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119강제수용 입법저지와 '응급실뺑뺑이' 해결을 위한 대한응급의학의사회 긴급 기자회견에서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회장(사진 왼쪽에서 두 번째) 등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사진=[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https://thumb.mt.co.kr/cdn-cgi/image/f=avif/21/2025/11/2025110715403923533_1.jpg)
"코로나 재난부터 의정 갈등 위기에서도 응급실을 지킨 의사가 이제는 버려도 되는 카드가 됐나…배신감을 느낀다"(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장)
응급 치료의 첨병인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이 소위 '응급실 뺑뺑이'를 줄이기 위한 국회와 정부의 방안에 제동을 걸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7일 대한의사협회(의협) 대강당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에서 입법 논의되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하 응급의료법 개정안)을 '119 강제수용' 법안으로 정의하고 반대 의사를 밝혔다. 오히려 '응급실 뺑뺑이'를 악화하고 환자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 기자회견의 주요 이유가 된 응급의료법 개정안은 서울대 의대 출신의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4일 발의했다. △최종치료 개념을 명확히 하고 △응급의료기관이 환자를 수용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를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며 △구급대원이 전화로 응급실 수용 능력을 확인하는 규정을 삭제하되 응급의료기관이 수용 불가한 경우 중앙응급의료상황센터에 사전 고지하는 '수용불가 사전고지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골자다. 44개 권역응급의료센터와 151개 지역응급의료센터는 24시간, 2인 1조의 근무체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윤 의원이 지난 5월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을 찾아 김택우 대한의사협회장 등 임원진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사진=[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https://thumb.mt.co.kr/cdn-cgi/image/f=avif/21/2025/11/2025110715403923533_2.jpg)
응급실 뺑뺑이는 응급환자가 치료 기회조차 갖지 못하고 119구급대 등과 수용할 수 있는 병원을 찾아 헤매는 현상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번 법안은 '일단 응급실이 수용하고 이후 원내 치료하거나 전원·퇴원시키라'는 속뜻이 읽힌다. 일반 국민은 물론 119도 경증인지 중증인지 정확히 구분하기 어려우니 별다른 이유가 없으면 응급실 의사가 진단하고, 치료하거나 다른 병원에 연계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법안을 두고 응급의학의사회는 크게 세 가지 이유를 들어 반대 의사를 밝혔다. 첫째, 최종 치료를 위해서는 모든 진료과가 '스탠바이' 상태여야 하고, 응급의학과 의사가 정확한 '최종 진단'을 내려야 하는데 응급의료법 개정안이 안 그래도 사법 리스크가 큰 응급실 의사를 더 벼랑에 내모는 일이라고 맞섰다.
이형민 회장은 "법적으로 문제가 되고 고소·고발·소송당하니 처음부터 모든 것이 해결되지 않으면 받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수용성 문제가 발생한다"며 "지금도 최종 치료가 안 되니까 못 받는 것이지, 받을 수 있는 환자를 안 받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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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수용 불가 사유가 모호하고 실시간으로 이를 고지하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현재도 응급전원협진망, 응급실 종합상황판(내 손안의 응급실)처럼 유사한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만 응급실 뺑뺑이를 잡진 못했다며 "막대한 비용·행정 낭비를 초래할 것"이라 꼬집었다. 응급실 인력 규정도 예산·전문의 수 등에 비춰 비현실적이라 평가했다.
마지막은 응급실 체류 관리 문제가 심해진다는 이유다. 치료가 아닌 수용이 목적이 돼 경증·중증 환자가 혼재하고 의사는 환자 치료부터 연계까지 책임져야 해 번아웃(소진)될 것이라 우려했다. 이형민 회장은 "20년 전 119 사전고지 제도가 없을 땐 그냥 데리고 와서 '응급실 뺑뺑이'가 없었다. 근데 의사는 밤새도록 전화를 돌리고 (환자를) 책임져야 한다고 내몰렸다"고 한탄했다. 김찬규 대변인은 "전공의 기피 현상이 지역을 중심으로 더 심해질 것"이라 걱정했다.
응급의학의사회는 '응급실 뺑뺑이' 법안을 발의한 국회의원과 면담을 신청했지만 거절당했다며 씁쓸해했다. 지난달 29일 김민석 국무총리 주재로 이형훈 보건복지부 제2차관, 김승룡 소방청장 직무대행 등이 참가한 응급의료 범부처 회의에도 응급의학과 전문의를 포함한 '전문의'는 없었다며 정부의 '불통 행정'도 꼬집었다.

이날 응급의학의사회는 △응급실 강제수용 시도 중단 △119 이송 부분적 유료화와 환자에 대한 질 관리 등 경증 환자 수요 억제 대책 마련 △최종 치료, 취약지 인프라 확충 △응급의료에 대한 민·형사 면책 조치 △전문가가 포함된 논의체 구성 등 다섯 가지 요구 조건을 밝혔다.
이형민 회장은 "법안을 무조건 반대한다는 건 아니다. 민형사 면책 조치, 경증 환자 수요 대책 등이 어느 정도 충족되면 못 받아들일 이유는 없다"며 "학회·의사회·의협이 협의체를 만들어 '응급실 뺑뺑이'의 해결책을 만들고 정부, 시민단체가 포함된 사회적 논의체에서 다뤘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호 총무이사는 "정책 조율이 필요한 이유는 결국 사람을 살리기 위해서"라며 "일하기 싫어서, 환자를 보기 싫어서 행동하는 것이 아니다. 무기력하게 환자가 죽는 걸 볼 수 없어서 도와달라고 하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