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0억 누수' 건보공단, 수사권 만지작…"도둑에게 칼 주나" 의협 반발

'6000억 누수' 건보공단, 수사권 만지작…"도둑에게 칼 주나" 의협 반발

정심교 기자
2025.11.09 17:08
(서울=뉴스1) 김진환 기자 = 정기석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지난 5월22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담배소송 항소심 최종변론(12차)을 앞두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5.22/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김진환 기자 = 정기석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지난 5월22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담배소송 항소심 최종변론(12차)을 앞두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5.22/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김진환 기자

국민건강보험공단에게 '의료기관 수사권'을 부여하려는 개정안을 정부·국회가 추진하려는 하자, 의사들의 반발이 거세다. "수십 년 경력의 베테랑 경찰도 사무장병원을 색출하기 힘든데, 건보공단에 수사권을 주는 게 현실적이지 않은 데다, 의료기관에 대한 압박 수단으로 남용될까"란 우려에서다. 이런 상황에서 건보공단 직원들이 6000억원에 달하는 혈세를 과다 편성해 나눠가진 사실이 적발되면서 의사들은 "도둑(건보공단)에게 칼(수사권)을 쥐여주려는 격"이라며 날 선 공격을 이어간다.

앞서 지난해 12월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수행할 자와 그 직무범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하, 공단 특사경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법안은 의료인·약사의 명의·자격증을 빌려 의료기관·약국을 불법으로 개설·운영하는 일명 '사무장병원·약국'의 부당 청구 금액이 지난해 7월 기준 약 3조1000억원에 달하는 데도, 수사 기간에 재산을 은닉하면서 징수율은 7.6%에 그친다는 현황을 개선하려는 취지로 추진됐다.

전진숙 의원은 법 개정안 발의 취지로 "이런 불법개설기관(사무장병원)은 수익 창출에만 매몰돼 의료서비스 질이 낮고, 의료질서를 파괴하는 주범"이라며 "보험급여비용 지급 업무를 담당하고, 단속 경험이 풍부한 건보공단 직원에게 사무장병원과 면허대여약국 범죄에 한해 특별사법경찰권을 부여해 신속하게 수사를 종결하게 해 사무장병원과 면허대여약국을 조기에 근절하고, 건보 재정 누수를 최소화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더불어민주당 김윤 의원이 건보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투석 관련 사무장병원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0년 1월부터 올해 8월까지 투석 관련 의료기관 9곳이 사무장병원 개설·운영 혐의로 수사·재판 중이거나 처벌받았는데, 이들 사무장병원에 대해 건보공단이 결정한 요양급여비 환수대상액은 1623억원에 달했다.

김윤 의원은 지난달 1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건보공단에서 (사무장병원) 수사를 의뢰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수사는 제자리에서 맴돌고 있다. 복지부도 건보공단도 손을 놓고 있는 상태"라면서 "요양급여비 부당 수령에 대한 적발과 환수를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 건보공단에 특별사법경찰권(특사경)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도 "전문성이 있는 건보공단에서 전문적인 수사나 조치를 하는 데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동의했다.

하지만 의협은 "건보공단과 의료기관이 계약 관계상 대등한 구조를 벗어나 공단이 강제 수사권을 확보하고 의료기관에 대한 우월적 지위를 설정해, 강제적인 방법으로 관련 자료를 확보할 수 있으면 사무장병원이 근절될 수 있다는 안이한 시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사무장병원을 근절하려면 회유 수단, 내부 제보 등이 활발하게 이뤄질 방안부터 마련해야 한다"며 "사무장병원의 개설단계뿐만 아니라 운영과정에서도 이를 가장 잘 파악할 수 있는 해당 지역 의사회와 의협 등을 중심으로 역할을 수행할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는 게 의협의 입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막대한 건보 재정이 정작 건보 직원들 사이에서 새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의협의 공세가 강해졌다. 지난 6일 뉴스1에 따르면 건보공단은 2016~2023년 8년간 인건비 5995억원을 정부 지침을 위반해 과다하게 편성하고, 이를 직원들끼리 나눠 가진 사실이 권익위 조사에서 적발돼 감독기관에 이첩됐다. 5·6급 현원에 대해 상위직급인 4·5급의 보수를 적용해 인건비를 편법으로 편성한 건데, 건보공단은 이렇게 과다하게 편성한 인건비를 연말에 '정규직 임금 인상'이라는 명목으로 직급별로 분할 지급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택우 의협 회장은 "건보공단은 근거 없는 특사경 권한 확보에 몰두할 때가 아니"라면서 "2022년 '공단 소속 직원 횡령 사건'에 이어 이번 인건비 과다 편성, 횡령 등 고질화한 방만 경영으로 오히려 공단이 건보재정 누수의 주범으로 밝혀진바, 특사경의 수사 대상이 될 것을 우려해야 할 때"라고 날을 세웠다.

정기석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지난해 2월22일 공단 직영병원인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소재)을 방문해 비상진료체계를 점검하고 있다./사진=건보공단
정기석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지난해 2월22일 공단 직영병원인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소재)을 방문해 비상진료체계를 점검하고 있다./사진=건보공단

'공단 특사경법'은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소위에서 계류됐다. 지난 2월 열린 법사위 법안소위에서 김석우 법무부 차관은 "건보공단은 건강보험 급여와 관련된 각종 데이터를 다 관리하고 있다"며 "병원과 약국에 대한 정보 권한을 가진 기관(건보공단)이 수사권을 행사한다고 건 '수사와 정보의 분리'라는 기본적인 원칙에 맞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우리나라 특사경 인원이 2만 4000명으로, 대부분의 선진국보다 약 2배 이상의 특사경이 포진됐다는 점에서, 자칫 국민의 기본권을 지나치게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성근 의협 대변인도 당시 법안소위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공단은 현지 조사 권한이 있는 게 아니라 현지 조사를 돕는 권한이 있다. 그런 권한을 발휘해 많은 병·의원이 압박을 느끼는 게 사실"이라며 "2016년에는 2건의 자살 사건도 있었다. 현지 조사도 남용되고 있다는 판단인데, 특사경 법안이 발의되면 형사소송법상에서의 절차를 제대로 따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건보공단은 8년간 인건비를 과다 편성했다는 논란과 관련해 "규정에 대한 해석 오류로 인한 것"이었다는 취지로 7일 해명했다. 공단은 이날 설명자료를 내고 "2024년도 제13차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의결된 '총인건비 인상률 위반에 대한 조치'를 성실히 이행하고 있다"며 "4급 이하 정원의 범위 내에서 상위직급의 현원이 정원보다 적을 경우, 하위직급의 현원을 상위직급으로 간주해 4급 단가를 적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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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심교 기자

안녕하세요. 머니투데이 바이오부 의료헬스팀장 정심교입니다. 차별화한 건강·의학 뉴스 보도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現 머니투데이 바이오부 차장(의료헬스팀장) - 서울시의사회-한독 공동 선정 '사랑의 금십자상(제56회)' 수상(2025) - 대한의사협회-GC녹십자 공동 선정 'GC녹십자언론문화상(제46회)' 수상(2024) - 대한아동병원협회 '특별 언론사상'(2024) - 한국과학기자협회 '머크의학기사상' 수상(2023) - 대한이과학회 '귀의 날 언론인상' 수상(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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