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어느 때보다 까다로운 상황에 직면했다. 지난 4년간의 완화정책이 전례 없었던 만큼 지금까지의 정책을 되돌리는 '출구' 행보 역시 유례없는 상황이다.
출구전략 논의는 2009년 잠시 고개를 드는듯했으나 2010년 봄 본격화한 유로존 부채위기로 세계 각국이 부양책을 다시 확대하기 시작하며 최근까지 자취를 감췄다.
그러던 분위기가 올해 초부터 바뀌고 있다. 최근 몇 주 간 연준 위원들은 연준이 고강도 처방을 서서히 거둬야 한다는 의견을 드러냈다. 고용 전망이 개선됨에 따라 연준이 채권 매입을 서서히 줄여야 한다는 것.
지난해 12월과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에 따르면 FOMC는 양적완화의 비용과 위험으로 인해 노동시장 전망이 상당히 개선되기 이전이라도 양적완화를 종료할 수 있다는 내용을 논의하는 등 출구가 임박했다는 뉘앙스를 더 강하게 풍기고 있다.
연준이 당장 채권매입을 중단하진 않을 테고, 시장도 경제가 개선되며 정책 변경에 대한 준비태세를 갖출 것이다.
그러나 그 동안 시장은 미국의 특수한 통화부양책에 너무나 길들여져 버렸고, 연준은 시장의 '급격한' 반응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연준이 채권 매입을 줄이려는 작은 신호만 감지 되어도 시장이 크게 요동하며 장기 금리가 급격히 뛸 수 있고, 경제 성장세를 가로막을 수 있다.
연준이 지난 2004년 긴축을 본격화할 당시에는 기준금리 변경이라는 정책이 전부였지만 그 사이 연준이 도입한 자산매입 정책으로 국채와 모기지 시장이 연준의 정책에 직접적으로 연동돼 있다는 점도 부담스럽다.
지나치게 '정교해진' 연준의 커뮤니케이션 방식도 출구전략을 복잡하게 할 수 있다. 연준은 현재 통화정책 변경을 위한 최저 조건으로 구체적인 실업률과 인플레이션 수치까지 미리 제시한다. 기준금리의 급격한 인상이 없다고 시장을 안심시키기 위해서는 좋은 전략이나 반대로 정책을 변경하기는 까다로운 조건이다.
이번 주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은 26일은 상원 은행위원회에서 27일은 하원 금융서비스 위원회에서 각각 증언에 나서며 내달 1일에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연설이 예정돼 있다. 그는 특별한 힌트를 내놓지 않을 테지만 시장은 그의 발언을 다시 한 번 주목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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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냉키의 임기는 내년 1월까지다. 본격적인 '출구전략'은 버냉키의 후임자가 담당하게 될 테지만 1년 간 버냉키의 출구 사전작업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전임 의장 앨런 그린스펀이 퇴임 후 받았던 무수한 비난의 화살을 버냉키가 피해갈 수 있을 지도 이 1년의 행보가 결정지을 것이다.