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G20회의 주요 안건으로 급부상
유로존 재정위기 해법을 놓고 이견을 좁히려고 고심하고 있는 글로벌 경제 지도자들에게 배럴당 110달러에 육박할 정도로 급등세를 보이고 있는 국제유가가 새로운 도전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25~26일 멕시코시티에서 열리는 G20(주요20개국)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에 앞서 24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4월 인도분 선물가격은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배럴당 1.94달러, 1.8% 오른 109.77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7거래일째 상승세로 지난 2009년 12월 10일 연속 상승세 이후 최장기다.
이날 유가는 유엔(UN) 산하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이란의 우라늄 농축 시도가 가속화하고 있다는 보고서를 작성한 사실이 드러나며 상승폭을 늘렸다. 이는 중동에서 정치적 긴장을 야기, 공급 중단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를 자극했다.
일년 전, 북아프리카와 중동에 있는 독재정권을 반대하는 시민들의 잇따른 봉기는 유가상승을 촉발시켰다. 당시의 시위는 지역의 민주화 운동에 활력을 불어넣었지만 원유 생산 중단은 글로벌 경제의 모멘텀을 질식시켰고,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의 성장 회복세에 악영향을 미쳤다.
지난해의 시나리오가 올해도 반복되고 있다. 이란을 국제 원유 시장에서 고립하도록 하고 있는 미국 주도의 대 이란 압박으로 유가는 고공행진을 펼치고 있다. 이는 고용시장 안정을 바탕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미 경제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또 완만한 경기후퇴(리세션)에 진입한 유럽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데이비드 립턴 IMF 수석 부총재는 24일(현지시간) G20 회의에 앞서 참석자들을 대상으로 한 프리젠테이션을 통해 "고유가가 새로운 위협 요소로 등장했다"며 "이란의 상황은 우리가 생각해봐야 할 위험 요소이다. 글로벌 경제는 위험지역에서 빠져나오지 않았다는 것이 우리의 평가이다"고 지적했다.
고유가는 유럽 국채 시장을 안정화시키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는 G20에 압박을 가중시키고 있다. 유럽 국채 시장은 스페인과 같은 경제 규모가 큰 국가들이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지는 것을 방지하는 조치가 충분히 마련되지 않았다는 시장의 판단에 따라 여전히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G20의 유럽 회원국은 유럽 문제 해결을 위해 5000억달러 조달을 목표로 삼고 있는 국제통화기금(IMF) 계획을 실현시킬 수 있도록 다른 회원국들에 지원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유럽은 이 금액 중 절반가량을 책임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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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일부 국가들은 유로존 회원국들이 더욱 많은 것을 해야 한다며 이 요청에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는 유럽 국가들은 자신들의 재무적 방화벽을 충분히 세울 만큼 부유하다며 IMF 재원의 확충에 반대 의사를 밝혀왔다.
금융 규제 문제도 G20 회의에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전세계 수백개의 대형 은행들을 대표하는 국제금융협회(IIF)는 G20에 금융 규제 개혁을 누그러뜨려줄 것을 요청했다. IIF는 지나친 규제 강화는 글로벌 경제 성장을 저해시키는 지나친 부담과 불확실성을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고유가 문제 때문에 이번 G20 회의에서 금융 규제를 둘러싼 논의는 뒤로 밀릴 수 있는 상황이다. 티모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부 장관은 이날 CNBC와 인터뷰에서 경기 회복세와 이란의 핵개발 위협이 최근 유가 상승의 원인이라며 전략비축유 방출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제 유가가 지금이라도 안정상태가 되면, 글로벌 경제에 대한 여파는 미미할 것으로 도이체방크와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이코노미스트들은 전망했다. 앙헬 구리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총장도 "현재 수준에서 유가가 누그러진다면, 상황은 좋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