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AAA 등급을 잃었다. 그것도 자국 신평사에 의해서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는 5일(현지시간) 미국의 장기국가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한단계 낮췄다. S&P는 또 신용등급 전망도 '부정적'(negative)로 유지, 추가 하향 가능성도 열어뒀다.
다만 단기신용등급 A-1+은 그대로 유지했다. 미국정부 및 국채등급 하락으로 패니매나 프레디 맥 등 정부관련기관의 등급도 덩달아 하향될 전망이다. 다만 기업이나 은행등급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백악관 만류에도 S&P 나홀로 美등급 강등
무디스가 AAA등급을 유지하면서 등급전망만 '부정적'관점을 유지한 것에 비하면 훨씬 공격적인 액션이다. 피치는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했지만 무디스와 비슷한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S&P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하향한 것은 1941년 설립 이후 처음이다.
백악관과 미재무부는 이같은 S&P의 뜻을 이날 오후 전달받고 만류의 뜻을 전했지만 결국 S&P의 고집을 꺾지 못했다. 이날 S&P는 최종 결정전 등급 하향의 뜻과 함께 수치확인을 미재무부에 요청했다. 미재무부는 검토결과 중기 예상 재정수지 추정치가 약 2조달러가량 틀리다는 점을 알고 S&P에 통보했다.
S&P가 수치에러를 인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등급 하향이 없던 일로 되는 것 아닌가하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S&P는 결국 미국 등급을 내렸다. 그것도 한술 더 떠 등급전망까지 부정적으로 매겼다.
"美재정적자 감축규모 미흡"
S&P는 성명서에서 등급하향 이유로 "의회와 미국 행정부가 합의한 재정건전화 계획이 미국 정부의 중기 부채수준을 안정화시키는데 충분하지 못하다"는 점을 꼽았다. 그리고 "경제적으로 중대한 도전을 맞고 있는 시기에 여야가 극복하기 힘든 입장차를 드러냄으로써 중기적으로 나라빚을 안정시킬 포괄적 재정계획을 만들지 못했다"도 점도 이유로 거론했다.
전자가 재정감축 계획규모의 미흡함을 지적한 것이라면 후자는 계획의 신뢰성이 부족하다는 판단이다. 넓게 보면 나라빚을 관리할 수 있는 정치권의 의지와 능력이 부족하다는 냉정한 평가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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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는 다른 신평사와 달리 특이하게 미국 신용등급이 AAA를 유지하기 위한 조건으로 중기재정적자감축안의 신뢰성 요건과 함께 재정적자 감축 규모 조건을 제시했었다. 10년래 재정적자를 최소한 4조달러는 줄여야한다는 것이 S&P의 가이드라인이었다.
그러나 2일 합의돼 입법화된 미국 중기재정계획에선 재정적자를 10년래 2조4000억달러를 줄이는 것이 목표로 돼 있다. S&P 가이드라인의 절반밖에 안된다.
현재 미국 국가부채는 GDP의 약 70%수준이다. 이코노미스트들의 계산에 의하면 10년래 재정적자를 연 4000억달러씩, 4조달러 줄이면 이 비율이 10년간 그대로 유지된다. 그러나 10년래 재정적자가 미국 정부계획대로 2조달러 정도만 준다면 10년후 이 비율은 85% 정도로 높아진다.
세계 제1 경제대국이자 기축통화국의 지위를 고려하면 이정도 비율은 감내할 수도 있는 것이지만 S&P는 보수적 잣대를 적용해 미국등급을 내렸다.
"재정계획 실행력도 의심" ..다분히 정치적 액션
S&P 미국등급 하향엔 미국 정치과정, 위기극복능력에 대한 실망감이 짙게 배여있다. 성명서 본문 첫머리에 S&P는 부채협상 과정에서 여야의 극단적인 정치대립을 보면서 미국이 재정문제를 원만히 해결할 능력을 상실한 것으로 인식케 됐다고 말했다.
중기재정계획안도 이같은 간극을 메우기 힘든 벼랑끝 대치속에 급조돼 신뢰가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됐다. 임의지출 처럼 손대기 쉬운 것에 치중돼 있고 중기 나라빚 안정을 위해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항목은 빠졌다는 것이 S&P의 진단이다. 이번 등급하향이 다분히 정치적 판단이라고 할 대목이다.
미국등급 평가와 관련, 무디스는 S&P와 다른 관점을 보여왔다. 무디스는 재정적자 감축규모 같은 펀더멘털 요소나 정치과정 보다는 그 산물로 나타날 미국국채의 디폴트와 같은 이벤트 리스크를 더 중시해왔다.
이같은 관점에서 무디스는 미국정부의 부채한도가 올라가 국채를 포함해 지불의무만 이행되면 등급은 유지할 것임을 시사했었다. 중기재정 계획이 제대로 이행되지 못할 가능성은 부정적 등급전망으로 뭉뚱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