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사태' 지정학적 리스크에 글로벌 시장 또 요동

'이집트 사태' 지정학적 리스크에 글로벌 시장 또 요동

조철희 기자
2011.01.30 18:28

"일본·유럽도 정치가 시장 불안 초래"…다보스선 '지정학적 리스크' 이슈 부상

↑이집트 반정부 시위 현장 모습
↑이집트 반정부 시위 현장 모습

이번에는 이집트 반정부 시위 확산이라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글로벌 시장이 또다시 뒤흔들었다. 지난해 한반도에서 벌어진 북한의 천안함 도발과 연평도 포격 때처럼 글로벌 시장이 지정학적 리스크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

특히 정치 불안 문제가 지정학적 리스크로 작용해 언제든지 시장을 위협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문제국들의 정치 불안으로 더욱 심화된 유럽 국가채무위기와 최근 스탠더드앤푸어스(S&P)가 일본의 정국 상황을 언급하며 국가신용등급을 강등한 것을 그 사례로 볼 수 있다.

◇유가·안전자산 급등=지정학적 리스크가 터질 때마다 그랬듯이 이번에도 안전자산인 금과 미국 국채 가격, 달러는 급등한 반면 뉴욕과 유럽 증시가 일제히 1% 이상 하락하는 등 위험자산은 급락했다. 또 이집트 사태가 다른 산유국으로 확산될지 모른다는 우려에 유가는 90달러에 육박했다.

최근 약세 조정을 받던 안전자산 가격은 일제히 반등했다. 전형적인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다. 지난 28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2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은 전일 대비 22.3달러(1.7%) 오른 온스당 1340.7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이후 최대 상승폭이다. 또 은 3월물 가격도 89센트(3.3%) 뛴 온스당 27.92달러를 기록했다.

안전자산 통화도 강세를 나타냈다. 이날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전일 대비 0.52% 상승한 78.133을 기록하며 6거래일 만에 처음으로 올랐다. 엔과 스위스프랑 등 다른 안전 통화들도 동반 상승했다. 아울러 미 국채 30년물 수익률은 1%대 급락했다.

서부텍사스산 원유 3월 인도분 가격은 전일 대비 3.70달러(4.3%) 상승한 배럴당 89.34달러를 기록하며 90달러 선에 다시 육박했다. 이는 지난해 5월 이후 최대 상승폭이다. 이집트의 산유량은 크지 않지만 소요 사태로 인해 수에즈 운하와 수메드 송유관이 폐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다.

◇"펀더멘털 만큼 정치 안정도 중요"=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같은 시장 변동에 대해 투자자들이 이머징 마켓의 정치적 리스크를 저평가한 것에 대해 책임을 지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가반 놀란 마킷 애널리스트는 "투자자들은 주로 경제적 펀더멘털에 관심을 두지만 불안정하고 비민주적인 시스템을 지닌 국가들에선 정치가 특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선진국의 경우에도 정치 불안정이 경제 불안을 심화시켜 시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유럽의 국가채무위기 확산 우려와 최근 스탠더드앤푸어스(S&P)의 일본 국가신용등급 강등 역시 정치 불안이 최대 요인 중 하나라는 것이다.

실제로 그리스와 아일랜드, 벨기에 등 채무위기국들은 정국 불안이 큰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으며 자체적인 여러 노력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는 요인이 됐다. 의회에서 여야가 극심하게 대립해 구제금융 수혈이 지연돼 위기가 심화되기도 했고 벨기에의 경우에는 지난해 4월 연립정권 붕괴 이후 새 정부 구성이 지연된 것이 경제 불안을 가속화시켰다.

또 지난 27일 S&P는 일본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 강등하면서 일본 민주당 정권이 국가 채무 문제에 일관된 전략을 갖고 있지 못하고 연립 여당이 지난해 여름 참의원에서 과반수 의석을 잃은 것도 등급 강등의 요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경제적인 난제를 해결하는 민주당의 능력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결여돼 있다는 점이 S&P의 일본 등급 강등의 이유라며 일본은 경제보다 정치가 더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정학적 리스크'의 상수화=지난 26일 개막한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선 때마침 벌어진 이집트 사태에 '지정학적 리스크'라는 화두가 급부상했다. 지난 2년간 글로벌 경제위기 때와는 달리 경제에 대한 전망이 밝아지면서 경제적 리스크가 줄어들었다는데 공감이 이뤄졌지만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졌다는 인식이 제기됐다.

FT는 다보스포럼 참석자들은 이집트 사태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 지 몰랐다며 아직까진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한 전세계적 대응 체제 모색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집트 사태와 모스크바 공항 테러 등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나라들에서 벌어지는 불안한 상황에 고스란히 충격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CBS 머니와치는 이같은 지정학적 리스크를 "정치적 변화를 겪고 있는 나라들의 불안정함에 영향을 받아서 투자들이 부정적으로 돌아설 수 있는 리스크"라고 정의하며 "그것이 바로 이집트 사태에 증시가 하락하고 국채와 금이 오른 이유"라고 설명했다.

또 존 킬더프 어게인캐피탈 펀드매니저는 "이집트에서 일어난 사태가 리비아나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일어나지 않을 이유도 없다"며 "전세계 투자자들에게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한 주의를 요한다"고 말했다. 필 플린 PFG베스트리서치시카고 애널리스트는 "이집트가 민주화될 지, 이슬람 근본주의로 갈 지 아무도 알 수 없다"며 "중동에 변화가 일어날 지정학적 리스크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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