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日 '디플레라도 괜찮아'

[기자수첩]日 '디플레라도 괜찮아'

조철희 기자
2010.08.11 14:45

"디플레이션 문제가 심각한데 어떻게 대처하고 계십니까?" 지난주 취재차 도쿄를 방문해 만난 일본인들에게 매번 이런 질문을 던졌다. 그들에게서 돌아온 대답은 한결같았다. "괜찮습니다. 큰 문제는 아닙니다"였다.

한 건설업계 종사자는 해외에선 일본의 디플레이션을 심각하게 보고 일본 기업과 국민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을 것이라고 말하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다고 했다. 장기간의 저성장 체제 속에서 나름 내성을 쌓아온 일본인들에게 디플레이션 '쯤'은 별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또 금융권의 한 인사는 일본이 신흥국도 아니고, 반드시 경기가 뜨겁게 끓어올라야만 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특히 그는 대박을 좇지 않고 차분하게 안정된 삶을 유지하고자 하는 국민성이야말로 일본인들이 디플레이션 상황을 두려워하지 않는 이유라고 말했다.

최근 들어 '일본 열도의 침몰', '20년 불황' 등과 같은 헤드라인에 익숙해진 상태에서 듣자니 전혀 예상 밖의 얘기로 들렸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일본 경제가 확실히 체면을 구겼다고 생각했으며 세계경제의 중심에서 일본이 차지할 자리가 곧 없어질 것으로만 보였다.

실제로 최근 미국과 유럽 등 일본의 선진국 동료들은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일본 경제를 폄하했다. 거침없이 성장하는 중국은 국내총생산(GDP)이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가 됐다며 어깨를 으쓱했다. 한국도 일본을 따라잡을 날이 머지않았다거나 일부 산업은 벌써 역전에 성공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시스템의 일본'은 당황하거나 허둥대는 것 같지는 않다. 물론 일본 정부와 중앙은행이 경기회복과 디플레이션 극복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그 역시 시스템 차원에서 전형적인 정책들을 집행하는 것이지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듯, 노루 보고 그물 짊어지듯 하는 식은 아니다.

최근 국제신용평가사가 국가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경고하며 지적했던 재정적자 문제의 대응방식에 있어서도 일본인들의 차분한 자신감을 느낄 수 있었다. 한 시장조사 업체의 종사자는 일본 국민들의 보유 자산만 1300조엔이고 일본 국채는 이들 개인들이 대부분을 갖고 있다며 일본 재정이 도저히 무너질 수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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