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경기 의정부 튼튼어린이병원
특수의료장비 운영규칙 따라 병상 200개 넘어야 가동가능
인근서 위중증 환아 몰리지만 진단장비 제한으로 의료 한계
"8억원을 들여 CT(컴퓨터단층촬영) 장비를 사들였지만 소용없네요. 가동조차 못하고 있습니다."(최용재 튼튼어린이병원장 겸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장)
우는 아기를 안고 등을 토닥이는 엄마, 팔에 링거를 꽂은 채 아장아장 걷는 어린이. 지난 12일 경기 의정부시에 위치한 튼튼어린이병원 로비에서 이들 사이를 지나 도착한 검사실은 '싸늘했다'. 여느 대학병원의 흔한 검사장비인 CT가 놓여 있었지만 전원도 켜지 않고 포장도 뜯지 않은 '미개봉 새 상품'이었다. 올해 3월 이 병원이 '큰맘' 먹고 8억원에 구비했지만 단 한 번도 가동하지 못한 연유가 궁금했다.

최용재 튼튼어린이병원장은 "베드(병상)가 200개 이상이어야 CT를 가동할 수 있지만 우리 병원은 54개뿐"이라며 "대학병원에서 우리 병원에 전원을 의뢰할 만큼 소아 응급환자가 헤매는데도 정작 CT로 검사할 수 없어 규제가 바뀌기만을 기다린다"고 푸념했다.
이 병원은 야간과 주말에도 소아진료를 담당하는 '달빛어린이병원'이자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8월부터 내년 12월까지 진행하는 '소아진료 지역협력체계 네트워크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의료기관이다.
그가 지목한 규제인 '특수의료장비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200개 병상 미만 의료기관이 CT·MRI(자기공명영상) 같은 특수의료장비를 설치하려면 다른 의료기관과 병상을 공동활용해야 하고 이 경우 공동활용을 위해 '특수의료장비 공동활용 동의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런 규제는 CT·MRI 등 고가검사의 과잉진료를 막고 국민의 의료비 과잉지출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취지로 2002년 국민건강보험재정건전화특별법 제정과 함께 시행됐다. 하지만 CT검사를 시행하고 싶은 중소 병의원의 심리를 악용해 병상을 '뒷돈' 받고 매매하는 사례가 늘면서 이른바 '공동활용병상제' 존속여부에 대한 논란이 이어졌다.
소아 위중증 환자가 발생했을 때 병변을 빠르고 입체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CT검사는 치료 예후를 가를 수 있다. 최 원장은 "3세 미만 아기에게 간헐적 복통과 보챔, 무기력증이 나타났을 때 장 일부가 도넛처럼 말리는 '장중첩증'을 의심할 수 있는데 CT를 찍으면 이를 빠르고 정확히 찾아낼 수 있다"며 "골든타임을 놓치면 소장 일부를 잘라내야 하는데 이럴 경우 비타민B12를 흡수하지 못해 평생 영양흡수 장애를 안고 살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장염전 △장폐색 △난소염전 △복부외상 △윌름스종양 △신경모세포종 △간·콩팥 종괴 등도 빠른 진단이 치료 예후를 가르는데 CT검사가 불가능한 소아청소년병원에선 CT가 '그림의 떡'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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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원장은 "소아환자를 CT에 눕혀 찍으려면 마취·인력·시간에 대한 부담감이 성인보다 크다"며 "이 때문에 CT를 찍을 수 있는 인근 의료기관조차 받기를 꺼리는 실정"이라고 했다. 심지어 인근의 대학병원조차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부족해 위중증 환아를 거꾸로 이곳으로 보내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소아청소년병원이 200개 병상을 갖추지 못하더라도 CT검사를 할 수 있게 해준다면 소아 응급실 뺑뺑이를 줄이고 골든타임을 지키는 환자가 지금보다 많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