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통일 20년을 말한다-2]통일경제의 빛과 그림자

[독일 통일 20년을 말한다-2]통일경제의 빛과 그림자

김성휘 기자
2010.10.04 07:57

경제 2배 성장했지만 동서격차·통일비용 숙제

[편집자주] 1990년 10월3일 통일 조인이 이뤄진 지 20년, 독일의 통합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이제 성년의 길로 들어서는 통일 독일의 현 주소를 짚어보고 '다가올 통일'에 대비하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와 교훈을 주는지 3회에 걸쳐 진단해본다. 1부, 끝나지 않은 '실험' 통합 2부, 통일 경제의 빛과 그림자 3부, '통일 선배' 독일에서 배운다
▲옛 동독지역의 신연방주. 수도 베를린을 제외하면 5개 주다.
▲옛 동독지역의 신연방주. 수도 베를린을 제외하면 5개 주다.

독일 연방 16개주에는 아직도 '신연방주'로 불리는 5개주가 있다. 브란덴부르크, 멕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 작센, 작센-안할트, 튀링엔 등 '오시(동쪽 출신)'들의 땅이다.

통일전 옛 동독은 사회주의권 최우량국가였다. 그러나 중공업 위주의 경제는 소련 등 사회주의 계획경제의 연쇄 붕괴에 환경만 파괴하는 고철로 전락했다. 화폐경제는 실종돼 생필품을 구하려면 물물교환이 다반사였다. 결국 동독 지도부는 스스로 쌓은 장벽을 무너뜨렸다.

동서 경제격차 꾸준히 감소= 90년 통일 당시 양측간 격차는 소득수준은 동독이 서독의 절반, 생산성은 1/5에 불과했다. 통일 20년은 이를 꾸준히 줄여나간 시기이다.

결과 옛 동독의 1인당 GDP는 1991년 9751유로(1만2398달러)에서 지난해 1만9500유로로 꼭 2배가 됐다. 배에 달했던 서독 지역의 1인당 GDP는 12% 증가에 그쳤다. 동독 지역의 소득수준이 빠른 속도로 개선된 것이다. 그래도 종합적인 경제수준, 삶의 질에서는 아직 동독 지역이 서독의 3/4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분석된다. 굳이 계량화하면 20년간 통일의 75%가 진척된 셈이다.

▲(단위: %) 자료: 독일연방통계청, 블룸버그
▲(단위: %) 자료: 독일연방통계청, 블룸버그

아쉬운 동쪽, 못마땅한 서쪽= 아직도 신연방주에는 성장의 동력 엔진이 태부족한 것으로 평가된다. 포르쉐 BMW 인피니온 등이 옛 동독지역에 대규모 투자를 벌였다고는 해도 독일 굴지의 기업 가운데 옛 동독지역에 본사를 둔 곳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이 지역 중소기업이 지난 20년간 대기업으로 성장한 예도 찾기 어렵다.

경쟁력을 잃은 동독 통화와 서독 마르크를 일대일 통합한 것도 동독기업 경쟁력을 떨어트렸다. 신연방주 지원이 신 성장동력 투자보다 주민생활 부양에 쓰였다는 지적도 뼈아프다.

동서격차가 동독만의 문제는 아니다. 옛 동독의 인프라를 재건하고 경제를 회생시키기 위해 쏟아부은 돈은 1조8000억유로부터 많게는 2조유로까지 추산된다. 지금도 매년 동독재건비용으로 700억~800억유로가 쓰인다.

이 막대한 돈이 서독지역 기업과 주민에게 물린 연대세(통일세)에서 나왔다. 독일정부는 1991년 서독 주민들에게 1인당 소득 7.5%의 연대세를 부과했다. 연대세는 93년 일시 폐지됐으나 95년부터 세율 5.5%로 되살아났다.

그나마 이를 통해 동독 경제를 끌어올렸지만 논란은 끊이지 않는다. 통일세를 낸 만큼 독일의 가계 소비가 위축됐다. 기업들은 내수기반을 늘릴 기회를 잃은 데다 세금 부담까지 졌다.

이것이 '오시'와 '베시'(서독 출신)의 갈등으로 이어졌다. 통일 당시 20대 젊은이였던 동독 노동자들은 이제 40대의 중년이 됐지만 지금도 서독에 비해 뒤처지는 '2등 국민'이란 기분을 떨치기 어렵다. 작센-안할트주 노조의 우도 게브하르트 대표는 "여러 면에서 동서 소득 격차를 해결하는 데에 20년은 충분치 않았다"고 말했다.

앞으로 10년 더= 독일 경제전문가들은 헬무트 콜 전 총리가 통일 당시 약속했던 '번영의 땅'을 이루자면 앞으로 10년은 더 남았다고 지적한다. 길게는 한 세대가 더 걸릴 수도 있다.

그렇다고 지금까지의 성과를 무시할 수는 없다. 통일 이후 독일의 국내총생산(GDP)은 2배로 증가했다. 지난달 신연방주 실업률 11.0%는 옛 서독지역 6.2%보다 나쁘지만 한때 20%까지 치솟았던 데 비하면 상당히 개선된 결과다.

이처럼 통일이 성공적이라고, 반대로 완전히 실패라고도 볼 수 없을 만큼 빛과 그림자가 공존하는 혼란스러움이 통독 20년의 현주소인 셈이다.

독일 조사기관 Ifo는 "동독이 서독지역을 따라잡는 속도가 당초 기대했던 것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상당히 목표에 근접했다"고 평가했다. 홀트묄러 이코노미스트도 "조만간 (옛 동독과 서독의) 생산성과 소득 일치가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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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휘 국제부장

머니투데이 미래산업부(유니콘팩토리) 김성휘입니다. 국회/정당/청와대를 담당했고(정치부) 소비재기업(산업부), 미국 등 주요증시/지정학/국제질서 이슈를(국제부) 다뤘습니다. EU와 EC(유럽연합 집행위), 미국 워싱턴DC 싱크탱크 등을 경험했습니다. 벤처스타트업씬 전반, 엔젤투자, 기후테크 등 신기술 분야를 취재합니다. 모든 창업가, 기업가 여러분의 도전과 열정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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