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크면 좋은 줄 알았는데"…부모가 놓치기 쉬운 아이의 이상 신호

"빨리 크면 좋은 줄 알았는데"…부모가 놓치기 쉬운 아이의 이상 신호

정심교 기자
2026.04.30 16:59

[정심교의 내몸읽기]

아이 키는 매일 보는 부모가 가장 잘 알 것 같지만, 어느 시점부터는 키 성장에 대해 무관심해지는 시기가 생기기도 한다. 또래보다 조금 작아 보이면 체질로 여기는가 하면, 살이 갑자기 쪄도 "크려고 그러나 보다" 하고 지나치기 쉽다. 이와 반대로 또래보다 훨씬 크면 '잘 크고 있다'고 여겨 성장 검사를 고려하지 않는 부모도 적잖다.

하지만 이이의 성장 문제는 단순히 키가 크고 작다는 것만으로 판단해선 안 된다는 게 전문의의 조언이다. 부산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정재은 과장은 "사춘기가 예상보다 빨리 시작되거나, 1년 사이 체중이 급격히 늘거나, 예전보다 키 크는 속도가 눈에 띄게 둔해지거나 빨라졌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며 "언제 검사를 받아야 하는지 알고, 적절한 시기를 놓치지 않고 검진받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최근 많은 부모가 아이가 또래보다 작아 보일 때 성장 검사를 고민한다. 그런데 너무 빨리 크는 아이도 점검이 필요하다. 대표적인 경우가 '성조숙증'이다. 여아는 만 8세 이전 유방 발달(가슴 멍울), 남아는 만 9세 이전 고환 크기 증가가 사춘기의 가장 초기 신호로, 이 시기에 이러한 변화가 보인다면 성조숙증을 의심하고 평가가 필요하다.

이런 아이들은 초반에는 또래보다 커 보일 수 있지만, 사춘기가 일찍 시작되면 성장판이 빨리 닫혀 최종 키에는 오히려 불리할 수 있다. 특히 갑자기 키 크는 속도가 빨라지거나, 가슴 멍울의 시작, 고환 크기 증가와 겨드랑이·음모 발달 같은 2차 성징이 이른 시기에 함께 나타난다면 반드시 진료받아야 한다.

부산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정재은 과장은 "성장기 자녀를 둔 부모들이 키 성장과 관련, 헷갈리는 게 '좀 더 기다려도 되는 상황'과 '지금 확인해야 하는 상황'을 구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성장은 시기를 놓치면 뒤늦게 아쉬움이 커질 수 있어, 이상 신호가 보이거나 성장에 대한 걱정이 생기는 시기라면 성장 곡선과 사춘기 진행 상태를 함께 점검해보기 위해 진료받아보는 것을 권장한다"고 말했다.

여아의 경우 초등학교 저학년인데 가슴 멍울이 잡히거나, 또래보다 유난히 빨리 체형 변화가 시작되는 경우 부모가 먼저 눈치채기도 한다. 하지만 남아는 고환 크기 증가가 첫 증상이라 부모가 눈치채지 못한 채 상당히 진행해서야 병원을 찾는 경우도 적잖다.

성장 평가에서 중요한 건 현재 키뿐 아니라 성장곡선에서 어디에 위치하는지, 그리고 1년에 얼마나 자라고 있는지를 함께 보는 것이다. 정 과장은 "부모 입장에서는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고 판단하기 쉽지만, 성장 속도가 느린 아이에게는 '기다림' 자체가 오히려 손해가 될 수 있다"며 "학교 건강검진 기록이나 영유아 검진 기록을 가져와 성장 흐름을 이어서 보면 진단에 큰 도움 된다"고 강조했다.

정재은 부산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과장은 "성장기 자녀를 둔 부모들이 키 성장과 관련, 헷갈려하는 게 '좀 더 기다려도 되는 상황'과 '지금 확인해야 하는 상황'을 구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부산성모병원
정재은 부산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과장은 "성장기 자녀를 둔 부모들이 키 성장과 관련, 헷갈려하는 게 '좀 더 기다려도 되는 상황'과 '지금 확인해야 하는 상황'을 구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부산성모병원

성장 검사를 생각할 때 체중은 뒤로 밀리기 쉽다. 그러나 소아·청소년기에는 체중 문제가 곧 성장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2022~2024년 기준, 소아·청소년 비만 유병률은 10년 전보다 증가한 것으로 보고된다.

단지 외형 변화에 그치지 않고, 고혈압·이상지질혈증·당대사 이상·지방간·수면 문제 등과 연결될 수 있으며, 소아기 비만은 성인기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성장기부터 관리해야 한다. 정 과장은 "아이 몸무게가 늘어도 키가 같이 크면 괜찮다고 생각하는 보호자가 적지 않지만, 급격한 체중 증가는 사춘기 진행, 인슐린 저항성, 지방간 같은 문제와 함께 봐야 할 때가 있다"며 "특히 성장기 비만은 성인이 된 뒤의 대사질환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어 '어릴 때 살' 정도로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라고 말했다.

식사는 단순히 많이 먹느냐보다 규칙적인 식습관이 형성돼 있는지가 중요하다. 아침을 자주 거르고, 저녁 늦게 간식과 야식을 몰아 먹으며, 음료로 당을 자주 섭취하는 습관은 체중 증가뿐 아니라 하루 생활 리듬도 무너뜨릴 수 있다. 과도한 열량 섭취, 신체활동 감소, 앉아 있는 시간 증가, 수면 부족 등이 소아비만의 주요인이다.

비만 관리에는 활동량도 중요하다. 빠르게 걷기, 자전거 타기 같은 유산소 운동과 근력·근지구력 운동이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아이를 운동선수처럼 몰아붙이는 것이 아니라, 매일 몸을 쓰는 시간을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포함하는 것이다.

수면도 빼놓을 수 없다.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패턴, 잠들기 직전까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사용하는 습관은 성장호르몬 분비 리듬과 전반적인 생활 리듬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정 과장은 "성장기 아이는 음식뿐 아니라 수면과 활동량 모두 중요하다"며 "불규칙한 수면 패턴을 피하고, 잠들기 전 디지털 기기 사용을 줄여 숙면 환경을 만드는 것, 늦지 않은 시간에 잠자리에 드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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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심교 기자

안녕하세요. 머니투데이 바이오부 의료헬스팀장 정심교입니다. 차별화한 건강·의학 뉴스 보도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現 머니투데이 바이오부 차장(의료헬스팀장) - 서울시의사회-한독 공동 선정 '사랑의 금십자상(제56회)' 수상(2025) - 대한의사협회-GC녹십자 공동 선정 'GC녹십자언론문화상(제46회)' 수상(2024) - 대한아동병원협회 '특별 언론사상'(2024) - 한국과학기자협회 '머크의학기사상' 수상(2023) - 대한이과학회 '귀의 날 언론인상' 수상(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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