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이탈리아는 지뢰밭..위기론 재점화

스페인·이탈리아는 지뢰밭..위기론 재점화

김성휘 기자
2012.04.20 11:18

국채금리 상한선 초과, 재정여력도 고갈돼 구제금융 배제 못해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재정위기 악화에 대한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양국은 지난주 10년물 국채금리를 가까스로 마지노선인 6% 아래로 유지했지만 경제성장이 기대만큼 받쳐주지 않으면서 당초 과감했던 긴축안 이행 목표를 잇따라 낮춰 잡았다. 또 위기시 동원할 수 있는 재정여력도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무디스 애널리틱스(MA)는 19일(현지시간)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국채금리가 10년물 기준으로 이미 관리 가능한(manageable) 수준을 넘어섰다며 시급한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 두 나라가 그리스와 같은 구제금융 또는 유로존 탈퇴에 내몰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MA는 10년물 기준으로 국채금리 상한선을 이탈리아 4.2%, 스페인 5.7%로 제시했다. 국채금리가 이 선을 넘으면 디폴트 가능성이 급증한다는 뜻인데 이탈리아 국채금리는 19일 현재 5.59%로 상한선을 훌쩍 넘은 상태이다. 스페인 국채금리도 5.86%로 상한선을 웃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

MA는 "유로존 경제가 완만한 리세션에 빠져들었고 국가 재정위기는 다시 고조됐다"고 진단했다. 이어 유럽중앙은행(ECB)의 국채매입을 주요한 대책으로 꼽고 은행권에 추가 유동성을 공급하는 방안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중기적으로는 유로존의 설계와 멤버십에도 변화가 필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스페인이나 이탈리아의 유로존 탈퇴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같은 날 씨티그룹도 스페인이 연내 그리스처럼 EU, ECB, IMF 트로이카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아야할 지 모른다며 MA의 견해를 뒷받침했다.

씨티그룹은 또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올해와 내년 재정적자가 모든 유로존 주변국의 공식 전망 수준을 상회할 것이라며 향후 2~3분기 내로 이들 국가의 신용등급이 최소 1단계 하향 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페인은 연내 2단계(S&P)와 1단계(무디스) 떨어질 것으로 보이는데 이 경우 투자적격등급 중 가장 낮은 수준이 된다.

이 같은 경고에 19일 스페인 증시 IBEX35 지수는 2.42%, 이탈리아 MIB 지수는 2.0% 하락했다.

스페인 은행, 이탈리아 재정이 '지뢰'= 이처럼 양국이 비슷한 길을 걷는 것 같지만 속사정은 조금 다르다. 스페인은 경기침체와 은행권 부실이 고민거리다.

스페인 은행권 부실 채권 비율이 8%를 넘는 등 17년 만의 최고치까지 올랐다. 부실 채권 규모는 1439억2000만 유로, 우리 돈으로 214조2600억 원에 이른다. 기업과 가계 재정 상태가 나빠지고 부동산 침체까지 길어진 탓이다.

이탈리아는 재정고갈이 심각하다. MA는 위기 상황시 국가가 급히 조달할 수 있는 재원을 뜻하는 재정여력(fiscal space) 면에서 이탈리아를 그리스와 함께 '여력 없음'으로 판단했다. 이런 상태에서 현재 국채금리도 지나치게 높다보니 자칫 위기가 닥치면 손쓸 틈도 없이 디폴트에 빠질 수 있다.

일각에선 독일 주도로 유로존 회원국들이 채택한 강도 높은 긴축 정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특히 유로존 위기의 핵심국이면서 저성장, 자본시장의 불신, 경제정책에 대한 국내 갈등을 한꺼번에 안고 있는 스페인과 이탈리아가 과연 약속한 균형재정을 달성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스페인은 지난달, 이탈리아는 지난 18일 당초 계획했던 재정적자 감축목표를 지킬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탈리아는 2013년 적자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0.1%로 줄여 사실상 균형재정을 달성하기로 했지만 이 목표를 0.5%로 올리면서 한발 후퇴했다.

스포트라이트 아이디어즈의 스테판 포프 이코노미스트는 "솔직히 스페인이 올해 GDP 5.3%의 적자비율을 달성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이 경우 도움이 필요하고, 이것은 스페인을 구제금융의 길로 이끌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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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휘 국제부장

머니투데이 미래산업부(유니콘팩토리) 김성휘입니다. 국회/정당/청와대를 담당했고(정치부) 소비재기업(산업부), 미국 등 주요증시/지정학/국제질서 이슈를(국제부) 다뤘습니다. EU와 EC(유럽연합 집행위), 미국 워싱턴DC 싱크탱크 등을 경험했습니다. 벤처스타트업씬 전반, 엔젤투자, 기후테크 등 신기술 분야를 취재합니다. 모든 창업가, 기업가 여러분의 도전과 열정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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