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꼭 10년 전인 2001년 11월 30일. 골드만삭스의 한 영국인 이코노미스트가 브릭스(BRICs)라는 생소한 용어를 제시했다. 현재 골드만삭스 자산운용 회장인 짐 오닐이었다. 그는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의 머릿글자를 차례로 묶어 이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그는 '세계는 더 나은 경제 브릭스(BRICs)를 원한다'는 보고서에서 4개국이 앞으로 세계 경제의 주인공으로 떠오를 것으로 예견했다. 당시만 해도 상당부분 베일에 가려 있던 중국이나 소련 해체 뒤 모라토리엄까지 겪은 러시아가 세계 경제의 단단한 벽돌(brick)이 되리라는 전망은 꽤 이례적이었다.
그러나 브릭스 4개국의 성장은 10년이 지난 지금 우리가 목격하는 대로 '승승장구' 그 자체였다. 짐 오닐이 최근 텔레그라프 기고에서 "딱 하나 후회스러운 것은 좀 더 과감하게 전망하지 못한 일"이라고 밝힐 정도다.
중국은 국내총생산(GDP)에서 일본, 독일을 제치고 세계 2위로 올라서 최강대국 미국을 위협할 정도로 '굴기'했다. 러시아는 세계 10위권의 무역대국이며 인도와 브라질도 각각 소속 대륙의 최대 경제국으로 발돋움해 세계 경제사를 다시 쓰고 있다.
외환보유고에서도 중국은 세계 1위, 러시아·브라질이 각각 4위와 6위에 포진했다. 풍부한 달러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1년 유럽 채무위기의 파도에서 이들을 지켜주는 든든한 방파제다.
그렇다고 세상이 이코노미스트 한 사람의 예언대로 움직인 것은 아니다. '브릭스'가 정치세력으로 등장한 것은 오닐 자신도 전혀 예상 못했다고 한다. 개성이 뚜렷한 브릭스 국가들을 한데 묶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여전하다.

그러나 선진국을 자부하며 콧대 높던 미국과 유럽이 국가부도를 걱정할 정도로 자존심을 구긴 지금, 브릭스처럼 새로운 강자가 세계 경제를 주름잡는 현실은 시사점이 적지않다.
오닐은 멕시코 인도네시아 한국 터키를 묶어 MIKT(믹트)로 부르고 이를 '넥스트 브릭스'로 제시했다. 믹트는 아직까지 브릭스가 그랬던 것만큼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하고 있지만 10년 전 브릭스도 그랬다.
오닐은 투자전문지 배런스와 인터뷰에서 "한국은 1인당 소득이 2만달러에 이르는데 이런 나라가 보다 성장하길 기다리면 투자 기회는 사라질 것"이라며 선제적인 한국 투자를 주문하기도 했다. 한국이 세계를 놀라게 할 날이 먼 미래는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