분위기다. 각 현에 따라 '9년 근무'를 '의사부족 지역 9년 근무'로, 전공과 불문에서 '내과·외과·산부인과·종합진료과 한정' 등 조건을 추가하기도 했다.

앞서 정부가 직접 위헌성 논란을 불식하고 나섰지만 젊은 의사를 특정 지역에 10년간 묶어두는 방식은 위헌성 논란에서 벗어날 수 없단 게 의료계 주장이다. 김 이사는 "지역의사제를 추진한다면 헌법을 존중하면서 해야 한다"며 "개인의 행복추구권과 직업적 권리를 봤을 때 한 번의 계약으로 20대 젊은 의사들을 평생 묶어둘 수 있다는 건 초법적 생각"이라고 비판했다.

선재명 전남의사회 부회장은 "개인·직종의 특정분야에 '희생'을 전제한 제도는 성공할 수 없다"며 "지역의료 인력 확충 취지엔 공감하지만 의사의 직업자유·경력선택의 제한이 우려된다. 복무 기간의 과도성과 유인책에도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선 부회장은 이어 "지원자 미달과 중도 탈락 가능성, 의무복무 종료 후 수도권 회귀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며 "필수의료 분야의 사법적 위험부담 완화와 저수가 문제 등 기피 분야 원인에 집중한 정책이 우선"이라고 했다.

김창수 대한의사협회(의협) 정책이사가 17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지역의사제, 지역 필수의료 문제 해결이 가능한가'를 주제로 열린 의료정책포럼에서 발표하고 있다./사진=홍효진 기자
김창수 대한의사협회(의협) 정책이사가 17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지역의사제, 지역 필수의료 문제 해결이 가능한가'를 주제로 열린 의료정책포럼에서 발표하고 있다./사진=홍효진 기자

지역의사제 모델의 목적성도 불분명하단 지적이 나왔다. 김창수 의협 정책이사(연세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어떤 의사를 만들고 어떤 의료행위를 할 수 있는 역할을 부여할 것인가에 따라 수련과 수련 이후 그 지역에서 개업하는 패턴이 달라진다"며 "예컨대 흉부외과 의사가 부족하다면 관련 수련을 위한 지원과 흉부외과 수술이 가능한 병원이 만들어져야 하는데, 이러한 목적성이 전혀 구체화하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허종호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은 "지역의료 문제가 의사를 포함한 청년 인구 유출, 지방 소멸 등 구조적 측면에서 기인한 만큼 지역의사제 하나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을 것"이라며 "다만 국회 입장에서도 각 의원의 지역 기반으로 필요한 정책을 계속 제시하며 만들어가는 상황이다. 현장 애로사항을 최대한 청취하며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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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효진 기자

안녕하세요. 바이오부 홍효진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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