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8개월 만에 수출 증가..'엔저 효과' 본격화

日, 8개월 만에 수출 증가..'엔저 효과' 본격화

김신회 기자
2013.02.20 15:59

(종합)사상 최대 무역수지 적자에 '엔저 기조' 지속 전망

일본의 수출이 지난달 8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세계 경제 여건이 호전돼 글로벌 수요가 늘어난 가운데 엔화 약세(엔저) 효과가 빛을 발했다.

동시에 엔저의 반작용으로 에너지 등 수입물가가 뛰면서 같은 달 무역수지 적자액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일본 경제의 부담도 커졌다.

하지만 무역적자 확대는 그 자체로 엔화 매도 요인이 되고, 일본 정부는 이를 빌미로 수출을 늘리려 할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엔화 약세 기조는 더 강화될 전망이다.

◇'엔저 효과'...日 수출, 8개월 만에 증가세

20일 일본 재무성이 발표한 1월 무역통계(속보)에 따르면 수출은 4조7991억엔으로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6.4% 증가했다.

이는 증가세가 5.6%에 그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상을 능가한 것으로 일본의 수출이 늘기는 8개월 만에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12월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5.8% 감소했다.

무엇보다 글로벌 수요가 늘어난 게 수출 증가의 배경이 됐다. 미국과 중국의 경제 여건이 개선된 덕분이다. 미국으로의 수출은 2개월 만에 처음 증가세로 돌아서 10.9% 늘었고, 대중국 수출은 3.0% 증가했다. 대중국 수출이 늘어난 것은 8개월 만에 처음이다.

다만 재정위기가 아직 가시지 않은 유럽에 대한 수출은 지난달 4.5% 줄었다.

엔화 약세도 호재가 됐다. 지난해 말 취임한 아베 신조 총리가 엔화를 무제한 풀어 경기를 부양하는 대담한 금융완화(양적완화) 정책을 추진한 결과다. 이 여파로 엔/달러 환율은 최근 3개월간 13% 넘게 올랐고, 작년 하반기 저점 대비로는 20% 가까이 상승했다. 달러 대비 엔화 가치가 그만큼 떨어졌다는 의미다.

무역통계에 적용되는 엔/달러 공시환율 평균치는 지난해 1월 77.33엔에서 지난달 86.93엔으로 12% 가량 올랐다.

엔화 강세(엔고)로 고전하던 일본 기업들은 엔화가 약세로 기울자 반색하는 분위기다. 엔화 가치가 떨어지면 수출품 가격도 내려 경쟁력이 커지기 때문이다.

엔고로 안방을 등졌던 일본 기업들의 귀환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날 토요타가 일본 내 생산량을 당초 계획보다 10% 늘릴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엔저 덕분에 토요타는 지난달 미국 시장에서 전년 동월 대비 27% 늘어난 15만7725대를 판매했다. 이는 업계가 예상했던 증가폭(22%)을 웃도는 것이다.

◇사상 최대 무역적자...엔저 가속화 빌미

그러나 아베의 엔저 공세는 일본 경제에 부담도 줬다. 엔화 약세가 수입물가를 띄어 올리기 때문이다. 일본의 무역거래에서 외화가 차지하는 비율은 수입이 80%, 수출은 60%여서 엔화 약세는 수입물가에 더 큰 영향을 준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적했다.

이 여파로 지난달 수출액에서 수입액을 뺀 무역수지는 1조6294억엔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시장 예상(1조3700억엔)을 크게 넘어선 것으로 월간 기준 사상 최대치다. 이로써 일본의 무역수지 적자 행진은 7개월째 이어졌다.

지난달 무역수지가 악화된 것은 수출에 의존하는 에너지 비용이 치솟았기 때문이다. 원전 제로(0) 계획에 따라 대부분의 원전이 폐쇄돼 화석연료 수입이 급증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세계적인 명품업체들도 속속 일본에서 제품 가격 인상에 나설 조짐을 보이고 있어 일본의 수입물가 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다.

일례로 세계 최대 명품업체인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는 최근 엔저로 인한 매출 감소에 대응해 일본에서 판매하는 제품의 가격을 평균 12% 인상하기로 했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서는 엔화의 약세 기조가 주춤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지만, 아베는 결국 원전 재가동으로 에너지 물가 부담을 덜어 낼 전망이다.

미나미 다케시 일본 농림중금종합연구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무역적자는 엔이 약세를 지속할 수 없다는 의미"라며 "원전 없이는 일본 경제의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에 아베는 오는 7월 참의원 선거가 끝난 뒤 일부 원전을 재가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무역수지 적자가 엔저 공세의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미야가와 노리오 미즈호 증권 리서치·컨설팅 부문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일본 정부가 수출을 늘리는 엔저 정책으로 무역수지 적자 확대에 대응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일본의 무역적자는 내년은 아니더라도 올해 대부분 지속될 것"이라며 "이는 일본에서 돈이 흘러나가고 있다는 의미로 상황 반전을 위해서는 수출 기업들의 실적을 개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일본은행(BOJ)도 수출 증대를 위한 양적완화에 더 속도를 낼 태세다.

모리모토 요시히사 BOJ 정책위원은 이날 한 연설에서 "최근의 엔화 (약세) 환율 움직임이 수출과 기업 매출을 떠받쳐줄 것"이라며 "BOJ는 대규모 채권 매입 등 강력한 통화완화 정책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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