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중국에선 미국 뉴욕타임스(NYT) 홈페이지가 먹통이 되는 일이 벌어졌다. NYT가 전날 원자바오 중국 총리 일가가 무려 3조원에 가까운 거액의 재산을 축적했다는 보도를 내보내자 중국 정부가 해당 언론사의 접근 자체를 막았기 때문이다.
지금으로부터 6년 전. 원 총리가 설날을 맞아 농촌 지역을 방문하면서 10년도 넘은 점퍼를 입고 있던 모습이 담긴 사진 한 장이 인터넷에 퍼지기 시작하면서 그의 대중적 인기는 급상승했다. 원 총리에겐 '청백리'의 이미지가 한층 굳건해지게 된 호재였다. 이런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듯 미국의 대표적 언론이 원 총리의 이 같은 처사가 위선일 수도 있다는 추측을 하게 하는 보도를 내보냈다. 다급해진 정부는 언론사 홈페이지 접속 자체를 막는 후진적인 대응을 했다.
다음 달 중국 공산당 제18차 전국대표대회 이후 사실상 공직에서 물러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역사상 청렴한 공직자로 남길 바랐던 원 총리의 다급함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원 총리가 이례적으로 변호사를 고용해 NYT의 보도를 반박하며 법적 대응 방침까지 내비친 것만 봐도 그렇다.
중국 관료들이 부정부패를 통해 법적인 소득 외의 수입을 벌어들이고 있다는 얘기는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뇌물수수 하나의 혐의만으로도 공직자에게 최고 사형선고까지 내리는 곳이 중국이라는 점에서 아이러니한 현상이다. 얼마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보시라이 전 충칭시 당서기도 각종 부정부패와 권력남용 등의 혐의로 전인대 대표 자격을 박탈당했다.
여전히 관료들의 부정부패 만연한 중국이지만 그나마 한줄기 희망이 보이는 까닭은 최근 들어 목소리를 내고 있는 중국 내 의식 있는 학자와 정치전문가들 때문이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29일 "이번 기회에 원 총리 일가의 재산을 공개해 다른 지도자들의 모범이 돼야 한다"는 목소리를 전달했다. 이번 기회에 공직자들의 재산공개가 실효적으로 실시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고 한다. 재산 공개는 상급기관에 보고될 뿐 일반에 공개되지 않아 투명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여전히 일고 있다.
언론 보도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기 위한 가장 명료한 방법은 원 총리 스스로 재산을 공개하는 것이다. 눈앞에 닥친 상황만을 벗어나기 위한 묘안을 짜는데 시간 낭비를 할 수록 중국의 이미지는 점점 추락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