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당뇨' 앓는 韓-英 비교해보니…한국인만 '뇌 나이' 더 들었다

'고혈압·당뇨' 앓는 韓-英 비교해보니…한국인만 '뇌 나이' 더 들었다

홍효진 기자
2026.09.1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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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형 정밀의료' 패러다임 변화
"한국형 코호트 고도화해야"

서상원 삼성서울병원 치매융합연구센터장(신경과 교수)이 지난 15일 서울 광화문빌딩에서 열린 국립보건연구원(보건연)·한국과학기자협회 미디어 아카데미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홍효진 기자
서상원 삼성서울병원 치매융합연구센터장(신경과 교수)이 지난 15일 서울 광화문빌딩에서 열린 국립보건연구원(보건연)·한국과학기자협회 미디어 아카데미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홍효진 기자

당뇨병과 고혈압을 앓는 동일한 조건에서 한국인의 '뇌 노화' 속도가 영국인보다 빠르단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알츠하이머성 치매의 주된 요인으로 꼽히는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쌓이는 정도에서도 한국인과 서양인 간 차이가 확인됐다. 전 세계 치매 치료의 패러다임이 맞춤형 정밀의료로 전환 중인 가운데, 한국인 특성에 맞는 고도화된 코호트(동일 집단) 데이터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서상원 삼성서울병원 치매융합연구센터장(신경과 교수)은 지난 15일 서울 광화문빌딩에서 열린 국립보건연구원(보건연)·한국과학기자협회 미디어 아카데미에서 "인지기능이 정상인 한국인과 서양인의 아밀로이드 양성률(아밀로이드 단백질이 뇌에 쌓인 정도를 나타냄)은 각각 20.8%, 33.7%로 차이를 보였고, 위험 요인의 영향도 다르게 나타났다"며 "서구 기준을 그대로 쓰면 우리나라에 맞는 치매 치료 전략을 만들기 어렵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보건연 주도의 노인성 치매(65세 이후) 장기 추적 코호트 연구인 'K-로드(ROAD)'에 참여하고 있다. K-로드는 전국 상급종합병원 20곳과 지역사회 치매 안심센터가 참여하는 국내 최대 치매 코호트다. 유전형·혈액·영상·임상 경과를 함께 추적한다.

이날 서 교수는 당뇨병·고혈압 유무에 따른 한국인과 영국인의 뇌 나이 지수(실제 나이보다 뇌가 몇년 더 늙어보이는지 측정)를 분석한 결과를 밝히며, "두 질환을 앓는 한국인, 특히 여성의 뇌 노화가 급속도로 진행된단 점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반면 같은 조건에서도 영국인 뇌 연령엔 큰 변화가 없었다"면서 "치매 치료에 있어 한국인 기준과 성별 특성 등에 맞는 정밀의료가 필요함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쌓인 뒤 치매로 진행되는 시간은 전 세계 평균 약 14년이다. 그러나 이 역시도 성별이나 유전적 문제에 따라 차이가 있다. 실제 이날 서 교수가 공개한 미국의 장기 추적 데이터에 따르면, 알츠하이머병의 위험 인자인 '아포지단백 E ε4(APOE ε4)을 유전적으로 많이 보유한 여성은 전임상 단계(치매 증상은 없으나 아밀로이드 양성)에서 알츠하이머성 치매까지 진행되는 속도가 가장 빨랐다. 이와 달리 이 단백질이 없는 남성은 치매까지의 진행 속도가 가장 느린 것으로 나타났다.

고영호 국립보건연구원 뇌질환연구과장이 지난 15일 서울 광화문빌딩에서 열린 국립보건연구원(보건연)·한국과학기자협회 미디어 아카데미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홍효진 기자
고영호 국립보건연구원 뇌질환연구과장이 지난 15일 서울 광화문빌딩에서 열린 국립보건연구원(보건연)·한국과학기자협회 미디어 아카데미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홍효진 기자

현장에선 국가 연구 기반의 코호트 구축과 데이터 고도화의 필요성이 거듭 강조됐다. 현재 보건연은 2021년부터 국가 뇌 질환 연구 사업인 '브릿지'(BRIDGE)를 진행 중이다. 노인성 치매 코호트 K-로드를 비롯해 △65세 이전의 조발성 치매 △중장년층 치매 위험 신호 △특발성 파킨슨병 증상·예후 추적의 4개 코호트로 치매 발병 연령대와 대상군을 세분화했다. 후유 장애가 심각한 뇌졸중과 관련해서도 2012년부터 코호트를 구축, 현재까지 1만2372명의 10~20년 장기 추적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고영호 보건연 뇌질환연구과장은 "신경 퇴행성 뇌 질환의 사전 예방부터 뇌졸중 등 뇌혈관 질환의 초장기 재활까지 정밀 뇌 건강 플랫폼을 구축 중"이라며 "코호트 데이터의 AI(인공지능) 모델링과 맞춤형 진단·재활 등을 거쳐 정책 근거를 창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원호 보건연 만성질환융복합연구부장은 "지금까지 임상 기반 구축에 집중해 코호트 데이터를 쌓아왔다면, 앞으로는 이를 유전체·임상역학·혈액 생체지표(바이오마커) 등 여러 종류의 데이터를 결합한 '멀티모달 데이터'로 고도화할 계획"이라며 "실제 치료제 개발이나 건강보험 수가 적용 등 필요한 정책 논의에 대해 명확한 근거를 만들어가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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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효진 기자

안녕하세요. 바이오부 홍효진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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