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中바이오 키운 쑤저우·우시…적극적 외자 유치·규제 완화

[르포]中바이오 키운 쑤저우·우시…적극적 외자 유치·규제 완화

쑤저우·우시(중국)=박미주 기자
2026.03.18 14:35

[중국 바이오 굴기 현장을 가다]上

[편집자주] 중국 바이오 산업이 급부상하고 있다. 전 세계 기술이전 계약에서 중국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약 4%에서 2025년 30% 이상으로 대폭 확대됐다. 파이프라인(신약후보물질) 수와 제약시장 규모는 미국에 이은 2위다. 의약품 임상시험 도시 점유율은 중국 베이징이 전 세계 1위다. 중국 3대 바이오 클러스터(산업집적지)로 꼽히는 쑤저우공업원구(SIP·Suzhou Industrial Park) 내 '바이오베이'와 '우시 국제 생명과학 혁신 캠퍼스'(I Campus)를 찾아 중국 바이오 산업의 성장 비결 등을 살펴봤다.
쑤저우공업원구(SIP·Suzhou Industrial Park) 개요. 사진은 SIP 홍보관에 소개돼 있는 쑤저우 전경./그래픽=김다나
쑤저우공업원구(SIP·Suzhou Industrial Park) 개요. 사진은 SIP 홍보관에 소개돼 있는 쑤저우 전경./그래픽=김다나

"인재, 대학, 정책, 기술, 자본, 임상시험 등 생태계가 잘 조성돼 '쑤저우공업원구'(SIP·Suzhou Industrial Park) 발전이 가능했습니다. SIP에 조성한 '바이오베이'는 중국 1위 생명과학단지가 됐습니다. 이곳에서 세계적 바이오기업 이노벤트 바이오로직스도 탄생했습니다."(중국 SIP 관계자)

중국 상하이시에서 북서쪽으로 약 100㎞ 떨어진 곳에 위치한 장쑤성 쑤저우시. 상하이 홍차오 공항에서 차로 약 1시간10분가량 달려 도착한 이곳은 바지 모양의 거대 건물 '동방지문' 등 초고층 빌딩이 가득했다. 도로와 조경이 깔끔한 신도시였다. 밤에는 초대형 건물 전체가 스크린으로 변하며 화려한 야경을 자랑했다. 삼성전자, 마이크로소프트, 일라이릴리 등 글로벌 기업이 위치한 중국의 대표적 산업도시다웠다.

제약바이오 산업 국가별 현황/그래픽=윤선정
제약바이오 산업 국가별 현황/그래픽=윤선정
중국 최대 산업단지, 1위 바이오 클러스터로 올라선 '쑤저우'

'동양의 베네치아'로 불리는 2500년 역사의 운하 도시 쑤저우시. 이곳은 2024년 GRDP(지역내총생산) 2조6727억위안(약 580조원)을 기록하며 중국 6위의 경제 도시로 우뚝 섰다. 관광업과 첨단산업의 조화가 이뤄낸 결실이다. 특히 중심부에 위치한 SIP는 중국 최대 첨단산업단지다. 1994년 중국과 싱가포르 정부가 합작해 설립했으며 면적은 278㎢다. 이는 서울시 면적의 절반, 여의도의 약 100배에 달한다.

SIP에 2007년부터 조성된 바이오베이는 중국의 바이오 산업 굴기의 심장부다. 3대 중국 바이오 클러스터(산업집적지) 중 하나로 혁신성 면에서 1위로 꼽힌다. 면적은 200만㎡다. 사노피, 로슈, 아스트라제네카 같은 글로벌 빅파마(대형 제약사)와 이노벤트 등 700개 이상의 바이오 의약 기업이 입주해 있다. 이곳에서 27개의 상장사가 배출됐다.

SIP 내 '바이오베이' 홍보관에 소개된 바이오베이 개요/사진= 박미주 기자
SIP 내 '바이오베이' 홍보관에 소개된 바이오베이 개요/사진= 박미주 기자

연구개발(R&D), 생산, 제조 등이 이뤄지는 바이오베이 내 공유 연구실들에선 흰 가운을 입은 연구원들이 제각각 실험을 수행하고 있었다. 이곳은 2023년 국가 산하기관 국가생물의약기술혁신센터가 2300㎡ 규모로 조성했다. PCR(유전자증폭기술) 실험실 등이 있고 120대의 설비가 투자됐다는 설명이다. 기업이 투자한 공유 실험실도 있다. SIP 관계자는 "여기서 150개 기업이 7000번 이상 실험을 했다"며 "최근 일라이릴리와 13조원 규모의 항암·면역 신약 공동개발 계약을 맺은 이노벤트도 바이오베이에서 육성됐다"고 말했다.

2011년 설립된 이노벤트 본사는 바이오베이에서 영역을 넓혀가고 있었다. 땅을 매입하고 연구소를 지으면서 여러 채의 건물로 조성된 '이노벤트 캠퍼스'가 들어서 있었다. 본사에서 만난 이노벤트 관계자는 "일라이릴리와 공동개발한 세계 최초 글루카곤(GCG)·글루카곤 유사 펩티드-1(GLP-1) 이중 수용체 작용 비만치료제 '마즈두타이드'를 지난해 중국 정부로부터 승인받았고, 항PD-1 면역항암제 '티비트'도 개발해 중국에 도입했다"며 "총 파이프라인은 80개 이상이고 약 15개 물질이 임상 후기 단계에 있다"고 성과를 소개했다.

SIP 내 바이오베이에 위치한 이노벤트 본사 입구/사진= 박미주 기자
SIP 내 바이오베이에 위치한 이노벤트 본사 입구/사진= 박미주 기자
중국 정부의 전폭적 지원…적극적 규제 혁신과 외자 유치 등의 결과

쑤저우의 성공은 정부의 적극적인 글로벌 기업과 외자 유치, 규제 완화 등의 결과다. SIP에는 싱가포르 자본과 노하우가 투입됐다. 이후 삼성전자(외자기업 1호) 등 해외 유수의 기업을 적극 유치했다. SIP 관계자는 "현재 SIP에 5200여개의 외자기업이 들어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각종 규제도 완화했다"며 "중국에서 보통 외국으로 돈을 보내려면 엄격한 심사를 받아야 하고, 상하이 베이징에서도 3개월 이상 걸리는데 SIP에서는 3억달러(약 4500억원) 이하면 3일 내에 바로 송금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SIP 이사회에 중국과 싱가포르 정부 부처들이 참여해 규제 완화 등 정책적 지원을 곧바로 시행한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SIP 관계자는 △정부 펀드를 통한 지원 △자녀를 위한 국제학교 설립과 보조금 등 지원을 통한 글로벌 인재 유치 △세제혜택 △안정적 전력망 등을 구축해 생태계를 조성했다고 부연했다.

중국 우시시 개요. 사진은 우시고신구 내 바이오헬스 혁신 허브 '우시 국제생명과학 혁신원'(I Campus) 모습/그래픽=최헌정
중국 우시시 개요. 사진은 우시고신구 내 바이오헬스 혁신 허브 '우시 국제생명과학 혁신원'(I Campus) 모습/그래픽=최헌정
우시고신구, 또 다른 바이오 클러스터…지자체가 펀드 구성, 규제기관이 현지에 거점 마련

쑤저우에서 약 50㎞ 거리에 있는 장쑤성 우시시도 산업도시다. 2024년 우시의 GRDP는 1조6263억위안(약 352조원)다. 2023년 중국 도시 중 1인당 GRDP 1위였다. 이곳엔 SK하이닉스, 세계 1위 임상시험수탁개발생산(CRDMO) 기업 우시앱텍, 세계적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 우시바이오로직스 등이 있다.

우시 내 220㎢ 규모의 우시고신기술산업개발구는 1992년부터 산업단지로 특화됐다. 반도체, 바이오의약, 사물인터넷(IoT)이 3대 핵심 산업이다. 이곳의 2024년 바이오 의약 산업 규모는 1001억7500만위안(약 22조원)으로 우시 바이오 의약 산업의 약 50%를 차지한다. 이곳에는 우시시가 2019년 아스트라제네카와 공동 조성한 바이오헬스 혁신 허브 '우시 국제생명과학 혁신원'(I Campus)도 있다.

우시고신구의 특징은 지자체가 외자를 유치하고 펀드를 공동으로 조성해 바이오사에 투자한다는 점이다. 또 규제 당국이 우시에 직접 현지 사무소를 내 심사 기간을 단축한다.

현장에서 만난 우시고신구 관계자는 "우시시와 아스트라제네카가 10억달러(약 1조5000억원) 등 규모의 공동 투자 펀드를 설립했고 다양한 창업 공간 등을 만들었다"며 "베이징대, 중국약과대 등과도 협력해 기술 개발 생태계를 조성했고 300여개 기업이 입주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2022년에는 장쑤성 의약품감독관리국이 우시에 입주해 기업들의 심사 승인 절차를 단축했다"며 "2023년 바이오산업을 핵심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컨트롤 타워인 '우시시 바이오의약산업 발전 촉진센터'를 설립해 기업들에 더 좋은 서비스를 하며 발전 환경을 가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우시고신구 I Campus 내에 전시된 의료기기 등 모습. 우시고신구에 입주한 기업들의 제품이다./사진= 박미주 기자
우시고신구 I Campus 내에 전시된 의료기기 등 모습. 우시고신구에 입주한 기업들의 제품이다./사진= 박미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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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주 기자

보건복지부와 산하기관 보건정책, 제약업계 등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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