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스펜스 교수 "성장한계 그리스, 유로존 탈퇴 도와줘야"

노벨상 스펜스 교수 "성장한계 그리스, 유로존 탈퇴 도와줘야"

뉴욕=강호병특파원
2011.10.16 19:20

[인터뷰] 마이클 스펜스 뉴욕대 경영대학원 교수가 말하는 유로존 위기해법

↑마이클 스펜스 미국 뉴욕대 스턴 경영대학원 교수
↑마이클 스펜스 미국 뉴욕대 스턴 경영대학원 교수

" 유럽은행 자본 확충만으로 부족하다. 그리스에 채무재조정을 해주고 유로존을 체계적으로 빠져나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생산성 낮은 그리스는 자국 화폐의 평가절하 없이는 잘 살수 없다"

2001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마이클 스펜스(Michael Spence. 68. 사진) 미국 뉴욕대 스턴 경영대학원 교수는 뉴욕대 카페에서 머니투데이 특파원을 단독으로 만나 유럽의 위기 해결책으로 4단계 해법을 제시했다. 유럽은행 자본확충과 유럽중앙은행(ECB)의 적극적 개입, 그리스 채무재조정은 기본이고 그리스의 유로존의 탈퇴까지 도모해야한다는 것이다.

그리스 유로존 탈퇴는 정치적으로 유로존에서 '절대 불가'인 사항이다. 자칫 유로 붕괴의 첫 단추가 될 수 있다는 시각에서다. 그러나 스펜스 교수는 잘 준비하면 자본유출, 인플레이션 등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봤다.

인터뷰 내내 스펜스 교수는 정책의 신뢰성을 강조했다. 정책당국자의 일관되고도 단호한 행동이 희망이라는 메시지다. 이탈리아, 스페인 국채를 마지못해 사고 있는 유럽중앙은행(ECB)에 대해 야단도 쳤다.

이탈리아 펀더멘털이 나빠서가 아니라 순전히 공포감에 의해 위기가 전염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인데 개입하지 못할 이유가 어디 있느냐는 것이다. 이탈리아는 정치적 리더십 부재를 꼬집었다.

다음은 스펜스 교수와의 인터뷰 일문일답이다. 한국에 대해선 "변덕스런 국제금융상황을 잘 헤쳐 나가는 외에 다른 도전요인을 꼬집지는 못하겠다"고 귀띔했다.

- 위기 극복을 위해 유럽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 3가지다. 첫째는 유럽은행 자본을 늘려 지불 및 신용시스템이 금융적으로 피해를 입는 것을 막는 일이다. 은행들이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게 해 줄 것이라는 점에서 가장 높은 우선순위가 두어져야할 과제다. 뒤늦은 감이 있지만 방향은 올바르다. 2008년 위기 재연은 아닐 것이다. 지금과 그때의 위기의 원천이 다르다. 그러나 대형 은행들이 큰 상처를 입도록 내버려 둬서는 안된다.

둘째, 위기전염이 발생하지 않도록 ECB가 개입을 지속해 줘야한다. 특히 스페인과 이탈리아에 중요하다. 이탈리아 경제는 크다. 이탈리아의 GDP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120%지만 민간부문의 부채는 많지 않고 종합재정수지 상태도 나쁘지 않다.

그러나 시장의 공포가 있는 상태에선 위험회피가 늘면서 이탈리아 국채금리가 7%수준으로 오를 수 있다. 그러면 그 상황을 멈추게 하기 위해 ECB가 개입해 이탈리아 국채를 사는 것이 필요하다. ECB가 마음을 단단히 먹고 적극적으로 이를 행할 필요가 있다.

셋째는 유로존 주변국에 대한 실질적지원이 필요하다. 그리스는 재정상황이 너무 불안정하다. 채무재조정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대규모 구제금융으로 계속 도와줘야 하는데 그것은 구조조정 부담을 그리스 사람들이 지려고하는 의사가 있느냐에 따라 다르다. 그리스 사람들은 자기들 기준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더 이상 수용하기 힘든 한계상황에 이르고 있다. 무질서한 디폴트 가능성이 있다. 그것이 일어나면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

- 채무재조정만 해주면 그리스 문제는 다 풀리는가.

▶ 그렇지 않다.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 그리스는 다른 유로존 국가에 비해 그리스 생산성이 너무 낮다. 거의 성장할 수 없다. 그리스는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금리, 환율 시스템이 없다. 부채를 낮추고 경쟁력을 복구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를 갖고 있지 못한 것이다.

그리스가 체계적으로 유로존을 빠져나가도록 하는 것이 그리스나 유로존을 위해 바람직하다.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경제 상태를 처음부터 다시 구축할 수 있도록 해줘야한다. 유로존에 남아 있으면서 성장모멘텀을 가지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아시아 국가들이 해온 것처럼 그리스도 자국통화로 복귀해서 대폭 절하하여 경쟁력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 시발점이 돼야한다.

그리스가 유로존을 빠져나가는 과정에서 인플레이션, 은행자금 인출, 자본유출 등 혼란이 있을 수 있다. 위험이 따른다. 그러나 로드맵을 만들어 잘 준비하면 최소화할 수 있다.

- 유럽은행이 자본을 늘리는데 규모는 얼마가 적정하다고 보나.

▶ JP모건,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 등은 2000~2500억유로로 추정하고 있다. 자기자본 비율 등 가정을 어떻게 넣느냐에 따라 다른데 주요 투자은행이 추정한 것이 대략 맞는 것 같다.

- 세계경제에 더블딥(경기재침체)이 오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유럽에 따라 다르다. 미국은 유럽과 다른 경제다. 침체가 온다고 하는 사람도 있기는 한데 침체라기보다 구조적 문제 때문에 성장이 매우 느리고 힘겹다고 보는 것이 옳다.

유럽에서 정책실수가 있으면 참으로 혼란스러운 상황이 올 거다. 그렇게 되면 유럽 경기가 수그러들면서 미국과 신흥시장에 주름살을 줄 것이다. 신흥시장은 성장세를 유지할 것이다. 그러나 선진국에서 경기둔화에서 오는 압력을 100% 내수로 보충할 수 있다고 보지 않는다.

- 이탈리아는 어떤가. 시장의 걱정이 많다.

▶ 8월에 국채금리가 6% 넘어갔다가 ECB가 채권시장에 개입하고 이탈리아 정부가 구조개혁과 긴축정책을 발표했다. 이탈리아는 국가부채부담이 높은 줄 알았기에 재정적자를 어느 정도 관리해왔다. 금융위기 후에도 부양책을 적극적으로 취할 처지가 못 됐다.

북 이탈리아는 금융적으로 건전하고 다이내믹하다. 패션, 디자인, 화학, 기계 등 경쟁력 있는 산업이 적지 않다. 이탈리아 민간부문은 건전하다. 저축 많이 한다는 점에서 아시아 국가와 비슷하다. 민간경제는 건전하다. 위험은 정부가 리더십이 약하다는 것이다. 시장을 안심시킬 정도로 대책을 추진할 처지에 있는지 분명하지 않다. 시장의 불안이 여기서 유발되고 있다고 본다.

- 왜 이탈리아 경제성장률이 낮은가?

▶ 유로화가 출범하기 전에는 이탈리아는 상대적으로 고성장 국가였다. 성장을 위해 필요하다 싶을 때는 수시로 통화(리라)를 평가절하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로화가 출범한 후에는 그것이 불가능해졌다. 그렇다고 구조개혁을 통해 성장문제를 돌파하지도 못했다.

이탈리아에 수많은 중소기업이 있다는 게 독일과 닮았다. 독일은 10년간 경쟁력을 높이는데 성공했지만 이탈리아는 분명하지 않다. 세계경제가 좋아지면서 덕을 본데도 있지만 다른 부문은 그렇지 않다. 또 이탈리아 노동시장의 경직성, 산업의 준 독점성도 경제의 효율성을 저하시킨 요인이다.

- 스페인은 어떤가?

▶재미있는 케이스다. 금융위기가 터지기 전에서 재정흑자를 기록하던 나라다. 그러나 미국 스타일의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거대한 실업이 유발되고 재정적자로 돌변했다. 고전적인 거품 붕괴의 케이스다. 고통스러운 경기부진을 겪을 것이고 후유증 극복이 쉽지 않을 것이다.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나 상당한 기간이 필요할 것이다.

- 독일은 리더십을 잘 발휘하고 있는가.

▶ 독일 사람들 매우 속이 상할 것이다. 독일이 유로존을 구제해야할 처지에 있는데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고통을 감내해온 독일 국민의 지지가 필요한 상황이다. 독일은 2002년경부터 허리띠 졸라매며 임금상승을 억제하고 생산성을 높여왔다.

국내 정치역학이 독일의 유로존 리더로서 역할에 집중하게 힘들게 한다. 앙겔라 메르켈총리로서는 정부로 유로존 리더로서 역할과 국내 여론 압박간의 균형을 맞추기 무척 힘들 것이다. 메르켈이나 사르코지 모두 유로존이 살아남아야 번영할 수 있다고 믿는 것 같다. 이를 국민에게 납득시켜야한다. 유로를 사수해야하는 국제적 요구와 국내 요구간의 균형을 잡는 게 쉽지는 않을 것이다.

- EFSF 레버리지는 동의하는가?

▶동의한다. 레버리지로 규모를 더 키워서 대량의 부채를 유발하지 않으면서도 안정화목적을 위해 이용할 수 있다고 본다. 미친 아이디어라고는 보지 않는다. 장기적으로는 유럽 안정성은 보다 높은 수준의 재정통합에 달려있다고 모두가 입을 모으고 있다.

↑마이클 스펜스 미국 뉴욕대 스턴 경영대학원 교수
↑마이클 스펜스 미국 뉴욕대 스턴 경영대학원 교수

- 외환보유액을 많이 보유한 신흥시장이 선진국을 구제해야한다는 주장이 있다.

▶구제한다는 말보다 기여한다는 표현이 어울릴 것 같다. 하나는 최선을 다해 성장세를 유지하는 것이고 나머지는 외환보유고를 어떻게 쓸 것인가이다.

유럽위기 전면에 나서기보다 이면에서 책임감이 있게 외환보유액을 운용하는 게 글로벌 금융안정을 위해 바람직한 것으로 본다. 특히 중국 같은 곳에서 경제개혁으로 중산층을 키우는 것은 세계경제 성장각도에서 모두에게 매우 중요하다.

◇마이클 스펜스(Michael Spence) 뉴욕대 스턴 경영대학원 교수는...

경제에서 정보의 역할을 규명한 공로로 2001년 조지프 스티글리츠, 조지 애커로프 교수와 함께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다. 그가 1973년 노동시장에 '시장 신호(signaling)' 개념을 도입, 고용주와 구직자간의 정보격차가 어떻게 조정되는 가를 밝힌 논문은 계약이론을 비약적으로 발전시키는 토대가 됐다. 이 모델에서 스펜스 교수는 학력이라는 요소가 구직자의 교육수준과 업무능력을 판단하는 정보신호로 기능함을 보여줬다.

올해엔 차세대 컨버전스(Next Convergence)라는 책을 출간, 신흥시장의 고속성장에 따른 경제성장의 수렴현상을 분석했다. 아울러 인구, 자원, 환경 등 성장에 수반된 도전요인을 열거하고 공존방안 등을 모색했다. 이 책에서 스펜스 교수는 세계의 공존 번영을 위해 실용주의정신과 공조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가족과 함께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거주하고 있다.

(약력) △ 1943년 미국 뉴저지주 출생 △ 1966년 미국 프린스턴대 철학학사 △ 1968 영국 옥스포드대 수학/학사·석사 △ 1972년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 △ 1983~2000년 미국 스탠퍼드대·하버드대교수·하버드대 사회과학대학장·스탠퍼드 경영대학원장 △ 2001년~ 뉴욕대 스턴 경영대학원교수, 후버연구소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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