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 보러 서울 가지 마세요" 이 말 안 통한다? 보건의료전문가 제언은

"진료 보러 서울 가지 마세요" 이 말 안 통한다? 보건의료전문가 제언은

정심교 기자
2025.11.26 17:22
26일 대한병원협회와 더불어민주당 백혜련·이수진·김남희·김윤·서미화·장종태 의원이 공동 주최해 국회도서관 소강당에서 열린 '바람직한 의료전달체계 확립을 위한 정책포럼'에서 신현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건의료정책연구실 실장이 '새 정부 보건의료전달체계 구상안'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정심교 기자
26일 대한병원협회와 더불어민주당 백혜련·이수진·김남희·김윤·서미화·장종태 의원이 공동 주최해 국회도서관 소강당에서 열린 '바람직한 의료전달체계 확립을 위한 정책포럼'에서 신현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건의료정책연구실 실장이 '새 정부 보건의료전달체계 구상안'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정심교 기자

지난해 서울의 의료기관에서 진료받은 사람의 41%는 서울이 아닌 타지역 거주자로, 10년 전(2014년) 35.6%였던 것과 비교할 때 수도권 대형병원 쏠림 현상이 더 심화했다. 게다가 경증 환자까지 대형병원을 이용하면서 응급·중증 환자가 정작 적절한 시기에 치료받지 못하는 문제가 해묵은 과제로 꼽힌다. 이에 '누구나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적시에 받을 수 있는' 의료전달체계의 구축 방향을 찾는 자리가 열려 주목된다.

26일 대한병원협회와 더불어민주당 백혜련·이수진·김남희·김윤·서미화·장종태 의원이 공동 주최해 국회도서관 소강당에서 열린 '바람직한 의료전달체계 확립을 위한 정책포럼'에서 박은철 연세대 보건정책 및 관리연구소 소장은 "의료전달체계를 구축하려면 보건의료전달의 정의부터 세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의료전달체계 개선의 방향과 전략'에 대해 발제한 박은철 소장은 '의료전달'을 "보건의료 '수요'에 대응한 보건의료 '공급'이 개인·집단에 보건의료 서비스로 전환되는 과정"이라고 정의했다. 의료전달체계를 만들려면 '수요'부터 파악해야 한다는 건데, 박 소장은 △빠른 고령화 △치매 급증 △초저출생 △저성장 시대 △신종 감염병의 위협 △노인 의료비 급증 등을 미래 보건의료 수요로 꼽았다.

그는 "이런 수요의 변화에 따라 의료전달체계도 변화해야 한다"며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한 사람 중심의 통합 보건의료가 의료전달체계의 새로운 수요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예컨대 노인 환자에게 약을 주는 것(의료)뿐 아니라 스스로 자신의 건강을 챙기도록 도와주는 것(돌봄)을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진 왼쪽부터) 박은철 연세대 보건정책 및 관리연구소 소장, 신현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건의료정책연구실 실장. /사진=정심교 기자
(사진 왼쪽부터) 박은철 연세대 보건정책 및 관리연구소 소장, 신현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건의료정책연구실 실장. /사진=정심교 기자

우리나라에선 2000년대 이후 교통과 도시 인프라가 발달하고 의료자원이 수도권으로 집중되면서 환자들이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쏠리는 현상이 이어졌다. 2023년 지역 내 의료 이용률을 보면 서울은 90%에 달하지만 충남은 66%, 경북은 64%, 세종은 55%에 불과해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의료접근성 격차가 뚜렷하다.

이처럼 의료전달체계를 무너뜨리는 '수도권 대형병원 쏠림 현상'을 풀려면 이 문제를 '지방과 소형 의료기관에 대한 낮은 선호'라는 시각으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 소장은 "기존엔 '진료받으러 수도권까지 가지 마세요'라는 규제 위주의 정책이 주를 이뤘다면, 이제는 '지방 의료기관을 도와줍시다'란 지원 위주의 정책을 고안할 때"라고 강조했다.

지방정부가 지역의료 혁신의 주체가 돼야 한다고도 그는 주장했다. 박 소장은 "각 지방정부가 해당 지역의 인구 동향에 대한 민감성을 가져야 한다"며 "인구가 줄어들면 진료권의 범위가 확대될 것이고, 이에 따라 환자 이송체계를 '응급용'과 '일반용'으로 달리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예컨대 인구수가 13만명 이상이면 '중 진료권'(현재 73곳)으로 설정해, 일상적 입원 진료와 골든타임이 있는 질병(심장질환·뇌졸중 등)을 담당할 수 있게 의료진료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구수가 117만명 이상인 대 진료권에선 해당 의료기관이 환자를 수용하는 비율(자체 충족률)을 40~50%로 유지하되, 타 의료기관으로의 환자 이송 시간을 2시간 이내로 한정하는 의료진료체계를 완성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날 박은철 연세대 보건정책 및 관리연구소 소장은 "기존엔 '진료받으러 수도권까지 가지 마세요'라는 규제 위주의 정책이 주를 이뤘다면, 이제는 '지방 의료기관을 도와줍시다'란 지원 위주의 정책을 고안할 때"라고 강조했다. /사진=정심교 기자
이날 박은철 연세대 보건정책 및 관리연구소 소장은 "기존엔 '진료받으러 수도권까지 가지 마세요'라는 규제 위주의 정책이 주를 이뤘다면, 이제는 '지방 의료기관을 도와줍시다'란 지원 위주의 정책을 고안할 때"라고 강조했다. /사진=정심교 기자

이어 '새 정부 보건의료전달체계 구상'을 주제 발표한 신현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건의료정책연구실 실장은 "누구나 언제 어디서나 단절 없이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이용하도록 비용·지리·공간·시간·서비스의 패러다임을 바꿔 의료격차를 줄여야 한다"고 언급했다.

예컨대 기존의 수도권·대도시 중심의 의료 쏠림에서 벗어나기 위해 비대면 진료를 제도화·활성화해 시골, 의료 취약지를 포함한 전 지역의 의료접근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지리적 보장). 또 진료 장소를 병원에 국한하지 않고 방문진료, 재택의료를 확대해 집·시설·지역사회 어디서든 진료받을 수 있는 '공간적 보장'도 그는 제시했다.

신현웅 실장은 "지역별 역량 있는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거점화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며 "특히 △희귀·중증·소아 진료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진료 △암 치료 △중증 외상 △심뇌혈관 질환 분야에서 역량을 갖춘 의료기관을 집중적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이성규 대한병원협회 회장은 인사말에서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의원이, 민간과 공공의료기관이 무한 경쟁, 각자도생하는 데다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 영역에선 의료공백이 생긴다"며 "오늘 논의가 실질적 정책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형훈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축사에서 "지역·필수 의료 보상을 강화해 필수의료 기피 현상을 해소해 모든 국민이 어디서나 안정적으로 의료서비스를 받을 환경을 마련할 것"이라며 "오늘 제안 주신 의견을 면밀히 검토해 정책에 반영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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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심교 기자

안녕하세요. 머니투데이 바이오부 의료헬스팀장 정심교입니다. 차별화한 건강·의학 뉴스 보도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現 머니투데이 바이오부 차장(의료헬스팀장) - 서울시의사회-한독 공동 선정 '사랑의 금십자상(제56회)' 수상(2025) - 대한의사협회-GC녹십자 공동 선정 'GC녹십자언론문화상(제46회)' 수상(2024) - 대한아동병원협회 '특별 언론사상'(2024) - 한국과학기자협회 '머크의학기사상' 수상(2023) - 대한이과학회 '귀의 날 언론인상' 수상(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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