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심교의 내몸읽기]
푹푹 찌는 가마솥더위가 이어진다. 이런 날 바깥에서 머물다가 갑자기 어지러움을 느낀다면 '실신'의 전조증상일 수 있다. 무더위 속 실신은 가벼운 질환부터 심각한 질환까지 다양한데, 실신을 유발하는 기전이 달라 원인을 빠르게 파악해 대처하는 게 중요하다. 폭염에 쓰러질 수 있는 대표 질환 3가지의 원인과 기전, 대처법을 알아본다.

폭염에 몸이 그대로 노출되면 노인·어린이는 바깥 온도에 적응하지 못할 수 있다. 이때 가벼운 실신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를 온열질환 중에서도 '열실신'이라고 한다.
체온이 높아지면 열을 외부로 발산하기 위해 표면 혈액량이 늘어나고 심부 혈액량이 줄어든다. 혈액 용적이 감소하고 말초혈관이 확장하면서 뇌로 가는 혈액량이 부족해지고, 일시적으로 의식을 잃는다. 더운 환경에서 오래 앉아있다가 갑자기 일어날 때, 오래 서 있을 때 열실신이 발생할 수 있다.
손기영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몸이 극심한 더위에 적응하지 못할 때 뇌로 가는 피가 부족해 일시적으로 의식을 잃는 증상이 열실신"이라며 "쓰러지기 전 두통·어지럼증을 동반한다"고 설명했다. 단순 열실신은 안정을 취하면 대부분 쉽게 회복된다. 시원한 그늘을 찾아 호흡하면서 머리를 낮게 해주고, 의료기관에서 수액을 보충해주면 회복할 수 있다.
무더위 바깥에서 활동할 땐 차가운 커피, 당분이 많은 음료는 피하는 게 좋다. 이뇨작용을 촉진해 수분을 빠르게 배출하면서 탈수를 부르기 때문이다. 폭염 땐 체온이 오르지 않도록 땀이 잘 배출되는 소재의 옷을 입고, 운동 강도는 평소보다 낮춘 채 실내에서 규칙적으로 실시하는 게 권장된다.

전체 실신의 원인 중 가장 흔한 게 '혈관 미주신경성 실신'이다. 미주신경은 뇌의 10번째 뇌 신경으로 맥박을 낮추고 음식을 소화할 수 있도록 위장관(위·장 등 소화기관)의 운동을 증진하는 뇌 신경이다. 그런데 이 미주신경이 과도하게 반응하면 혈압이 떨어지고, 실신을 일으키는데, 이게 미주신경성 실신이다.
더운 환경, 극심한 스트레스, 오래 서 있기 등으로 인해 자율신경계 균형이 깨지면서 심박수·혈압이 급격하게 떨어진다. 이 때문에 뇌로 가는 혈액량이 줄면서 의식을 잃고 쓰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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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느끼는 공포, 놀람, 불안 같은 심리적 충격을 받았거나, 오래 서 있을 때 교감신경계라는 위기 대처 시스템이 작동한다. 이때 부교감신경의 반대작용이 과도하게 나타나면 심장으로 돌아오는 혈액의 양이 감소하면서 심장에서 다시 나가는 혈액의 양이 감소한다. 동시에 뇌로 가는 혈액량이 줄면서 몸이 쓰러질 수 있다.
실제 사례를 보면 △더운 날씨에 사람이 많은 곳에서 오래 서 있을 때 △화장실에서 대변보다가 갑자기 어지러울 때 △혈액검사를 받을 때 주삿바늘로 피를 뽑는 상황을 볼 때 혈관 미주신경성 실신이 발생했다.
혈관 미주신경성 실신은 유발 원인을 회피하고, 수분·영양을 충분히 섭취하면 회복할 수 있다. 실신이 잦다면 약물·수술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실신과 함께 극심한 두통과 어지럼증, 안면마비와 저림 증상, 언어장애 등의 동반 증상이 있다면 뇌혈관 질환을 의심해 보고 정밀 검사를 받아야 한다.

뇌혈관 질환은 흔히 추운 겨울철에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근 들어서는 계절에 상관없이 환자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울산엘리야병원 뇌신경센터 이상경 과장(신경외과 전문의)은 "최근엔 스트레스 등으로 청장년층의 뇌출혈 발생 빈도가 여름에도 급증하고 있어 적절한 스트레스 조절이 필수"라고 조언했다.
더위 자체도 혈관 건강을 위협한다. 기온이 올라가면 체온도 같이 상승하는데, 올라간 체온을 내리기 위해 땀을 많이 흘리는 과정에서 몸속의 수분이 부족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혈액이 끈적해져 피떡(혈전)이 생기고, 피떡이 혈관을 막아 뇌졸중(뇌출혈·뇌경색), 심근경색 같은 혈액순환 관련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폭염에 몸이 노출되면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혈관이 팽창하고 혈류 속도가 느려지며, 혈액량이 감소해 뇌졸중 발생 위험이 커진다. 에어컨을 사용해 실내외 온도 차가 커지면 혈관이 갑자기 수축하면서 혈관이 막히거나 터질 수 있다. 뇌출혈로 인한 사망률은 20%, 만약 생존한다고 해도 영구적인 마비, 부분 마비 등 심각한 장애가 남는 경우가 20%에 달한다.
뇌출혈 발생 후 의식이 있을 땐 심한 두통과 구역질 같은 증상을 환자가 인지한다. 심하면 실신까지 하는 등 증상·형태가 다양하다. 이 과장은 "뇌출혈의 가장 흔한 증상은 갑자기 머리가 깨질 것 같이 찾아오는 극심한 두통"이라고 설명했다.
위쪽 눈꺼풀이 늘어지는 안검하수 현상, 사물이 이중으로 보이는 복시현상, 빛을 싫어하게 되는 광선 공포증, 목이 뻣뻣해지는 현상 등이 나타나거나 경련·발작이 뇌출혈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재빨리 가까운 병원을 찾아 뇌혈관 촬영 등 검사와 진단에 따른 치료를 받아야 한다.
덥다고 몸에 냉수를 갑자기 끼얹거나 찬물에 뛰어드는 건 피해야 한다. 급격한 체온 변화를 일으켜 심장·혈관에 무리를 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