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을 계속 해 나갈 수 있을지가 불확실한 상황”

세계 3위 D램 제조업체인 엘피다가 최근 스스로 밝힌 내용이다. 일본 정부와 은행들이 추가 자금을 지원하지 않는다면 회사의 생존이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실제 이 회사는 4월까지 920억엔(약 1조3160억원)에 달하는 빚을 갚아야 하는 처지이다.
엘피다는 일본 제조업체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5일 1518개의 업체들을 조사한 결과 일본 제조업체들의 3분기누적(12월31일 마감) 세전순익이 전년 동기대비 30% 급감했다고 전했다. 일본 제조업체의 순익을 3분의1이나 갉아먹은 것은 다름 아닌 엔고다.
일본 제조업체는 지난해 대지진과 태국 홍수로 큰 타격을 입었는데, 설상가상으로 엔고가 한국 독일 등과의 경쟁하는 일본 제조업에 결정타를 먹였다. 혼다 도시바 후지쯔 등은 엔고를 이유로 실적전망을 줄줄이 하향조정한 상태다.
토요타는 엔고 압박을 피하기 위해 전통을 깨고 엔진 트랜스미션 등 주요 부품을 한국에서 수입하기로 했다. 한 때 ‘워크맨 신화’로 고(故) 스티브 잡스의 찬사를 받았던 소니는 엔고 극복책으로 생산기지의 해외이전을 꾀하고 있지만 무디스 S&P는 소니의 신용등급을 강등하며 수익성 개선에 의문을 제기했다.
특히 주요 기업들의 생산기지 이전은 연쇄적으로 부품업체의 이전을 촉발시키며 일본 제조업의 공동화 우려를 불러오고 있다. 섬유화학업체 아사히 카세이의 후지와라 타게츠그 대표는 마이니치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자동차 가전제품 업체들이 생산기지를 해외로 옮겨가면 부품 공급업체들도 다른 선택이 없다”고 말했다.
일본 내부에서도 근본적인 문제 찾기에 고심하는 모습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최근 사설에서 일본이 산업혁명 이후의 영국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산업혁명 이후 세계의 공장으로 발돋움한 영국이지만 일상생활의 풍요는 오히려 개혁정신과 혁신의 실종을 가져왔다. 영국은 결국 후발주자인 미국 독일에게 그 자리를 내줬는데 지금 일본의 상황이 이와 같다는 지적이다.
저출산과 인구 고령화로 재정여유가 없어지고 이웃국가와의 관계정립 실패로 블록화 경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남 일이지만 결코 남 일 같지 않은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