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대면 진료 법제화를 앞두고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하위법령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했다. 약 배송 외에도 의료계와 원격의료산업계 간 견해차가 큰 문제가 산적해 있어 합의 과정에 난항이 예상된다.
12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비대면 진료는 코로나19와 의정 갈등을 거치며 제도의 필요성이 확산했고, 이를 위한 의료법 개정안이 지난해 통과되면서 오는 12월 제도화를 앞두고 있다. 이에 따라 비대면 진료의 구체적인 기준과 내용을 담은 의료법 하위법령 제정을 위해 오는 13일 국회에서 원격의료산업협의회와 대한의사협회(의협), 보건복지부, 중소벤처기업부 등이 참여한 정책 토론회가 열린다.
비대면 진료는 의협 등 의사단체와 대한약사회 등 약사단체의 반발이 큰 사안이다. 정부는 6년여간의 시범사업 결과와 사전 소통 등을 통해 △대면 진료 원칙 △의원급 의료기관 중심 △재진 환자 중심 △전담 기관 금지와 같은 내용을 법에 담았지만, 세부적인 '디테일'이 담길 하위법령 제정에도 쟁점 사안이 산적해 있다.

먼저 처방 일수다. 현재는 비대면 진료받으면 첫 진료(초진) 시 최대 90일치분의 약을 처방받을 수 있다. 이를 환자 안전 등을 고려해 의사단체는 3일, 대한약사회는 2일로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원격의료산업계는 처방 일수의 일률적인 제한은 기존에 비대면 진료를 이용해 온 경증 만성질환자의 불편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의료 마이데이터 등을 통해 환자의 진료·투약·검진 결과를 토대로 처방일수를 유연하게 적용하면 의료 정보를 스스로 해석하고 활용하는 '헬스 리터러시' 능력을 키울 수 있을 뿐 아니라 데이터 기반의 진료 연속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 반박하고 있다.
이밖에 처방 의약품도 의료계는 기본적으로 제한하되 검증·승인된 예외적 대상만을 허용해야 한다는 '화이트 리스트' 방식을, 원격의료산업계는 현행대로 사후피임약이나 마약류, 비만치료제 등 오·남용 우려 의약품을 금지하고 나머지는 허용하는 '네거티브 규제' 방식을 강조하며 대립하고 있다. 항생제·스테로이드 의약품 등도 처방 금지 목록에 포함해야 한다는 의사단체와 지금껏 문제 없이 처방됐던 약까지 금지 범위를 확대하는 것은 비대면 진료 효용성을 낮추려는 의도가 있다는 산업계 입장이 맞서는 상황이다.

반면 비대면 진료 비율 조정은 의료계와 산업계 모두 필요성에 동의하고 있다. 법령상 의료기관은 진료 건수 대비 비대면진료 건수가 일정 비율을 넘어서는 안 된다. 현재는 이 비율이 30%로 정해져 있다.
그러나 전체 진료량을 '급여 진료'만 확인할 수 있어 기준 자체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비대면 진료의 주요 대상은 의원급 의료기관인데, 대부분이 비급여 진료를 많이 하는데도 정부가 이 규모를 정확히 알진 못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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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계는 비급여 진료를 포함하면 30%를 초과하지 않는 곳도 급여만 집계하면 제약을 받을 수 있고, 매번 의료기관의 진료량이 변화하는 만큼 예측 불확실성이 커 참여도가 낮아질 수 있다고 걱정한다. 평일·주간만 해도 환자가 다 차게 되면 상대적으로 필요도가 높은 휴일·야간은 비대면 진료에 참여하지 않을 수 있다며 예외를 둬야 한다고 주장한다.
의료계도 의료기관이 아닌 의사 1인당 비대면 진료 건수를 제한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원장이 10명인 의료기관이 대면 진료를 1만건 한다면, 의사 1명이 비대면 진료를 3000건을 하는 등 사실상 '전담 의사'도 '합법'인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비대면 진료는 환자를 직접 눈으로 볼 수 없는 만큼 대면 진료와 달리 대화를 통한 문진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된다. 오진을 줄이고 환자 안전을 강화하기 위해 특화된 진료 지침을 만들고, 이를 체계적으로 교육해야 하는데 이 역시 구체적인 내용과 방식이 정해지지 않았다. 피부과의 경우 화상이나 전화보다 사진이 치료 판단을 내리는 데 효과적인데, 이렇듯 질환마다 적합한 비대면 진료 방식과 품질 확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비대면 진료 시 약 배송을 어디까지 허용할지 여부는 과거에도, 앞으로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섬·벽지 거주자, 장기 요양 수급자, 등록 장애인, 희귀질환자, 감염병 확진자 등의 취약계층에만 예외적으로 허용되는데, 의사·약사단체는 이를 유지해야 한다는 반면 산업계는 확대해야 한다고 맞선다.
원격의료산업계 관계자는 "비대면 진료는 국민이 필요한 의료 서비스에 보다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제도화된 만큼 본래 목적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설계될 필요가 있다"며 "의료 마이데이터 활용 등 판단 근거를 충분히 마련할 수 있는데도 일률적으로 동일하게 처방을 제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