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짝이는 붉은색 엠블럼, 심장을 때리는 굉음.
모터사이클 브랜드 두카티(사진)는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이름 중 하나다. 1926년 창업 이후 쌓아온 엔진 및 디자인 경쟁력에다 모터 경주대회인 수퍼바이크 월드 챔피언십에서 연거푸 우승자를 배출한 것도 자랑거리다.
두카티가 최근 독일 폭스바겐 그룹의 아우디에 넘어갔다. 아우디는 8억6000만유로, 약 1조2900억원에 두카티를 사기로 결정했다. 폭스바겐은 두카티를 확보, 라이벌 BMW에 맞설 브랜드 진용을 갖춘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이탈리아의 자랑인 두카티가 독일 기업에 넘어간 것은 재정위기에다 제조업 위축으로 고통받는 이탈리아의 현주소를 보여준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이탈리아는 원래 자동차 강국이다. 마세라티, 람보르기니, 페라리와 같은 이탈리아 브랜드의 명성이 이를 증명한다. 그 역사는 한 세기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세기 초 이탈리아는 유럽에서 돋보이는 산업 강국이었다. 통일 후 빠른 속도로 국력을 키우던 이탈리아는 밀라노, 볼로냐 등 북부를 중심으로 철도와 통신망을 깔면서 공업 기반을 갖췄다.
이 때 자동차 산업도 발달했다. 로마 시대부터 깔아놓은 촘촘한 도로망은 주변국보다 앞선 차량 기술로 이어졌다. 르네상스 시대를 거치며 축적한 예술적 감수성이 여기에 더해졌다. 과학기술과 디자인이 결합하는 자동차, 특히 스포츠카와 모터사이클이 이탈리아에서 발달한 것은 이런 이유다.

하지만 이탈리아의 영광은 점차 빛을 잃고 있다. 이탈리아 경제성장률은 지난 10년 내내 EU 평균을 밑돌았다. 산업생산은 1~2월 연속 감소했으며 1분기엔 2.3%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탈리아 기업들은 활로를 찾지 못하고 M&A 시장에서 팔려 나간다. 올 초부터 새 주인을 물색해 온 두카티는 그 중 하나다.
물론 피아트가 세계 무대에서 이탈리아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지만 자동차 강국의 영광을 홀로 재현하기는 역부족이다. 한때 유럽의 강자로, 주요 7개국(G7)에도 포함된 이탈리아가 어느새 문제국가로 전락해 손가락질을 받는 처지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