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들만 웃다 끝난 EU정상회의

정상들만 웃다 끝난 EU정상회의

김지민 기자
2012.01.31 14:26

[기자수첩]

영 뒷맛이 개운치가 않다. 30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정상들이 보여준 결과물이 말 그대로 '머리만 맞대고' 온 수준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한 달 전 열린 EU정상회의처럼 '토크숍(말잔치)'으로 끝났다는 비판을 이번에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려고 모인 자리였지만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니콜라스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마리오 몬티 이탈리아 총리가 회담에 앞서 가진 티타임에서는 조크와 웃음소리가 번져 나왔다.

여유로운 분위기로 시작된 회담의 성과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5000억유로 규모의 영구 구제금융기구인 유럽안정화기구(EMS)를 예정보다 1년 앞당긴 오는 7월부터 출범하는데 합의했다. 그러나 충분히 예견됐기 때문에 감동이 없었다.

정상들은 연간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3%를 초과하고 국가 부채가 GDP의 60%를 넘으면 제재를 가하는 신 재정협약 최종안도 논의했다. 하지만 이 협약은 기존 EU조약을 개정하는 수준이 되지 못했다. 영국이 가입을 완강히 거부한데다, 체코가 의회 승인 절차로 가입을 하지 않아 원하는 국가 간 협약을 체결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재정 건전화와 함께 청년실업 해소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 데에도 뜻을 모았다. 문제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데 있다. 현재 EU 전체 실업자가 2300만 명에 이르는 상황에서 재정압박을 겪고 있는 EU국가 정부나 지자체가 고용을 위한 재원을 마련할 수 있을지는 누가 봐도 장담할 수 없다.

유럽의 문제아 '그리스'와 관련해서도 속 시원한 대답을 내놓지 못하면서 그리스 2차 구제금융 문제에 대한 타협안이 나올 수 있을 것이란 시장의 기대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마련했다는 대책에 매번 이 같은 '문제점'이 도출되는 것은 누가 봐도 자국의 이익에 기반 한 이기주의 때문이다. 선거를 목전에 둔 시점에서 지도자들은 정치적 위신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국가 지도자가 자국의 이익을 도모하지 않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EU라는 공동체의 운명은 자국의 이익과 정치생명만큼 중요한 부분이다. EU는 누가 억지로 시켜서 만들어진 연합이 아닌 그들이 스스로 선택한 삶이라는 점에서다.

한 국가가 파산되느냐 마느냐의 기로에서 각국 정상들이 인사치례로 건네는 조크를 기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대신 진정성이 담긴 해결책을 보고 절로 입가에 미소가 지어질 수 있는 날을 고대하고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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