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3월 11월 일본 동북부를 강타한 지진은 실로 막대한 피해를 남겼다. 대지진과 뒤를 이은 쓰나미,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1만5700여구의 시신이 수습됐고 3200여명의 행방은 아직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 재산 피해액만 17조엔에 달했다. 지진 발생 일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30여만명이 집을 잃고 피난생활을 하고 있으며 방사능 오염 문제는 원전 주변 주민들의 일상에 여전히 큰 고통을 주고 있다.
지진은 인간이 손을 쓸 수 없는 자연재해라도 하더라도 지나치게 느리게 진행되고 있는 복구 사업은 피해지역 주민들의 가슴을 더욱 아프게 하고 있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전세계가 재건사업에서 참고할 만한 세계 표준이 나올 것으로 사람들은 기대했을지 모르지만 일본의 복구사업은 이제 겨우 시작됐다고 한 외신은 최근 꼬집기도 했다.
복구 지연은 리더십 부재에서 비롯됐다. 간 나오토 내각은 대지진과 원전 사고의 수습 등에 문제를 드러내면서 지지도가 급격히 하락, 대지진 발생 6개월만에 막을 내렸다. 간 전 총리는 최근 일본 지지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이끈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대응에 대해 "준비가 돼 있지 않았다는 점에서 대실패"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뒤이어 등장한 노다 요시히코 내각은 악화 일로를 걷고 있는 재정을 개혁하기 위해 소비세율 인상을 추진하면서 정치적 갈등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재해복구와 원전사고 수습에 대한 기대감으로 초기 60%에 달했던 지지율은 최근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정치 갈등 속에서 지진 피해복구 사업을 관장하는 부흥청은 올 1월에서야 출범할 수 있었다.
템플대 도쿄 캠퍼스의 제프 킹스턴 아시아학과장은 최근 블룸버그통신에 일본인들이 지진 잔해 등을 치우며 많은 일들을 해왔다면서도 "(실질적으로는) 진전된 것이 거의 없다"고 평가했다. 그는 "무엇을 재건하고 무엇을 통합해야 하는지에 합의가 없다"며 "이는 부분적으로는 정치적 마비와 관료적 우유부단함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특히 막대한 복구비 지출을 바탕으로 한 경기부양 효과를 정치권이 제한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실제, 2009년 3월 이후 28개월 연속으로 하락세를 기록했던 일본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해 7~9월 상승 반전했지만 10월 이후부터는 다시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일본 성장의 발목을 잡아왔던 디플레이션은 재건사업으로 완화될 것이란 기대가 컸었다.
일본 정치권의 행태는 정치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 정치의 본질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4·11 총선을 앞두고 새 정치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올해엔 대선이 치러지기도 한다. 우리 정치권은 일본의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