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여성 "집은 차압돼도 현대차는 안돼"

美 여성 "집은 차압돼도 현대차는 안돼"

뉴욕=뉴시스
2009.10.21 07:45

"50대 여성, 차에서 생활" 뉴욕타임스 보도

‘주택차압(포클로저)’으로 홈리스로 전락하는 가구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유일한 재산인 현대 승용차 안에서 생활한 중년의 여성이 있어 화제를 모으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19일 A섹션 1면 톱으로 클리블랜드에 거주하는 쉐리 웨스트라는 50대 여성의 사연을 통해 주택차압에 따른 집을 잃고 홈리스로 전락하는 서민들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포클로저로 집을 잃은 첫날 밤 웨스트 씨는 자신의 현대 세단 뒷좌석에 꽃무늬가 새겨진 드레스와 모자, 몇가지 소지품들을 싣고 하룻밤을 지샜다.

둘째날 밤 그녀는 친구 집으로 거처를 옮겼다. 50대의 나이에 세 자녀와 여섯명의 손주들, 한명의 증손주까지 둔 그녀는 친구와 친척, 자신의 현대 승용차에서 잠을 자는 생활을 일년이상 지속했다.

그러나 이것도 어려워지면서 가을부터 홈리스를 위한 쉘터 신세를 지고 있다. 웨스트 씨는 “내가 홈리스 쉘터에서 잠을 자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하지만 이젠 현실이다. 나는 홈리스”라고 힘없이 말했다.

사회복지단체에 따르면 주택차압으로 인해 홈리스가 되어 쉘터를 찾는 미국인들이 급속히 늘고 있다. 3년전만 해도 주택차압으로 홈리스가 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러나 ‘2009 포클로저 홈리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만 주택차압으로 집을 잃을 사람 중 10%가 홈리스가 된 것으로 나타났다. 높은 실업률에 시달리는 중서부의 경우 포클로저 홈리스 비율은 15%에 이르고 있다.

클리블랜드에서 홈리스 가족들을 돕는 웨스트사이드 캐톨릭센터는 2007년만 해도 포클로저 홈리스 사례가 한 번도 없었지만 지난해 처음 두 가구가 발생한데 이어 올해는 벌써 네가구나 나왔다고 밝혔다.

이는 캘리포니아와 미시건, 플로리다 등에 이르기까지 공통된 현상이다. 홈리스가 되는 사람들은 보통 저소득의 세입자들이 많지만 최근엔 모기지 부담을 이기지 못한 집주인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평소 근검절약하며 모기지를 내던 웨스트 씨와 같은 사람들이 불가항력으로 주택차압 사태에 직면한다는 사실이다. 캘리포니아 샌타애나에 있는 한 봉사단체의 래리 헤인스 이사는 “예전같으면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들은 어디로 가야할지 무엇을 해야할지 알지 못한다”고 심각성을 전했다.

홈리스로 전락하는 보통사람들은 처음엔 차에서 캠핑생활을 시작하는게 일반적이다. 캘리포니아 벤추라시 공무원인 릭 콜 씨는 “요즘들어 차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늘어나 지정된 구역에 차를 두고 생활하도록 돕고 있다”며 “사람들은 집을 포기해도 차를 포기하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이들이 차에서 생활하는 것은 경제적인 이유도 있지만 크레딧이 나빠져 집이나 아파트를 렌트하는 것이 불가능한 이유도 있다. 가족단위의 홈리스들은 초기엔 모텔에서 방 하나를 얻어 생활하며 간편하게 음식을 조리할 수 있는 ‘핫플레이트’로 요리를 하거나 가족이나 친구들 집에서 여분의 침대나, 지하실, 다락방에서 생활한다. 그것이 어렵게 되거나 돈이 떨어지면 쉘터로 옮겨간다.

뉴저지 넵튠 출신인 웨스트 씨는 홀어머니 품의 외동딸로 자랐다. 침대가 하나밖에 없어서 응접실에 소파침대에서 생활했던 그녀는 “어렸을 때는 항상 이보다 나은 생활을 꿈꿨어요. 내 집을 갖는게 소원이었지요”하고 회상했다.

그녀의 오랜 꿈은 90년대 초반 남편과 두 아이와 함께 살던 클리블랜드에서 이뤄졌다. 처음엔 렌트를 살았지만 흑인중산층이 주로 살던 쿠야호가 강 근처의 마운트 플레즌트에 내 집을 만들게 됐다.

붉은 벽돌로 된 집은 나무로 된 현관과 넓은 대지를 갖고 있었고 몇 블록 지나서 학교도 위치한 곳이었다. 지역 신문 광고에 4만5000 달러에 나온 집을 보고 웨스트 씨는 사기로 마음먹었다. 그간 저축한 9000 달러를 지불하고 전 주인이 얻은 융자금을 월 400 달러 씩 갚으면 되는 조건에 계약을 마쳤다.

당시 웨스트 씨는 아파트 단지의 관리인 일을 시간당 9 달러에 할 수 있었다. 남편은 시간당 10 달러를 받고 트럭 운전사로 일했다. 앞 마당에는 관목을 심었고 아이들의 생일 파티를 열면서 내 집을 가진 기쁨을 만끽했다.

융자금을 순조롭게 갚아나갈 것으로 생각한 웨스트 씨 부부는 인근 유니온 스트리트에 있는 집 한 채를 1만5000 달러를 현금으로 지불하고 구입했다. 이 집에 5명의 홈리스들을 들이면서 세탁과 식사를 해주는 조건으로 월 750달러를 받았다.

그러나 버는 것보다는 쓰는 게 더 많았던게 문제였다. 웨스트 씨 부부는 크레딧카드로 외식비를 결제했고 SUV차량도 구입했다. 매달 청구서들이 쌓이면서 홈리스들을 위한 집을 유지하기가 힘들어졌다.

2001년에 6만7000 달러 모기지를 안고 있는 이 집을 재융자하면서 월 700 달러를 갚기로 했다. 그러나 2년 후 남편과 헤어지면서 웨스트 씨는 많은 어려움에 봉착했다. 또 2년이 지나고 마침내 파산을 하기에 이르렀다.

보금자리였던 집을 사촌에게 팔고 홈리스들이 살던 집으로 입주해 닥치는대로 일을 했지만 고정된 직업을 구하지 못하면서 더 이상 빚을 갚을 수 없었다.

이듬해인 2006년 모기지 회사로부터 연체가 너무 밀려 주택차압을 해야 한다는 경고장이 날라 왔다. 그녀는 월 할부금을 깎아 달라고 사정했지만 신용점수도 나쁘고 고정된 직업도 없는 그녀는 교섭의 대상이 아니었다.

2008년 봄 결국 그녀는 집이 차압됐고 가구 등 돈이 될만한 것들을 처분하고 유일한 소유물인 승용차에 몸을 싣게 됐다.

웨스트 씨는 현재 90일간 단기로 머물 수 있는 쉘터에 몸을 의탁하고 있다. 노인들을 돌보틑 파트타임 일을 하면서 웨스트사이드 캐톨릭센터를 통해 렌트할 집을 알아보고 있다.

비록 암담한 현실이지만 그녀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다시 내 집을 갖고 싶어요. 그것이 누구나 꿈 꿀 수 있는 아메리칸 드림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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