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글로벌 서플라이체인의 취약성

[기자수첩]글로벌 서플라이체인의 취약성

최종일 기자
2011.10.31 17:12

한 달이 멀다하고 어김없이 들리는 것이 대규모 자연재해 소식이다. 1만5000여명이 사망한 동일본 대지진과 쓰나미를 비롯해 아이슬란드 화산 폭발, 뉴질랜드와 터키, 페루의 지진 등 재해는 자연 앞에 선 인간의 나약함을 여실히 보여줬다.

특히 태국 전역 총 77개 지역 가운데 63곳 이상이 침수 피해를 입었고 400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목숨을 잃은 태국의 홍수는 대규모 인명 피해뿐 아니라 막대한 경제적 손실도 유발해 관심을 받고 있다.

50여년 만에 찾아온 최악의 홍수 사태로 태국 중앙은행은 올 해 태국 경제성장 전망치를 기존 4.1%에서 2.6%로 하향 조정했다. 지난 7월 말부터 발생한 이번 홍수로 피해 규모는 최대 5000억바트(약 18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아유타야주와 빠툼타니주 등 태국 전역에서 산업단지 7곳이 침수된 것이 경제적 피해를 크게 했다. 이들 산업단지들에는 글로벌 서플라이 체인(부품 공급망)에서 주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자동차와 컴퓨터 관련 부품업체들이 대규모로 입주해 있어 관련 업계의 타격은 컸다.

혼다자동차는 아유타야주 공장이 완전 물이 잠겨 10만대의 생산 차질을 빚게 됐다. 도요타도 태국 침수 여파로 일본 공장이 감산한 데 이어 북미 지역 공장까지 가동을 중단했다. 포드자동차와 미쉐린타이어도 부품 조달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일부 조업을 중단했다.

IT 업체들의 타격도 컸다. 전세계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생산량의 40%를 담당한 태국 공장이 물에 잠기면서 웨스턴디지털은 공장 가동을 중단했으며 시게이트도 조만간 부품 부족 사태를 맞을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올 4분기 HDD 생산량은 30% 감소하고 이에 따라 가격은 20~40% 오를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글로벌 업체들 내부에선 서플라이 체인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이뤄지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철저한 효율화와 원가절감 추구에 따라 소수의 부품업체 중심으로 공급망이 구축됐지만 예상할 수 없는 자연재해 앞에선 현재의 구조가 가진 취약성이 여실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 업체의 경우, 엔고와 맞물려 올 초 동일본 대지진 이후 진행됐던 서플라이 체인 복선화 및 생산거점 해외이전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완제품 기업에 비해 글로벌 경쟁이 상대적으로 뒤쳐진다고 여겨지는 한국의 부품사들에겐 기회가 될 수 있다. 이와 함께 완제품 기업들은 협소한 서플라이 체인에서 오는 리스크를 줄이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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