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강대희 아시아원격의료학회 초대회장
"기술력 세계적 수준…정부 실행력 있어야"
"'비대면 진료 반대' 의협, '밥그릇 싸움'으로 봐선 안 돼" 일침
2030년 '국제원격의료학회' 설립 추진

"우리나라는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만 30년째입니다. 기술력은 이미 세계적 수준인데 제도가 받쳐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강대희 아시아원격의료학회(ATS) 초대회장은 24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서 열린 한국원격의료학회(KTS) 추계학술대회 현장에서 진행된 본지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우리나라는 1988년 비대면 영상 진단 시범사업 이후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약 30년 만에 원격의료의 제도적 전환점을 맞는 듯 보였지만 여전히 발걸음이 더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비대면 진료 법제화가 이뤄지지 않은 나라로는 한국이 유일할 정도다. 강 회장은 "기술 측면에선 의료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일본 등 (원격의료) 선진국을 많이 따라잡고 있다"면서도 "대웅제약(161,400원 ▲2,000 +1.25%) 등 대형 제약사도 디지털 헬스에 대규모로 투자 중이지만 제도적 측면에선 많이 뒤처져 있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은 디지털 헬스 산업에 '진심'이다. 디지털 치료제만 놓고 봐도 2020년대 초반을 기점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허가 건수가 증가 중이다. 식약처에 따르면 최근 4년간 디지털 치료기기 허가 신청 19건 중 10건이 승인됐으며 현재 불면증, 주요우울장애 정신·인지·감각과 연계된 만성질환군을 대상으로 디지털 치료제가 사용 중이다. 다만 낮은 수가(의료 서비스 제공 따른 대가) 등 기반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의료 현장에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하고 있다. 강 회장은 "국내에도 많은 디지털 치료제가 나왔지만 낮은 수가 탓에 개발사들의 성과가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며 "의료 기술의 발전 속도를 국내 제도가 못 쫓아가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강 회장은 원격의료 도입이 더딘 배경 중 하나인 의사단체의 저항도 꼬집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의료는 대면을 전제로 하는 행위이며, 비대면 진료의 법제화는 오진과 안전사고 가능성을 키운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강 회장은 "비대면 진료의 제도화를 (의협이) '밥그릇 싸움'의 형태로 보는 게 문제"라며 "비대면 진료는 의사 역할을 대체하는 게 아닌 의료 서비스 전달을 보완·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코로나19 시기 3년간 이뤄진 3600만건 이상의 비대면 진료 중 심각한 의료사고 사례는 없었다"고 반박했다.
현재 이재명 정부는 국정과제를 통해 비대면 진료를 제도화하고 농·어촌 의료 취약지 대상 보건소 비대면 진료·원격협진 체계를 신설하겠다고 못 박은 상태다. 강 회장은 "한국은 서울에만 의사가 80% 집중된 '의료 쏠림' 국가"라며 "지역을 중심으로 특히 의사 수가 부족한 소아·청소년과의 원격 플랫폼 활용도를 높이는 한편, 수술 난도가 높은 췌장암·담도암 등에 대한 원격 협진 논의가 진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고령화에 따른 만성질환 관리의 중요성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강 회장은 '지속적 홈 클리닉(Home Clinic)' 형태의 원격의료 체계가 두드러질 것으로 내다봤다. 강 회장은 "홈 클리닉이 구축되면 개인이 앓는 질환에 대해 24시간 예방·관리가 가능해진다"며 "무엇보다 정부 차원의 (원격의료 제도화의) 실행력이 중요하다. 기술력과 환자의 의료 서비스 수요 등을 반영한 정책이 단행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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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이날 학회 현장에선 한국·일본·베트남 등 아시아 10여개국의 원격의료·디지털 헬스 전문가가 참여하는 ATS가 공식 출범을 알렸다.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이자 KTS장을 맡고 있는 강 회장이 초대 회장직을 맡아 국제 협력을 주도하게 된다. 강 회장은 2004년 암 공동 연구 연합체인 '아시아코호트컨소시엄'을 조직하고 2021년 KTS를 설립하는 등 조직 경험을 쌓은 바 있다. 그는 "KTS를 설립하면서 ATS를 구상하고 일본·베트남·인도네시아에 방문할 때마다 각국의 주요 인재들과 교류하며 (ATS 설립을) 설득했다. 향후 학회 규모를 키워 2030년엔 국제원격의료학회 창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